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1시 10분. ‘네.^^ 오전에 연락주세요’라는 마지막 카톡 답변을 끝으로 2026학년도 수능일 일과가 마무리되었다. 저녁 7시 전후로 몰아치기 시작한 전화와 문자, 카톡에 묻혀 말 그대로 폭풍 같은 밤을 보냈다. 아무리 그래봐야 실전 수능을 치룬 우리 학생들의 고난에 비할 바 아니다. 수험생은 물론 학생들을 가르치느라 1년 내내 노고가 많으셨던 학교와 학원의 선생님들, 학교 급식소의 조리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잘 담당해주신 우리 모든 동료 시민들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날카롭기 그지없는 입시생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노심초사로 한 해를 보내신 수험생의 부모님께 깊은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이처럼 역설적이게도 우리 모두를 아프게 하는 수능일이지만 동시에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고 감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날이기도 한 것 같다.
늘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수능이 끝난 날 저녁의 입시뉴스와 인터넷 신문들의 ‘평이한, 전년과 큰 차이 없는’과 같은 멘트들이 나왔으면 했는데 해가 지기 전부터 매체들이 전해주는 소식은 ‘변별력을 갖춘, 다소 어려운 수준’과 같은 불길한 이야기들이 스멀스멀 나오는 것을 보니 심상치가 않다. 실제로 수능 다음날부터 진행되는 대학별 논술고사 대비수업의 취소문자와 취소전화가 빗발친다. 가채점 상담 예약도 줄줄이 취소되는 모습을 보니 이번 수능, 예상대로 쉽지 않은 듯하다. 가채점 상담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수능시험을 망친 경우라면 지난 시간들의 노력이 허사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서 더 안타깝다.
사실 이곳 대치동에서 입시분석을 직업으로 하는 소위 각 단위 학원들의 ‘소장’들은 나름대로의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크게는 교육정책의 흐름부터 시작해서 입시의 연간 추이는 물론 작게는 학교별 내신의 변화나 모의고사 문제 선지하나까지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이러한 대치동 소장단의 올해 입시에 대한 전망이 여름을 지나면서 무겁게 흐른 것 또한 사실이다. 올 한 해를 짓누른 의대인원 환원과 사탐런은 물론이고 현행 입시가 끝나기 전에 입시 최상위 라인 진입을 노리는 N수생과 반수생들이 증가한 상황에서 수능 개별 교과의 난이도를 적정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할 이유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최대 입시 인원이었다는 ‘황금돼지 띠’는 그렇게 큰 고려 상황이 아닐 정도로 결국 최상위 변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서 적정 난이도보다 상향된 문제 구성을 예측하는 건 당연한 전망이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당연한 전망’이 현실화된 것일까. 국어 독서 영역의 고난도 출제를 시작으로 수학은 전체적으로는 작년과 유사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최상위 변별을 위한 ‘디테일’한 문제들이 ‘적절하게’ 출제되었으며 복병 영어는 선택지의 ‘오답 매력도’가 높아져서 9월 평가원 모의고사의 1등급 4.5% 수준 정도를 예상케 하는데 이는 영어1등급 비율이 가장 낮았던 2024학년도 4.71%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탐구영역에서도 사탐런을 등에 업고 인해전술로 밀고 온 사회문화는 수능 다음날 11시 현 시점 기준 다른 사탐과목들에 비해서 1등급 예상 원점수가 3~4점 정도 낮게 예상되는 걸보면 여기에서도 결국 변별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고난도이든 디테일한 적절한 문제이든 간에 심지어 오답 매력도와 같은 기가 막힌 표현들이 속내를 흐리지만 결국 최상위 변별에 평가원의 의도가 향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의 결과로 최상위권과 상위권의 변별이 가능해 질 것이지만 이로 인해 N수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능 준비가 부족한 현 고3학생들은 성적부침의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됨으로 해서 현행 입시 최종해인 내년에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예비 재수생’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물론 우리 ‘황금돼지띠’들에게는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는 대학별고사가 그것이다. 논술 최저가 걱정이라고? 아직 최종 수능 성적이 나온 것도 아니고 수능 다음날에 발표된 입시기관들의 등급컷이 늘 맞는 것도 아니다. 올해처럼 문제의 난이도가 높을수록 2등급 후반 이하 현역 학생들일수록 성적의 스윙 폭이 크기 마련이다. 성적이 현재 예상치보다 다소 낮다면 수능 성적은 잊어버리고 당장 논술 준비에 힘써야 한다. 어차피 수능 최저가 안 되서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그걸 학생이 어떻게 안다는 거냐. 우리 같은 ‘소장’들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희망 등급보다 원점수가 한 문제 정도의 차이라면 일단 도전하는 것이 맞다. 지금은 확률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도전해야 할 때이다. 대학별고사 면접도 마찬가지이다. 메디컬이나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 학생부 종합전형 중심의 면접전형은 어차피 수능 최저를 요구하지 않는다. 지금 바로 나의 학교생활기록부부터 한 번 더 정독하고 예상문제를 만들어보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상황에 따라서 최대한 도움도 받자. 또 하나의 기회, 대학별고사는 이제 시작이다. 수능 중심의 정시 전형에 대한 고민은 12월 5일 수능 성적발표일로 미뤄두고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한다면 그 보답을 받을 것이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끝나야 끝난 것이다!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박성철 대치정연학원 원장
현)유웨이진로진학센터대치센터장
현)정연입시컨설팅학원원장
전)잇올스타르타입시연구소 소장
전)대치이강학원학습전략연구소 소장
전)이투스온라인대학별고사강사
전)한국적십자사교육원특강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