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이 끝난 다음날부터 대치동의 밤 10시는 대학별고사 논술과 면접대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을 태우고 집에 가려는 학부모들의 차량행렬로 장사진을 이룬다. 지난 주말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을 시작으로 이번 주 주말에는 한양대와 중앙대, 이화여대 등의 논술고사가 예정되어 있고 다음 주 아주대와 인하대, 국민대의 논술 시험으로 논술고사는 일단락된다. 지난주 연세대학교 활동우수형 면접시험을 시작으로 이번 주 서울대 일반전형, 다음 주 서울대 지역균형 면접 등 면접전형 시험은 12월 초까지 길게 이어지게 되고 12월 5일에는 올해 수능성적 발표일이 기다리고 있다.
수능 직후 수능최저기준이 없는 연세대학교 논술합격자 발표가 있었고 뒤이어 단국대학교 논술 합격자도 발표되는 등 대학별고사를 진행하면서 합격여부도 확인해야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마음은 타들어 갈 뿐이다. 결국 이러한 마음조림은 정시원서접수가 마감되는 올해의 마지막 날 12월 31일 해질녘이 되어야 한숨 돌릴 것이고 그 긴장의 끈을 진짜 놓을 수 있는 때는 대학 입학 합격자 발표가 끝나는 내년 2월이나 되어야 할 것이니 수험생과 그 가족의 노심초사는 정말 길고도 길다.
2026학년도 입시의 날들이 이렇게 더디게 지나가는 동안 그 다음 순번인 2027학년도 입시의 주인공들인 우리 08년생 ‘쥐띠’들의 여명은 이미 밝아오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이번 주 초부터 2027학년도 대비 예비고3 설명회가 줄지어 열리고 있다. 이번 수능의 출제 경향 분석을 시작으로 학원마다 나름의 예지력을 발휘하여 내년에 벌어진 입시 대전에서 반드시 합격시키겠다는 목표와 결의를 유효고객들 대상으로 밝히는 것이다. 현행 입시의 종료 해인 내년 입시는 올해 분위기로 볼 때 쉬운 수능을 예상하기 어렵고 더군다나 재수생는 물론이고 3수생이나 4수생을 포함한 장수생들과 현재 대학을 다니면서 메디컬로의 전환이나 최소한 학교의 명패를 바꾸고자하는 다양한 학생군이 추가 된다고 예측했을 때 현 고2 학생들의 경쟁력 상황에서 정말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수능형태의 입시에서는 교과 영역별 기본 내용을 제대로 숙지한 상태에서 응용, 심화하는 연습을 많이 한 N수생일수록 일반적으로 좀 더 유리하다 할 수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과 과정도 준비하면서 수능을 대비해야하는 현 고2학생들은 더 큰 경각심을 가지고 수험대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여러 정황을 고려해 봤을 때 이번 겨울방학은 현 고2학생들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한 시기이다. 통상 학생부종합전형 인 서울 대학권의 내신 성적이 3점대 후반 인 점을 고려하면서 학생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의 기본 성적이 경쟁가능권이라면 기말고사에 최선을 다하고 이후 학교생활기록부상의 창체영역과 세특영역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경험치가 높은 수능‘선배들’과의 맞짱 매치에서 현역 학생들의 경쟁력은 높다고 할 수 없기에 가능하면 상대적으로 현역들만의 경쟁이 많은 수시 영역의 학생부 영역에서 일단 승부를 보는 것이 무엇보다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섣불리 내신을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른 시기에 정시를 선택한 현역학생들도 실제 수능시험을 보면 능력치를 뛰어넘는 선배들의 경험치에 밀려서 1교시 국어영역에서부터 큰 차이로 밀리는 상황을 해마다 보는 선생의 입장에서는 가급적 욕망을 조절하는 한이 있더라도 학교생활기록부를 최대한 활용할 것을 강하게 권하는 바이다.
그리고 수능을 중심전형으로 선택한 현 고2 학생들이라면 이번 겨울방학 기간에 국어, 수학, 영어와 같은 기본 과목도 중요하지만 특히 탐구영역 선택을 우선적으로 잘 정하고 바로 해당 두 과목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경험상 마지막에 수험생들의 발목을 잡는 과목은 의외로 탐구영역의 과목들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공교육, 사교육 영역을 불문하고 학생에게 최고의 효능을 줄 수 있는 공부 방안을 찾아서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정말 절실하다. 이번 겨울에 준비를 한 학생은 최소한 내년 여름에 그렇지 못한 친구들에 비해 나름의 입시전략전술을 구현할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올해의 사탐런만큼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확통런’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하는 것 또한 좋은 겨울나기방법이다. 올해에도 상당수의 이과학생들이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과탐 영역을 지난겨울에 연마하다가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전후로 급히 ‘사탐런’을 하는 바람에 아까운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성적도 원하는 만큼 받지 못한 낭패를 경험했다. 탐구영역에서의 이러한 경험담은 나름 많이 유포되어 있지만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부분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내년 입시를 준비하는 현 고2 학생들 중에서 특히 이과 영역 학생들이라면 좀 더 냉철하게 자신이 이 겨울방학 기간에 수능대비로 정말 미적분을 선택하는 것이 타당한지 잘 생각해보고 입시열차에 탑승해야 큰 후회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28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수학 영역에 미적분이 나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바로 내년, 27학년도 입시의 성패가 탐구과목의 선정만큼이나 수학영역에서 미적분을 택할 것인가 확률과 통계를 택할 것인가도 굉장히 중요한데 특히 학생들이 고려해야 할 부분은 바로 ‘시간’이다. 수능은 결국 총점으로 승부를 가리는 게임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똑같이 배정되어 있는 1년 이라는 시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분배하는지가 그 어떤 전략적 요소보다 중요하다. 성적 좋고 선행이 잘된 옆 자리 친구가 한다고 나도 덩달아서 미적분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자신의 가용시간을 잘 검토해보고 ‘가능한’ 입시의 시간을 구성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이 바로 이번 겨울방학에 현 고2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미덕일 것이다. 이것은 꼭 현 고2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요소가 아니라 내년 수능을 준비하는 모든 수험생에 해당하는 부분이니 특별히 유념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이 말의 뜻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한다는 것이 아니다.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입시의 핵심은 ‘불태’, 곧 위태롭지 않음에 있다. 이러한 안정적이고 보수적 관점을 모든 수험생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 시작은 입시와 나를 아는 것에 있다. 건투를 빈다.
▶박성철 대치정연학원 원장
현)유웨이진로진학센터대치센터장
현)정연입시컨설팅학원원장
전)잇올스타르타입시연구소 소장
전)대치이강학원학습전략연구소 소장
전)이투스온라인대학별고사강사
전)한국적십자사교육원특강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