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엔 SNS에 친구랑 먹은 피자 사진을 올리며 재미난 기억을 남기지. 이렇듯 일상에서 만나는 물건과 사건들을 그림으로 옮기는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어.
9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울 서초구)에서 계속되는 미국의 현대 미술 화가 ‘캐서린 번하드 展(전)’이 그것. 2000년대 초 미국 뉴욕 미술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캐서린 번하드는 화려한 색채와 즉흥적인 붓질, 그리고 유쾌한 상상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미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성장했지. 멋진 풍경이나 인간의 깊고 복잡한 내면이 아니라, 사람들이 평소 사용하는 물건이나 신나는 대중문화를 소재로 삼았어. 그는 주장했지. “무엇이든 그릴 수 있다”고 말이야.
자, 채현 기자와 김채이 학생기자(서울상수초 5)가 번하드 작가의 예술 속으로 들어가 봤어.
대중문화를 만난 현대 미술

”오잉,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건데? 맥도날드 로고?“
전시장에 들어선 채이 학생기자. 맥도날드 로고가 떡 하니 담긴 그림에 깜짝 놀랐어. 이런 것도 예술?
놀라긴 일러. 그의 그림엔 하인즈(토마토 케첩), 누텔라 (초코 잼), 도리토스(과자), 나이키(스포츠 브랜드), 크록스 (신발 브랜드) 등 우리가 쉽게 접하는 브랜드와 상품들이 화려하고 대담한 색채를 통해 담겼지. 그의 그림이 ”대중문화와 현대 미술의 완벽한 교차점“이라고 평가되는 이유야.
번하드 작가는 요즘 무엇에 푹 빠져 있을까? ‘Class Act(Messi)’ 라는 작품에 제대로 드러나. ‘MESSI(메시) 10’이라는 글자가 눈에 확 띄지? 맞아. 아르헨티나의 세계적인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의 등 번호 ‘10’이 달린 유니폼이야. 요새 축구에 푹 빠진 작가와 가족의 관심사가 고스란히 옮겨졌지.
유니폼을 입은 건 ‘핑크팬더’. 미국 유명 만화인 ‘핑크팬더’ 시리즈의 주인공인 분홍색 퓨마 캐릭터야. 번하드는 핑크팬더를 모델로 한 그림을 여럿 그렸는데, 1960~197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린 캐릭터 인 핑크팬더는 대중문화 그 자체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지. 그럼 번하드가 요즘 즐겨 먹는 간식은? 그렇지. 프레첼이야!
SNS를 통해 궁금해하던 친구의 근황을 알게 되듯, ‘번하드는 요즘 핑크팬더에 꽂혔구나’ ‘번하드는 축구를 좋아하네?’ 하고 작가를 친구처럼 느끼도록 함으로써 예술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높은 벽을 허물려는 의도지.
내 방 같은 예술가의 작업실

도리토스, 치토스, 피자 박스, 콜라병에 헌 양말까지. 지저분한 걸 보니 혹시 내 방의 모습? 실은 번하드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에 놓인 물건들이야.
색깔별로 정리된 물감 튜브들과 깨끗이 세척된 붓들이 가지런히 놓인 공간을 상상했다면 깜짝 놀랄 걸? 튜브들은 널브러져 있고 물감이 덕지덕지 묻은 붓은 아무렇게나 꽂혀 있지. 말 그대로 ‘리얼한’ 작업실을 보여 주려는 의도가 담겼어. ‘과자와 피자를 먹으 면서 열심히 그림을 그렸겠군’ ‘붓을 씻는 일이 영 작업실 재현 공간을 구경하는 채이 학생기자 귀찮았겠지’ 하면서 번하드 작가의 하루를 우리가 상상해 보게끔 하려는 것.
손맛 가득한 피카츄

“오오. 이거 엄청 희귀한 카드예요!”
만화 영화를 좋아하는 채이 학생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서핑 피카츄’. 애니메이 션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소재로 출시된 포켓몬 카드를 묘사한 그림이야. 피카츄 가 바다에서 서핑하는 모습이 담긴 카드 는 제일 구하기 힘들지.
그런데 피카츄가 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아? 얼굴은 일그러졌고 채색도 들쑥날 쑥. 번하드 작가는 ‘일부러’ 이렇게 그렸어. 자로 잰 듯 정확히 그리는 것보단 날 것 그대 로를 보여 주는 것이 그림의 진정성이라 고 생각하니까. 인공지능(AI)이 몇 초 만에 뚝딱 그림을 그려내는 요즘일수록 ‘진짜 인간’만이 가능한 ‘손맛’을 자신의 그림 에서 관람객들이 최대한 느끼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있기도.
앗, 나의 멋진 실수

“앗, 이 발자국은 뭐죠?”
번하드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던 채이 학생기자가 수상한 발자국을 발견했어. 혹시 작가가 숨겨 놓은 메시지? 아니야. 작품을 그리면서 걸음을 옮기던 그가 실수로 남긴 발자국인데, 그는 일부러 지우지 않았어. “오히려 멋있는데요?“라며 놓아두었지. 실수를 비롯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도 예술 작품의 일부로 여기 는 작가의 유연한 태도를 알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