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시모집이 수시모집과 다른 점은 많이 있지만,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바로 ‘모집 군’이 있다는 것이다. 특별히 정해진 기간 없이 일정 기간 내 전형(특히 논술, 면접, 실기 등의 대학별 고사) 일정을 대학이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수시모집과 달리 정시모집은 정시모집 기간 전체를 ‘가/나/다’ 군으로 나눈다. 각 대학이 모집 군을 선택하여 정해진 기간 내에서만 전형 일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시 지원의 가장 큰 특징은 모집 군에 있다. 정시 지원 가능 횟수는 총 3회이지만, 수시와 같이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모집 군별로 1회씩 제한된다. 그래서 모집 군별 배치 현황이나 지원 전략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정시 카드 3장? 모집군따라 사실상 1장일수도
이러한 모집 군의 존재와 각 대학의 선택이 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이 아니라 지원자들에게도 중요한 이유는 지원 횟수의 제한 때문이다. 정시모집의 지원 기회는 개인별 3회인데, 각 모집 군별 1회씩으로 제한된다. 결국 지원 희망 모집 단위의 모집 군이 같다면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일정한 지원 경향이 생기는 것이 정시모집의 큰 특징인 것이다.
예를 들어 연세대와 고려대의 예·체능을 제외한 일반 모집단위는 모두 (가)군에서만 정시모집을 실시한다. 따라서 연세대와 고려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면 반드시 두 대학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반면 수시모집의 경우는 일정한 모집군이 없어서 연세대와 고려대의 동시 지원이 가능하다.
또 다른 예로 전국 13개의 초등교육 전공 모집 단위 중 이화여대와 한국교원대를 제외한 11개의 대학은 모두 (나)군에서 정시모집을 실시한다. 초등교육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수시모집에서는 6개 대학의 초등교육 전공에 지원할 수 있지만, 정시모집에서는 2개의 대학에만 지원할 수 있는 셈이다. 결국 (나)군 초등교육 전공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분산될 수밖에 없어 예상하는 합격선과 다른 합격선이 형성되기도 한다.

○ 다군 성균관대 글로벌경영, 44명 뽑으려다 427명 뽑아

모집군으로 인해 발생한 지원 경향은 충원 인원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25학년도 성균관대 정시모집에서 경영학과와 인문과학계열의 충원율은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 비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이는 (나)군으로의 모집군 변동에 따른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가)군에서 연세대·고려대를 지원한 학생들이 안정 지원을 검토한다면 (나)군이나 (다)군에 있는 모집 단위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성균관대 (나)군의 경영학과·인문과학 계열 혹은 (다)군의 글로벌경영학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것. 그 학생들이 (가)군에서 연세대·고려대에 합격하게 된다면 성균관대 (나)·(다)군의 등록을 포기하게 되고 결국 충원 인원이 많아지는 것이다. 특히 2024학년도 (가)군에서 모집했던 경영학과·인문과학 계열은 그 변화가 극적으로 나타났다.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홍익대 등을 제외한 대학은 모두 복수군 모집을 실시한다. 따라서 동일한 대학이라 할지라도 모집단위에 따라 모집 군 배치가 다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다)군의 경우 상대적으로 모집 인원이 적기 때문에 (가)·(나)군 지원자들이 (다)군 모집 단위에 밀집될 수밖에 없고, 상위 대학의 합격에 따른 미등록으로 인해 충원 합격자 수가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모집 군에 따른 지원 경향과 그 여파를 잘 고려한 정시 지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