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끝난다고 해서 대학 입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수능 성적을 기초로 하는 정시 지원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정시 지원 전 각 대학의 수시 대학별고사를 치러야 하는 학생들도 많다. 수시 원서 접수는 9월이라 수능 성적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시기이다. 모든 경우의 수를 가정해서 수시 원서를 접수하였을 것이기 때문에, 정시 지원 고민 전에 이미 접수한 대학의 수시 대학별고사 응시 여부를 결정해야만 한다. 이 결정을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수능 가채점 결과를 기준으로 정시 지원 가능한 대학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

지원자의 가채점 수능 성적 자체도 변동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성적 분포에 대한 예측, 정시 지원 가능 여부 등도 모두 유동적이기 때문에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기준의 타당성과 무관하게 기준조차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기준을 정해 결정해야 한다. 이른바 종이 배치표라 불리는 지원 참고표를 활용하거나,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정시 지원 가능 대학 범위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응시 여부 판단이 쉬운 경우

수시 대학별고사가 남아 있는 대학보다 정시 지원 가능 대학 범위가 더 높은 경우 수시 대학별고사를 피하려고 할 것이다. 반대로 수시 대학별고사를 남겨 둔 대학이 정시 지원 가능 대학 범위보다 높다면 당연히 수시 대학별고사에 응시해야만 한다. 물론 수시 대학별고사 응시가 곧 합격은 아니기 때문에 합격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합격 여부와 무관하게 응시 자체만으로도 후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는 전형에 지원했을 경우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는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야 한다. 여러 곳에서 가채점 원점수 등급 컷을 발표하지만, 각 발표 기관의 원점수 등급 컷 산출 기준이 되는 표본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가채점 원점수 등급 컷은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다. 이때 특정 기관의 등급 컷만 믿어서는 안 되고 여러 기관의 자료를 살펴보고 자신의 원점수가 원점수 등급 컷 경계에 있다면 높은 등급으로 상정하고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실제 성적표가 나왔을 때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했음에도 수시 대학별고사를 응시하지 않아 생기는 후회를 줄일 수 있다.

수시 대학별고사 대학과 정시 지원 가능 대학 범위가 유사할 때

고민이 되는 것은 수시 대학별고사가 남은 대학과 정시 지원 가능 대학 범위가 유사한 경우이다. 정시에도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수시 대학별고사에 응시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바로 그것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응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응시가 곧 합격은 아니기 때문이 첫 번째 이유이다.

다음으로 정시 지원을 위해 수시 대학별고사에 미응시하는 것은 수시에 지원한 대학보다 더 만족스러운 대학에 정시 지원을 할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적어도 정시 합격 가능성과 무관하게 특정 대학에 꼭 정시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수시 대학별고사에 미응시해야 후회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수시와는 다른 정시 모집만의 특징을 잘 검토하여 결정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모집 군’인데, 정시는 수시와 달리 각 대학이 특정한 모집 군에 특정 모집 단위를 배치하고, 지원자는 각 모집 군별로 1회만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시 대학별고사가 남은 A 학과를 정시에 지원하고, 상향으로 B 학과를 지원하기 위해 수시 대학별고사에 미응시했는데, 두 모집 단위가 같은 모집 군에 있다면 다시 A 학과에 정시 지원하고 B 학과는 정시 지원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수시에서는 모집 군이 없어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점검하지 않는 내용이다. 따라서 수시 대학별고사 응시 여부를 판단하기 전 반드시 희망 모집 단위의 정시 모집 군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김병진 이투스에듀 교육평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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