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진 기자의 점심시간]은 윤진 기자가 점심시간에 발견한 뉴스를 토대로 일상의 궁금증을 해결한다는 콘셉트의 코너입니다.

“여기도 없고… 에잇, 여기도 없잖아?”

편집실 한구석에서 부스럭대는 소리와 함께 궁시렁거리는 윤진 기자.

호기심 많은 윤진 기자가 이번엔 또 무슨 일을 벌이는 걸까?

재성 편집장이 슬쩍 다가와 봤더니! 아니, 글쎄 과자들을 쌓아놓곤 먹지도 않고 새 과자를 뜯고 있네?

“유…윤진 기자! 이 산더미 같은 과자가 다 뭐야? 칸쵸잖아?”

“과자에 사람들의 이름을 무작위로 새겨 넣은 칸쵸가 이번에 출시됐거든요. 제 이름이 적힌 과자를 찾아서 이벤트에 응모해야 하니까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쯧쯧. 그게 다~ 마케팅이거늘….”

뭐? 이 이벤트가 마케팅?

이름을 나타내는 글자가 무작위로 새겨진 칸쵸. 롯데웰푸드 제공

발견! 이달의 뉴스 이름 새긴 칸쵸, ‘품절템’ 됐다

롯데웰푸드의 대표 과자인 ‘칸쵸’가 출시 40주년을 맞아 진행한 소비자 참여형 이벤트 ‘내 이름을 찾아라’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벤트는 자신의 이름을 나타내는 글자가 겉면에 새겨진 칸쵸 과자를 찾아 SNS에서 인증하는 것. 롯데웰푸드는 이를 위해 △지은 △혜림 △수민과 같이 국내에 많이 등록된 신생아 이름 등 500여 개 이름 글자를 과자 겉면에 새겨 칸쵸를 제작하고, 이를 무작위로 포장해 판매하고 있다. 아이유 등 연예인을 비롯해 이벤트에 참가하는 사람이 늘면서 제품을 출시한 지 2주 만에 100만 개가 판매됐고,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 사태까지 빚어졌다.

아이유가 자신의 이름이 적힌 칸쵸를 찾고 있다. 아이유 유튜브 동영상 캡처

자기 이름이 새겨진 칸쵸를 찾았다는 인증샷이 SNS에 가득하네! 이름을 찾으려고 칸쵸를 30개나 산 사람도 있어. 칸쵸를 열심히 사 모으는 현상을 일본의 애니메이션 ‘드래곤볼’에 빗대어 ‘칸쵸드볼’이라는 재밌는 말로 부르기도! 심지어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는 웃돈을 받고 연예인 이름이 적힌 칸쵸를 팔거나, 특정 이름이 적힌 칸쵸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도 올라오지. 이거 진짜 ‘칸쵸 열풍’이라 할 만 하잖아?

 

과자에 이름 두 글자를 적은 것뿐인데, 이렇게 대단한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롯데웰푸드 관계자에게 대박 마케팅의 비결을 물었어. 소비자들은 자신의 이름 글자를 과자에서 발견하는 순간 과자에 강한 친밀감과 재미를 느낀다고!

 

롯데웰푸드 로고. 롯데웰푸드 공식 페이스북 캡처
롯데웰푸드 로고. 롯데웰푸드 공식 페이스북 캡처

[롯데웰푸드] “요즘 소비자들은 재밌고 특별하다고 여기는 제품을 골라 능동적으로 소비하려 해요. 이런 트렌드를 노려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과자 구매 이후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놀이 문화로 이어지게 했어요. 소비자가 놀이를 즐기는 사이에 자연스레 입소문이 퍼지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애착이 커지는 효과를 노린 거죠!”

 

롯데웰푸드 관계자의 말에서 단어 하나가 윤진 기자의 귀에 탁 꽂혔어. 바로 ‘개ㆍ인ㆍ화’!

개인화 마케팅은 소비자의 행동을 보여주는 데이터나 구매 이력 등을 토대로 특정 소비자에 맞춰 물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행위를 의미해. 넷플릭스가 사용자의 시청 기록을 토대로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쿠팡이 특정 사용자의 최근 검색한 상품을 분석해 추천 상품을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

칸쵸를 만드는 롯데웰푸드의 마케팅은 넷플릭스나 쿠팡이 펼치는 마케팅과는 결이 조금 다르지만 ‘개인화 마케팅’에 속해. 롯데웰푸드는 특정 소비자에 딱 맞춘 물품을 일대일로 제공하진 않아. 하지만 소비자가 자신을 만족시키는 제품(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칸쵸)을 스스로 찾아 나서고, 이런 행위들이 모여 제품 홍보 효과를 거두며 물품 판매율을 끌어올리게 하지.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의미를 찾아내며 자연스레 마케팅 과정에 참여하도록 이끄는 ‘참여형 개인화 마케팅’인 것.

 

참여형 개인화 마케팅이라니 완전 기발하잖아? 다른 사례를 더 찾아봐야겠어.

코카콜라 병에 로고 대신 샘, 벤 등의 영어 이름이 적혀 있다. 코카콜라 공식 유튜브 동영상 캡처
코카콜라 병에 로고 대신 샘, 벤 등의 영어 이름이 적혀 있다. 코카콜라 공식 유튜브 동영상 캡처

참여형 개인화 마케팅의 원조는 바로 글로벌 음료기업인 코카콜라.

코카콜라는 2011년 호주에서 콜라병에 새겨진 로고 대신 톰·미셸·줄리아 등의 이름 150개를 병에 새겨 넣어 무작위로 판매하는 ‘쉐어 어 코크(Share a Coke)’ 이벤트로 인증 열풍을 일으켰어.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탄산음료 소비가 크게 줄어 코카콜라의 *매출이 10년째 떨어지던 상황. 하지만 이 마케팅 덕분에 2011년 한 해 동안 2억5000만 병의 콜라가 팔렸어. 전년 대비 코카콜라 소비량이 7% 늘어난 것. 당시 호주 인구가 약 2300만 명이었으니 한 명이 1년간 10병 이상의 콜라를 사먹은 셈이지. 이후 코카콜라는 80개가 넘는 나라에서 같은 이벤트를 열었지.

빙그레가 진행한 ‘#채워바나나’ 이벤트의 광고 스틸컷. 빙그레 제공
빙그레가 진행한 ‘#채워바나나’ 이벤트의 광고 스틸컷. 빙그레 제공

국내에서는 2016년 빙그레가 대표 제품 ‘바나나맛우유’로 진행한 ‘#채워바나나’ 이벤트가 대표적. 당시 빙그레는 우유 용기 겉면에 쓰인 글자 중 ‘바나나’라는 단어의 초성을 지워 ‘ㅏㅏㅏ 맛 우유’라고 쓰인 우유를 출시했어. 지워진 초성을 소비자가 직접 채워 원하는 글귀를 만들 수 있게 한 거지. 감기로 고생하는 친구를 위해 우유 용기의 초성 자리에 ㄴ, ㅇ, ㄹ을 써 넣어 ‘나아라’라는 메시지를 완성해 선물하는 식.

이 이벤트가 인기를 끌면서 바나나맛 우유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껑충 뛰었어. 같은 해 대한민국 온라인광고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마케팅에 숨은 비밀을 알고 나니까 더더욱 칸쵸에서 내 이름을 찾고 싶어지잖아?

그나저나 편집장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재성 기자] 이 맛난 초코과자를 원 없이 먹을 수 있다니! 이게 웬 횡재냐! 그나저나 내 이름도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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