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상담을 하다 보면 사교육 정보를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는 학부모일수록 정작 자녀의 진로와 학습 방향에서는 더 혼란을 겪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어떤 학원은 어느 반이 좋다더라, 어느 컨설팅에서 누구는 어느 대학에 갔다더라, 어느 모의고사와 문제집이 상위권에게는 필수라더라 하는 정보들이 끊임없이 쏟아지면서 정보의 양이 많을수록 선택은 선명해지기보다 오히려 흐려진다. 정보가 많다는 것은 잠재적으로 선택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한데, 입시에서 선택은 곧 집중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선택을 내리는 과정에서 확신을 얻지 못하면 부모와 학생 모두는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막연한 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인간은 더 합리적으로 선택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인 경우가 많다. 학년별, 성적대별로 해야 할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보다, “남들은 다 한다”는 소문이 더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사교육 정보를 통해 알게 되는 “다른 사람들의 삶”이 부모의 판단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점이다. 사교육 시장에서 오가는 성공 사례는 언제나 부분적이고 편집된 정보일 수밖에 없다. 어느 학원을 다니고 어느 강사의 수업을 들었더니 어느 대학에 갔다는 식의 서사가 대표적이다. 이런 이야기 속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그 학생의 원래 성향, 가족의 지원 환경, 학교에서의 활동, 우연한 계기들이다. 그러나 많은 학부모는 이 복잡한 변수를 지워버리고, ‘어느 학원을 다녔는가’라는 단일 변수에만 주목한다. 결국 “그 집 아이도 그 학원 다닌다더라”는 말은 곧 “우리 아이도 안 다니면 위험하다”는 압박으로 전환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교육은 교육 전략이 아니라 유행이 된다. 학원 선택이 자녀의 목표와 학습 특성에 따른 고민의 결과가 아니라 “요즘 다들 그리로 간다더라”는 말에 의해 좌우될 때 교육의 일관성은 쉽게 깨진다. 한 해는 문제풀이 위주의 학원을 다니다가 다음 해는 논술형·서술형 중심 학원으로 옮기고, 또 다른 해에는 컨설팅과 프로젝트형 비교과 프로그램을 따라다닌다. 프로그램 각각의 장단점을 따져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유행하는 교육 상품을 옮겨 다니는 것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매번 새로운 방식에 적응해야 하고, 지난 활동과 다음 활동을 연결해 자신의 성장 서사를 만드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 그 결과 학생부와 실제 역량 사이에도 통일성이 떨어지고, 본인 스스로 “나는 뭘 잘하는 사람인지”를 정리할 기회를 잃는다.

사교육 정보 의존이 커질수록 생기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자녀의 부족함을 항상 외부 서비스로만 메우려 한다는 점이다. 어떤 단원에서 점수가 낮게 나왔을 때 아이가 스스로 오답을 분석하고 개념을 재정리해보는 과정은 학습 능력의 핵심을 기르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 단원은 어떤 전문 강사가 잘 가르친다더라”는 말을 들으면, 부모는 곧바로 그 강의를 결제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시험에서 실수를 많이 했을 때도 실수의 패턴을 분석하기보다 “고난도 문제를 많이 풀어보지 않아서 그렇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문제집과 수업을 추가로 쌓아 올리려 한다.

사교육은 대개 학생 개개인의 학습 결핍을 섬세하게 진단하고 완전히 맞춤형으로 설계된 정장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상당 부분 기성복에 가깝다. 커리큘럼, 교재, 진도는 다수 학생에게 평균적으로 효과적일 것이라는 가정 하에 구성된다. 그래서 일정 수준의 성취도 향상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어떤 학생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내용을 반복하게 만들고, 또 다른 학생에게는 지금 당장 필요한 가장 약한 고리를 건드리지 못한 채 겉돌게 만든다. 정보가 많을수록 “우리 아이에게 딱 맞는 강좌가 어딘가 있을 것”이라는 환상이 커지는데, 이 환상이 부모와 학생의 자기 진단 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법을 탐색하는 근육이 길러지지 않고, 조금만 어려운 상황이 와도 “또 어디에 등록해야 하지?”부터 떠올리게 된다.

입시를 길게 놓고 보았을 때 성적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학생이 자기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법을 설계하는 역량이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 그리고 사회에 나간 이후에는 누가 대신 학원과 강좌를 골라주지 않는다. 연구 주제를 정할 때,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 삶의 진로를 바꿔야 할 때, 결국 필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를 걸러내고 우선순위를 세우는 힘이다. 그런데 성장 과정 내내 부모가 먼저 정보를 수집하고, 사교육을 통해 그때그때 부족한 부분을 즉각 메워주는 방식이 반복되면, 학생은 자신이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할 기회를 잃는다. 성적은 일정 수준 유지될 수 있지만, 방향감을 잃은 채 ‘시킨 공부’를 잘하는 사람으로만 남을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사교육을 무조건 배척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는 사교육 자체가 아니라, 사교육을 바라보는 관점과 사용하는 방식이다. 정보가 많은 학부모일수록 오히려 한 걸음 물러서서 “지금 우리 아이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질 필요가 있다. 이 질문에는 학년, 성적, 진로 희망뿐 아니라, 아이의 성격, 생활 리듬, 스트레스 내성, 현재 학교생활 만족도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이 중 어떤 부분은 학교와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고, 어떤 부분은 외부 도움을 받는 것이 효율적인가”를 따져볼 수 있다. 이  순서가 뒤집어져서 먼저 사교육 상품을 보고 그에 맞춰 아이를 끼워 맞추기 시작하면 방향 감각은 쉽게 흐려진다.

자기주도적인 사교육 활용이란 결국 다음과 같은 태도를 의미한다. 첫째, 사교육을 “부족함을 메우는 만능 해결책”이 아니라 “자기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 상자” 정도로 보는 관점이다. 목표와 현재 위치를 스스로 정리한 뒤 그 사이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사교육을 선택하는 것이다. 둘째, 사교육의 도움을 받더라도, 그 내용을 자기 언어로 재구성하고, 학교 수업·과제·탐구 활동과 연결하는 작업을 학생 본인이 주도하는 것이다. 학원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시험지에 옮기는 수준을 넘어서, 그 지식을 자신의 진로 탐색과 사고 확장에 활용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셋째, 사교육을 중단하거나 조정해야 할 시점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부모와 학생이 주기적으로 “지금 이 비용과 시간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이다.

사교육 정보를 많이 안다는 것은 분명히 자산이 될 수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 과대 포장되어 있는지,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내는지, 어떤 시기에 무엇을 하는 것이 비효율적인지에 대한 판단 재료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정보들이 모두 “해야 할 것”으로 들리기 시작하는 순간, 그 자산은 곧 부담과 불안으로 바뀐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거르는 기준이다. 그 기준은 자녀의 삶과 학습을 진짜로 알고자 하는 태도, 그리고 선택한 길을 끝까지 함께 버텨낼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대한 부모의 자기 성찰에서 나온다. 사교육은 그 기준 위에 올렸을 때에야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보가 많을수록 방향은 더 흐려지고, 사교육은 자녀의 성장을 돕는 발판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떠밀려가는 거대한 파도에 가까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윤한울 MEDISKY LAB 대표이사

의치한수 SKY 진로맞춤형 학종 설계 전문가

- 연세대학교 졸업

- 現 MEDISKY LAB 대표

- 現 강남구청 인강 입시설명회 강사

- 前 이투스 / 비상에듀 / 비타에듀 인터넷강사

- 前 대치 시대인재 / 대치 이강 / 대치 아토즈 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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