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고마비의 계절, 유난히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데, 마치 창문을 통해 보듯 시야가 뿌옇고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우리 눈의 ‘수정체’가 보내는 건강 신호일 수 있다. 강한 여름 햇살을 지나며 누적된 자외선의 영향으로, 가을철에 눈의 노화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40대 이후 가까운 글씨가 흐릿해지는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초점 조절 능력이 저하되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이다. 하지만 ‘백내장’은 카메라 렌즈가 오염되듯, 투명했던 수정체 자체가 단백질 변성으로 뿌옇게 혼탁해지는 명백한 질환이다.
두 질환은 시야가 흐려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증상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노안은 주로 근거리 시력 저하에 국한되지만, 백내장은 시야 전체가 안개 낀 것처럼 흐려지고, 불빛이 번져 보이는 빛 번짐 현상이나 물체가 여러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 밝은 곳에서 시력이 더 떨어지는 주맹현상 등을 동반한다. 이러한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나이 탓’으로만 여겨 방치하면, 적절한 관리 시기를 놓쳐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백내장의 가장 주된 원인은 노화지만, 자외선 노출은 수정체의 노화와 변성을 촉진하는 강력한 위험 인자다. 여름 내내 강한 자외선에 눈이 무방비로 노출되었다면, 그 손상이 누적되어 가을철에 증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선글라스나 모자 착용을 통해 눈을 보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백내장은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는 진행성 질환으로, 수술을 통해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개인의 눈에 맞는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이 유일한 관리 방법이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백내장 해결은 물론, 노안과 근시, 난시까지 함께 교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때 어떤 인공수정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수술 후의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먼 거리에 초점을 맞추는 '단초점 렌즈’는 수술 후에도 독서 시 돋보기안경이 필요할 수 있지만, 선명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먼 거리와 가까운 거리를 모두 볼 수 있게 설계된 ‘다초점 렌즈’는 안경 의존도를 크게 낮춰주어 활동적인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준다.
강남큐브안과 윤상원 대표 원장은 “다만, 모든 사람에게 다초점 렌즈가 적합한 것은 아니다. 개인의 직업, 취미, 생활 습관, 그리고 안구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알맞은 렌즈를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술 전에는 반드시 정밀한 안구 검진을 받고,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