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서울 YMCA 주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오현규 씨(사진출처: 아워심볼)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서울 YMCA 주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오현규 씨(사진출처: 아워심볼)

“언젠가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10분 내로 완주하는 날이 올 거라 믿어요.”

직장인 오현규 씨(33)는 현재 6년째 달리기를 이어가는 아마추어 러너다. 바쁜 일상 중에도 짬을 내 집 근처인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를 주 3, 4회씩 한 시간 이상 달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얼마 전부터는 여러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하면서 달리기 기록에도 점점 욕심을 내고 있다. 오 씨는 “꾸준히 연습하니 실력도, 건강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마라톤 풀코스 ‘싱글’ 기록(3시간0분1초~3시간9분59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지속가능한’ 스포츠로 자리잡은 달리기

최근 국내 ‘러닝 붐’이 불면서 너나 할 것 없이 달리기에 뛰어들고 있지만, 오 씨에겐 러닝이 남들처럼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만만한’ 취미는 아니었다. 그는 두 아이를 돌봐야 하는 가장인 데다 얼마 전까지 ‘3교대 근무’ 직장에 다니면서 규칙적으로 시간을 내기 쉽진 않았다. 오 씨는 “요즘엔 두 아이를 전부 재운 뒤에나 혹은 이른 새벽 두 아이가 잠에서 깨기 전에 겨우 시간을 내 러닝을 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또 달리기에 익숙하지 않았을 땐 ‘신발만 있으면 달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 달리기에 필수적인 러닝화, 러닝 의류, 기본 장비들을 살펴봤는데 가격대가 결코 만만치 않았던 것. 매달 들어가는 육아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취미로 시작하는 달리기에 큰 비용을 들이기엔 꽤 부담스러워 ‘지속 가능한’ 취미가 되긴 어려워 보였다. 오 씨는 “국내에 소개된 다양한 달리기 브랜드의 제품들을 구매하려다 보니 상당히 많은 지출이 발생해 놀랐다”며 “’달리기는 돈이 안 든다’는 기존 인식 때문에 저처럼 당황하는 분들이 많다”며 웃었다.

달리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봐도 괜찮은 지 고민이 길어지던 차. 우연히 SNS에서 본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Temu)가 떠올랐다. 오 씨는 “처음엔 호기심에 접속해봤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러닝용품이 있어서 재미있었다. 합리적 가격의 제품들의 실제 기능이 어떨지 궁금해 구매해봤다”고 답했다.

그가 테무에서 구매한 러닝 제품들은 가벼운 의류부터 물병, 귀마개 등 장비까지 다양하다. 일반 브랜드의 제품보다 대부분 30~40% 이상 저렴한 가격대였다. 오 씨는 “제품들이 본래 기능에도 충실해 비교적 오랜 기간 사용 중”이라며 “주변 지인들에게도 사용 기간이 비교적 제한적인 계절성 아이템을 위주로 추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난히 무더웠던 올 여름, 테무에서 구입한 여름철 러닝용품들 덕분에 훈련들을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오 씨는 “완벽한 장비나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에 훈련을 꾸준히 지속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건강관리 너머 ‘인생 성취감’ 찾는 새 트렌드로

최근 러닝이 국민적 스포츠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오 씨처럼 러닝에 푹 빠진 이들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갤럽이 올해 10월 발표한 ‘아웃도어 활동, 실내외 운동 16종 경험률’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조깅·달리기를 경험한 응답자는 2021년 23%에서 올해 31%로 증가해 16개 종목 중 등산에 이은 두 번째 야외활동으로 꼽혔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 1월 ‘2024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도 최근 1년간 참여 경험이 있는 체육활동 중 달리기는 1년 만에 0.5%에서 6.8%로 급증했다. 마라톤 대회도 빠르게 늘며 러너들을 모으고 있는데,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에만 전국 마라톤 대회만 254회가 열려 참가 인원은 100만 명을 넘어섰다. 2023년 처음 10km 대회에 참가했던 오 씨도 지난해에는 ‘하프코스’, 올해는 처음 ‘풀코스’를 완주하며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오 씨는 기록도 중요하지만 결국 건강을 되찾은 점이 “더 가치 있다” 고 전했다. 그는 “직장생활 중 불규칙적 생활 패턴 때문에 건강이 악화하면서 체중도 많이 불어났다”며 “건강증진과 다이어트를 위해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건강은 물론 자신감도 되찾으며 제 삶에 큰 동기부여도 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러닝이 단순히 건강관리를 넘어 자기관리와 성취감 그리고 사회적 관계까지 충족시키는 ‘웰니스(Wellness)’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오 씨는 물론 요즘에도 바쁜 직장생활, 육아 때문에 달리기에 온전히 집중하기 쉽진 않지만, 나중에 가족과 함께 하는 더 큰 버킷 리스트도 갖게 됐다.

“언젠가 두 아이가 자라면 가족이 함께 세계를 여행하며 ‘세계 7대 마라톤’ 대회에 도전하는 ‘런 트립(Run Trip)’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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