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이하 '아르코(ARKO)')가 추진하는 ‘2025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이 지역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25년부터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각 광역문화재단이 발굴한 예술활동과 작품을 아르코(ARKO)가 후속 지원하는 지역–중앙 연계형 지원사업으로, 지원 대상 단체들은 단순한 재정 지원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 자문과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의 예술성과 완성도를 높이고 단체의 운영 역량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르코(ARKO)는 (사)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를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 공연예술 분야의 작품제작지원단으로 선정하고, 총 15인의 책임PD와 함께 연극·뮤지컬, 무용, 음악·오페라, 전통예술 등 39개 공연예술단체를 대상으로 단체별 맞춤형 전문가 자문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특히 뚜렷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세 단체의 사례를 중심으로, 사업이 가져온 변화와 지역예술의 미래를 살펴본다.

■ 극단 벅수골 – “관습을 깨고, 작품의 새로운 길을 열다”

경남 통영에서 1981년 창단된 극단 벅수골은 지역의 문화자원을 소재로 ‘삶의 내음’을 담은 창작 작업을 이어온 실력있는 단체다.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정말 도약하고 있다고 제상아 사무국장은 말한다. 제 국장은 “처음 이 사업이 ‘도약’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을 때,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와의 연계 자문까지 이뤄질 줄은 몰랐다”며 “의견수렴회를 통해 다수의 프로듀서들과 함께 단체와 작품에 대한 세심한 질문과 발전방향을 이야기하며 기획자로서 놓치고 있던 부분들이 명확하게 정리되며 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관성적으로 작품을 올릴 때가 있는데, 이번 자문을 통해 그 관성이 작품 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극단 구성원들 역시 자문 과정에서 작품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논의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며 “가능하다면 내년에는 서울 공연을 추진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번 자문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경험한 주유정 작가는 전문가 자문을 통해 김수미 작가와 함께 본인이 창작한 희곡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혼자 글을 쓰다 보면 자기 틀 안에 갇힐 때가 많은데, 김수미 선생님의 진솔한 의견과 애정 어린 조언을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었고, 무엇보다 작품을 과감히 수정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부족했던 희곡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창작자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점이 무엇보다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 연극공동체 다움 – “대극장 무대로의 첫 도전, 실제 ‘도약’이 되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연극공동체 다움은 이번 사업을 통해 오브제음악극 〈동물농장〉의 대극장 버전 제작에 도전하고 있다. 서민우 대표는 이 과정에서 ‘도약’의 의미를 실감했다고 말한다. “책임PD님이 단체 상황을 직접 찾아와 확인하고, 필요한 지점을 정확히 짚어주셨습니다. 저희가 스스로는 넘기 어려웠던 단계들을 전문가 연결을 통해 실제로 넘어설 수 있었습니다. ‘도약지원’이라는 이름이 명분을 넘어 현실이 되었죠.”

다움은 현재 자문을 통해 연결된 심재욱 무대디자이너와 대극장 무대 환경에 적합한 디자인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대본 속 이미지를 무대에 충분히 구현하기위해 협업하고 있다며 그동안 받았던 지원사업과는 다르게 작품 제작 과정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있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작은 공연을 하고 있는 단체가 여러 다양한 공연을 경험한 전문가들을 만나며 즐겁고 발전적인 시간을 보내고 공부도 많이 하고있다며 극단이 한층 더 성장하고 작품도 발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대극장 공연은 처음인 팀이라 큰 규모의 공연환경에 대해 무지했던 부분을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안내해 주고 있다”며 “이 사업에서 자문과정이 없었다면 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모르는 상태에서는 무엇이 부족한지조차 알기 어렵다”며 “이번 자문이 단체의 진정한 도약을 가능하게 한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극단 꼭두광대 – “실질적 자문, 실질적 성장… 유통까지 확장되다”

충북 괴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탈연희 전문단체 극단 꼭두광대는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장철기 대표는 이번 사업을 “지역예술에 꼭 필요한 지원”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자문이라는 형식의 지원은 많았지만, 단체와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준 자문은 처음이었습니다. 필요자문을 적어내면서도 ‘이 중 한두 개정도 지원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첫 자문 전부터 책임PD님이 직접 단체를 방문해 정확한 자문 방향을 함께 설정해 주셨습니다.”

꼭두광대는 연출·무대·유통 분야 자문을 진행했으며, 자문위원들은 단체의 공연 영상과 필요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현실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연출·무대 전문가와의 협업까지 이어지며 작품의 실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연출 자문위원으로 만난 이미희 대표와는 이번 작품의 드라마투르그 역할을 함께 수행하며, 기존 작품의 스토리를 보다 설득력 있고 매끄럽게 보완하고 있다. 또한 배은욱 대표와는 작품이 전국 어디서든 공연될 수 있도록 무대의 가변성과 세트 이동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협업을 진행 중이다.

장 대표는 “지역에 있으면 긍정적 응원을 많이 받지만, 때로는 필요한 비판적 시선이 부족하다”며“이번 사업을 통해 작품의 발전이 눈에 보일 만큼 이루어졌고, 유통에 대한 자신감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워크숍도 준비 중이고, 앞으로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확장되었다”며 “주변 단체에도 꼭 추천하고 싶은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 협업이 만들어낸 지역예술의 새로운 도약

‘2025 지역예술도약지원사업’은 성장과 확장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예술단체·창작자·전문가가 함께 협업하며 발전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각 단체의 사례에서 보이듯, 전문가 자문은 작품의 완성도 향상은 물론, 단체 운영 체계와 창작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협업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그리고 이를 통해 확장되는 창작의 가능성은 앞으로 지역예술의 도약을 이끌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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