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마약 범죄 양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해지고 은밀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메시지 앱을 중심으로 한 비대면 유통망, 무인 택배와 국제우편을 악용한 반입 방식, 그리고 여행을 빙자한 운반 형태까지 등장하면서 단속 체계 역시 새로운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 범죄 수법이 디지털화되고 세분화될수록, 개인이 본의 아니게 연루되거나 범죄 구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처벌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마약 범죄의 확산은 단순히 ‘공급의 증가’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접근성이 높아진 탓에 경험 없는 일반인까지 위험선에 서게 만드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마약 범죄는 제조·판매·매매뿐 아니라 단순 소지, 투약, 운반, 보관까지도 넓게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문제는 마약류의 종류와 행위 유형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 조항과 형량이 크게 달라, 본인이 무엇을 어떻게 위반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는 물품이라도 국내 입국과 동시에 ‘불법 마약류’로 취급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의도하지 않은 위법 행위로 번질 수 있다. 더불어 익명성이 높은 SNS·메신저를 통해 접근하는 모집책들은 ‘고액 아르바이트’나 ‘단순 심부름’ 같은 표현으로 범죄 관여를 유도해, 개인이 구조적 범죄의 한 부분이 되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처럼 마약 범죄는 외형상 단순해 보일지라도, 그 내부 구조는 조직화·다단계화되어 있어 어느 단계에 연루되었느냐에 따라 처벌 강도 또한 크게 달라진다.
법무법인(유한) 안팍의 안주영 변호사는 “마약 사건은 단순히 ‘했다, 안 했다’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의 경위, 범행 구조, 피의자의 인지 정도, 범위, 역할 등이 종합적으로 판단된다”며 “초기 단계에서 수사기관과의 소통과 사실관계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실제 행위보다 훨씬 무거운 혐의가 적용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특히 운반·보관과 같은 역할은 본인 의도와 달리 ‘밀수’, ‘유통’ 등의 중대 범죄로 확대될 수 있어, 조기 대응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조언했다.
마약 사건 대응에서 핵심은 ‘정확한 사실관계 확립’이다. 자신이 어떤 경로로 연루되었는지, 해당 물질이 어떤 성분인지, 전달받은 지시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본인이 행위 당시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등 세부 요소들이 사건의 성격을 결정짓는다. 수사기관은 디지털 포렌식 분석, 통신 내역 추적, 국제우편 정보 등을 기반으로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만큼, 혐의를 인정해야 할 부분과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할 부분을 구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때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통해 과도한 해석을 방지하고, 불필요한 진술로 인해 범죄 범위가 확대되는 상황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