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성 기자가 PICK한 뉴스 타로]는 신비한 ‘타로카드’의 형식을 빌려 재미난 그림과 키워드로 쉽게 풀어주는 뉴스 코너입니다.

회색빛 토양 위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우주비행사. 손에 쥔 가루가 휘리릭 흩날리네? 가루는 달 표면의 먼지! 다른 말로 ‘레골리스(regolith)’라 해. 레골리스는 지구의 흙처럼 달이나 화성 같은 천체의 표면을 덮고 있는 흙먼지. 달과 화성에 있는 레골리스는 물기가 없고 식물이 자라기 위한 영양분도 부족해. 독성 물질이 섞였거나 입자가 날카로워 잘 뭉쳐지지도 않지.
놀랍게도 지금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레골리스와 비슷한 물질을 만들어 여러 실험 중. 먼 미래에 우주에 기지를 짓고 생활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야. 농사를 지을 흙이나 건물을 지을 재료를 지구에서 가져가려면 운송비가 많이 들겠지? 그러니 우주에 널려 있는 레골리스를 활용하려는 것.
우주에서 펼쳐질 미래, 타로카드로 엿보자!
[첫 번째 카드] 차 한 잔의 여유

[Key point] 우주비행사는 탐사 임무를 마쳤나봐. 지구를 바라보며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 캬! 그런데 잠깐, 우주비행사 앞에 놓인 식물의 정체는?
달에서 심는 나무 한 그루
우주에서 싱싱한 채소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하지만 그 가능성을 활짝 열어젖힌 과학자들이 있어.
중국농업대 연구팀은 화산재를 활용해 달 레골리스와 비슷한 인공 레골리스를 만들었어. 그 뒤 식물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영양분인 ‘인’을 만드는 *박테리아를 인공 레골리스에 넣어 21일간 토양의 질이 나아지도록 했어. 그리고 인을 넣은 레골리스와 아무것도 넣지 않은 레골리스에 각각 식물을 심은 뒤 관찰했지.
그 결과 인을 넣은 인공 레골리스에서 키운 식물은 인 없이 자란 식물보다 줄기와 뿌리가 더 길었어. 무게도 4배 더 무겁게 무럭무럭 자라남! 지구의 토양 대신 달의 레골리스에서도 식물을 키울 수 있음을 보여줬지.
지난 9월 영국 켄트대 연구팀도 달 레골리스와 비슷한 인공 레골리스의 가능성을 확인했어. 물과 영양분을 조절한 인공 레골리스에 어린 차나무를 심은 뒤 빛과 온도를 달의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어 살펴보니? 차나무는 튼튼하게 자라났지. 우주 기지에 향긋한 차 향기가 퍼지는 날이 올 수도!

[두 번째 카드] 마법의 가루를 솔솔~

[Key point] 달에는 발전소가 없으니 전기를 만들어낼 태양전지판이 필요하지. 그런데 이 태양전지판에 왜 정체불명 가루를 뿌리지?
흙먼지로 빚어낸 태양전지판
태양빛을 전기에너지로 만드는 태양전지판은 보통 무거운 재료로 만들어져. 1㎏짜리 태양전지판이 내는 전력은 전구 한두 개를 켤 수 있는 약 50W(와트)에 불과하지. 우주기지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려면 훨씬 무거운 태양전지판을 수없이 우주로 가져가야 하겠지?
그런데 최근 독일 포츠담대 연구팀에 따르면, 미래엔 낑낑거리며 무거운 태양전지판을 달까지 옮길 필요가 없을지도! 태양전지판을 달에서 만들면 되거든. 뭘로? 레골리스로!
연구팀은 우선 달의 레골리스와 화학적 특성이 비슷한 암석인 ‘안산암’으로 인공 레골리스를 만들었어. 이걸 높은 온도에 녹여서 유리와 비슷한 물질인 ‘문글래스(moon-glass‘달 유리’라는 뜻)’를 개발했지. 문글래스를 유리창처럼 얇고 넓게 만든 후 그 위에 지구에서 가져온 아주 적은 양의 ‘*페로브스카이트’ 가루를 얇게 뿌리니? 태양전지판을 만드는 데 성공!
연구팀은 “인공 레골리스를 활용하면 1g짜리 태양전지판으로도 22~50W의 전력을 만들 수 있다”며 “지구에서 태양전지판을 우주로 실어 나를 때와 비교하면 비용을 99% 아낀다”고 했지.
[세 번째 카드] 붉은 행성의 대장간

[Key point] 드넓게 펼쳐진 화성의 붉은 땅. 조선시대 대장간에서 들릴 것만 같은 땅땅땅~ 소리가 울려 퍼진다면?
“화성 흙으로 만든 철근 대령이오”
화성은 하루 길이가 24시간 37분으로 지구와 비슷하고 사계절 변화도 나타나지. 과거에 물이 있었던 흔적도 발견됐기에 과학자들은 화성이 제2의 지구가 될 것으로 봐. 그렇다면 화성의 레골리스는 어떻게 쓸 수 있을까?
화성을 ‘붉은 행성’이라고 하잖아. 화성의 레골리스에 철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지. 호주
스윈번 공대 연구팀이 주목한 게 바로 이것. 화성에서 철을 만들 수 있다고?
연구팀은 우선 화성 레골리스를 구성하는 철, 규산염, 알루미늄 등을 섞어 인공 레골리스를 만들었어. 이후 인공 레골리스를 뜨거운 온도에서 팔팔 끓여 녹였지.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철은 ‘철광석’이라는 돌을 높은 온도에서 달군 뒤 필요 없는 물질은 빼내고 철만 쏙 뽑아내 다듬는 방식으로 만들어지거든? 이 방식을 고스란히 따라한 거야.
인공 레골리스에 1000도 이상의 열을 가하자 순수한 철을 분리해낼 수 있었고, 1400도로 더 뜨겁게 만드니 ‘철-규소 *합금’까지 얻어냈어. 화성에서 레골리스로 철이나 합금을 만든다면 기지 건설에 쓰일 철근도 뚝딱 만들 수 있겠지? 물론 화성에서 1000도 이상의 열을 낼 장치를 만드는 게 남은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