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설명회를 진행하다 보면 학년에 따라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명하게 느껴진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의대 설명회는 말 그대로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흥행하고 있다. 초등 의대 대비반, 조기 의대 준비반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그런데 중학교에 진학해 첫 내신 성적표를 받아든 이후부터 분위기가 바뀐다. 설명회 참석 인원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다시 그 절반으로 감소한다. 특히 고3을 대상으로 하는 의대 수시 설명회는 이미 결과가 어느 정도 결정된 이후에 뒤늦게 듣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의미가 거의 없다.

정시 수능 전형만 놓고 보면 구조는 단순하다. 수능 성적이 높은 순서대로 합격이 허용되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고2, 고3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 선택 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기는 하지만, 이 조합이 극적인 전략 변수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극히 예외적으로 수능 만점을 받고도 서울대 의대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보도되기도 하지만, 이는 특별한 변수가 겹친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대체로 충분히 높은 수능 성적을 확보하면 정시 전형에서는 합격 가능성이 담보된다. 이 영역에서 이른바 ‘의대 맞춤형 공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며, 결국 수능 성적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대 입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지점은 수시 학생부 전형이다. 의대 논술 전형은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겉으로 보기에는 기회가 넓어 보이지만, 실제 합격자의 상당수가 영재학교나 과학고, 외고·국제고 등 특목고 출신의 특수한 집단에 집중된다. 일반적인 고교 학생에게는 로또에 가까운 통로에 해당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전략 수립에서 우선순위에 두기 어렵다. 따라서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다면 수시 학생부 위주 전형을 중심에 놓고 전략을 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한두 개의 활동을 채운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 전반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지가 핵심이 된다.

의대 수시 전형의 구조를 단순화해 보면 교과 내신, 비교과 진로 활동, 수능이라는 세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세 영역에서 모두 상위 1% 이내의 성취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길이다. 현실적으로는 세 영역 중 두 영역만 압도적인 수준이라도 지원은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는 다른 지원자와의 격차를 확실히 벌려야 하고 지원 대학·전형 선택도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내신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수능 최저 기준이 높고 비교과 서류 반영 비율이 높은 지방 의대 전형에 도전하거나, 수능 최저가 없는 인서울 의대 학종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학생부의 완성도가 압도적으로 높고 진로 활동의 방향성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학생에게만 열려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안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려면 1점대 극초반의 내신, 대학 진학 이후의 진로가 뚜렷하게 보이는 비교과, 최소 3합 4 수준의 수능 최저를 모두 준비하는 것을 기본값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문제는 언제부터 의대 진학을 구체적인 목표로 삼을 것인가이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그 시점을 중학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중학교 시기에 학습에 대한 기초 체력이 충분히 길러지지 않으면, 고등학교 진학 후 급격히 높아지는 난이도를 따라잡는 것 자체가 버거워진다. 개념 이해와 문제 해결에 허덕이다 보면, 학생부 세부능력특기사항이나 진로 활동 같은 비교과를 알차게 채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 중학교 때 독서 역량을 충분히 키워 놓지 않으면 고등학교에서 쏟아지는 분량의 텍스트를 버티기 어렵다. 수행평가, 보고서, 탐구 과제, 교과서와 참고서를 병행해 읽는 과정에서 독해 속도와 이해력이 부족하면 학습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는 곧 내신과 수능 대비 시간 부족으로 이어진다.

