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학년도 수능 입시가 1주일 남았다. 긴 여름과 너무 짧은 가을과 같은 올해의 이상 기후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수능한파는 없을 거라니 고단한 수험생들에게 약간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 잠 잘 자고 수능 마지막 종 칠 때까지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기운차게 멋진 피날레를 장식하길.
26학번이 되고자하는 학생들이 끝장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요즘, 대치동은 현 입시체제의 마지막 학번, 27학번을 달고자하는 모든 이의 욕망을 모아 불사르는 준비에 한참이다. 기말고사 내신 수업과 겨울방학 특강, 그리고 윈터스쿨 등을 안내하는 학원 문자와 상담전화가 난무하는 가운데 입시전사의 매니저를 자처하는 우리 대치동 어머니들은 기말고사 대비 내신특강설명회나 내신보다는 정시 수능을 중심으로 입시 계획이 짜인 경우라면 12월 중순이후 개강되는 수능 교과별 개시 특강의 시간표와 강사들의 면면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하루에도 여러 개 소화하면서 학생들만큼 바쁜 늦가을을 보내고 있다.
기말고사가 끝나는 12월 중순부터 약 2, 3주간의 수행 마무리의 기간과 맞물리는 올해 27학년도 대치동 겨울강좌는 작년에도 그랬던 것처럼 대치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 서초지역 학생들 말고도 멀리는 부산 해운대와 대구 수성구는 물론 제주까지의 원정 학생들이 겨울방학 기간 내내 학생 혼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학사에서 새벽같이 일어나서 매일 매일의 결전을 대비할 것이다. 그리고 가깝게는 인근의 송파, 성동, 용산, 분당은 물론 반경 10km 이내의 많은 학생들도 미래의 멋진 자신을 상상하며 오늘의 고난을 달게 삼키게 될 것이다.
2026학년도 수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화두인 사탐런은 이미 입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외울 정도가 되어버린 ‘77% 이상’의 수능 접수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탐런은 내년 2027학년도에는 그 위상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실제로 내년 입시에서 정시로 최상위의 메디컬을 목표로 하는 현 고2 학생들이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과학 탐구과목을 2과목 모두 선택하는 학생은 정말 찾기 어려울 것이고 대부분의 현 고2 학생들은 과탐 1과목, 사탐 1과목을 선택하거나 보다 냉정하게 입시전략을 수립하는 경우라면 과감하게 이번 겨울방학부터 탐구영역 두 과목 모두를 사회탐구영역에서 취할 가능성도 매우 높을 것이라고 대치동 현장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일부 이과학생들의 경우 과탐 가산점을 생각해서 약간의 주저함이 엿보이지만 내년도 입시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아주 특징적으로 성적을 잘 받기 어려운 대부분의 현 고2 학생이라면 도전적인 과탐 가산점을 고려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학습 투여시간이 훨씬 적고 안정적으로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되는 사탐으로의 전향은 결국 총점 중심의 수능 상황에서 선택하지 않을 수 없는 전략이 될 것이라고 예상해 본다.
이러한 사탐런의 조기 개막에 묻혀 아직 잘 드러나지 않은 내년입시의 중요 변수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확통런’이다. 확통런이란 주로 이과계열 학생들이 수학의 선택과목 중 중상위학생들이 많이 선택했던 기존의 미적분을 취하지 않고 주로 문과계열학생들이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 과목으로 돌아서는 것을 말한다. 기존 ‘사탐런’의 경우는 25학년도 수능에서부터 그 선택의 기조가 이과 중하위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다소 엿보였고 올해 26학년도 수능에서 융합형 입시의 강화로 메디컬 및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대학 이과 계열에서 사탐을 선택과목으로 받아주면서 탐구 가산점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학생들이 사탐을 선택하게 되었다. 실제로 현 고3 학생들이 과탐을 버리고 사탐으로 돌아선 시기는 6월 평가원 모의고사 전후에서 여름방학 시기였다. 즉, 상당수의 현역 고3학생들은 과탐 영역에 중요한 고3 전 겨울방학 시간의 상당부분을 소비하고 뒤늦게 ‘사탐런’에 뛰어 든 것이 올해까지의 상황인 것이다. 이에 비해 내년 수능을 준비하는 현 고2학생들은 현행 수능 마지막해인 내년수능을 고려해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N수생들의 파워가 그 어느 때보다도 양적인 면이나 질적인 면에서 압도적일 것이라 예상되는바 이번 겨울 방학부터 빠르게 사탐런을 대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상당수의 내년 입시를 대비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탐런에 비해 아직 확통런은 그 지원 경향의 흐름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예상할 수 있겠지만 크게 세 가지 정도만 예를 들어보겠다.
첫째, 현 고2학생들은 아직 자신들의 수능 실력을 알지 못한다. 막연하게 잘 볼 거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별 생각이 없거나 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현 고2 학생들은 실제로 수능관련으로 제대로 대비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학교에서 3월, 6월, 9월, 10월 모의고사를 치지만 고2 학생들 중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모의고사를 대비해서 공부하고 시험을 볼까. 내신하기 바쁜 학생들에게 그것까지 바라는 것은 너무 과하고 실제로 그렇게 집중해서 공부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의 수능 객관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물론 대치동 키즈 중 일부 ‘엄청’ 빠른 ‘정시러’나 어마어마한 선행 능력을 보여주는 특수 케이스, 이 소수는 예외지만 말이다.
둘째, 대치동의 시스템 문제이다. 모두 아는 바와 같이 대치동 입시의 중심은 수능이고 대치동 수능의 꽃은 메디컬이다. 우리 모두가 아는 바로 그 학원의 유명세는 ‘의대합격자’ 아니더냐. 대치동에 몰리는 이 어마어마한 겨울 눈꽃송이들의 목표는 결정되어 있고 그 욕망을 품은 자는 결코 미적분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내년 5월까지는. 이러한 고객들의 니즈를 확대재생산해야하는 대치동 학원가 입장에서는 미적분을 중심으로 하는 겨울방학 수학 커리큘럼을 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셋째, 대부분의 고3 1학기 수업 편제에 이과 학생들의 경우 미적분이 들어 있다. 고로 어차피 고3 내신을 해야 되는 마당에, 더군다나 미적분 선행이 제대로 된 학생이 많지 않다고 보았을 때 현 고2 학생들은 이번 겨울방학 때 미적분을 ‘버리고’ 확률과 통계을 선택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세 가지 예시 이외에도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릴 이과 수리논술 출제 영역에 대부분의 대학교가 미적분을 두고 있다는 점 등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면 최소한 현 고2학생들 중 수능 수학 성적이 이과계열 중위권 이하가 예상되는 학생들이라면 정말 진지하게 ‘확통런’을 고민해야 한다. 이 겨울이 오기 전에. 왜 선배들이 ‘사탐런’을 했는지, 그리고 지금 왜 내가 ‘사탐런’을 하고 있는지를 찬찬히 살펴보면 ‘확통런’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겨울방학과 내년 수능, 그리고 내 삶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남아있다. 생각하라!
▶박성철 대치정연학원 원장
현)유웨이진로진학센터대치센터장
현)정연입시컨설팅학원원장
전)잇올스타르타입시연구소 소장
전)대치이강학원학습전략연구소 소장
전)이투스온라인대학별고사강사
전)한국적십자사교육원특강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