고등학교 이후의 독서는 단순한 교양 활동에 그치지 않는다. 진로와 연관된 도서를 얼마나 소화했는지, 그 내용에서 무엇을 문제의식으로 삼았는지, 이를 어떻게 탐구 활동이나 보고서로 연결했는지가 수행평가 점수와 세특 기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의학, 생명과학, 공학, 윤리, 의료 정책 등과 연관된 도서를 읽고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내는 학생과, 시험 준비에만 매달리느라 텍스트를 깊게 읽어본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 사이의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벌어진다. 자녀의 의대 진학을 바란다면 학부모는 이 흐름을 미리 읽고, 중학교 단계에서부터 독서와 기초 학습 역량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 선택과 진학 전략에서도 냉정한 시각이 요구된다. 자녀를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리고 의대에 진학시키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자녀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선행 학습을 많이 했다는 이유만으로 내신 경쟁이 극도로 치열한 자사고나 특목고 진학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 분명 경쟁 강도가 높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면 일반고에서 준비하는 것보다 더 높은 입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내신이 한 번 무너졌을 때의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며, 특히 의대 지원을 전제로 할 경우 1~2등급의 작은 폭락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수학 선행을 여러 번 돌렸다는 사실도 실제 입시에서 과대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선행 학습의 횟수가 곧 수능 성적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현재 자녀가 어느 수준의 문제를 정확하게, 스스로의 힘으로 풀어낼 수 있는지이다. 학부모는 자녀의 학습 역량과 성취 수준을 냉정하게 분석해, 그 수준에 맞는 학교와 교육 환경을 선택해야 한다. 입시의 최종 목표는 고등학교 간판이 아니라 대학 진학 성과에 있다. 대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고교 선택은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할 때 오히려 발목을 잡는 선택이 된다.

의대에 보내기 위해 ‘할아버지의 재력’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중요한 것은 그 재력을 어디에 쓸 것이냐에 달렸다. 의대 진학을 위해 상당한 재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지만, 그 재력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자녀의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부모는 무엇보다 교육 컨텐츠의 질을 구분해내는 눈이 필요하다. 시중에는 ‘의대 전문 컨설팅’을 표방하며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1년치 학생부 관리를 약속하는 학원이나 업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낮은 단가로 제공되는 컨텐츠는 대개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보편적 소재를 반복하거나, 이미 널리 알려진 활동 틀을 재포장한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으로는 실제 의대 수시에서 경쟁력을 갖춘 학생부를 만들기 어렵다.

학생부의 구성과 체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년간에 걸친 의대 수시 지도 경험이 전제되어야 한다. 의학계열 합격생을 꾸준히 배출해 온 데이터와, 그 과정에서 쌓인 실패 사례까지 함께 분석한 경험이 있어야 지원 대학과 전형에 따라 어떤 스토리라인과 활동 구성이 효과적인지 감이 잡힌다. 게다가 입시는 변화하는 생명체이고, 특히나 최근의 입시는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수시로 바뀌는 상황이기 때문에 변화의 방향성까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의대 수시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전장이다. 교과 강의를 하다가 이제 막 컨설팅에 발을 들인 강사나, 흥미 위주의 입시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버, 자신의 합격 경험만을 근거로 컨설팅을 시작한 의대생이 다루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학부모는 어떤 컨텐츠와 조언이 자녀에게 실제로 적용 가능한지, 그리고 그 조언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전체 학생부 흐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판단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결국 자녀의 의대 진학을 준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열심히 공부하라’는 주문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다. 중학교 시기부터 학습과 독서의 기반을 다지고, 고등학교 진학 이후에는 내신·비교과·수능의 세 축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학교 선택과 교육환경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는 자녀의 현재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며, 외부 컨설팅과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가격이 아니라 컨텐츠의 깊이와 검증된 경험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의대 입시는 운에 기대기에는 stakes가 너무 크다. 학부모가 입시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자녀의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며, 필요한 지점에는 전문적인 도움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때 비로소 의대 진학이라는 목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윤한울 MEDISKY LAB 대표이사

의치한수 SKY 진로맞춤형 학종 설계 전문가

- 연세대학교 졸업

- 現 MEDISKY LAB 대표

- 現 강남구청 인강 입시설명회 강사

- 前 이투스 / 비상에듀 / 비타에듀 인터넷강사

- 前 대치 시대인재 / 대치 이강 / 대치 아토즈 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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