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현 기자가 PICK한 뉴스 타로]는 신비한 ‘타로카드’의 형식을 빌려 재미난 그림과 키워드로 쉽게 풀어주는 뉴스 코너입니다.

탐스럽게 열린 토마토. 픽사베이 제공
탐스럽게 열린 토마토. 픽사베이 제공

“뽁뽁.” 작은 공기 방울이 터지는 소리에 귀 기울인 채현 기자. 수정 구슬을 들여다봤더니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이 소리의 정체는? 놀라지 마. 토마토가 진짜로 내는 소리일지도 모르니!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에 따르면, 물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식물은 소리를 낸다고 해. 5일간 물을 주지 않은 토마토 덩굴을 조용한 공간에 둔 뒤 특수 녹음기를 설치했더니 덩굴에서 1시간에 50회 정도 ‘뽁뽁’ 소리가 나는 것이 확인됐지.

토마토에서 나는 소리는 사람 귀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 박쥐 같은 작은 포유류들이 들을 수 있는 수준이지. 연구팀은 줄기의 물기둥이 건조해지고 갈라지면서 나오는 소리로 추측해.

“어서 빨리 물을 달라”는 토마토의 작은 외침이라고나 할까?

더 놀라운 게 있어. 토마토의 이 소리에 나방 같은 곤충이 특별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

토마토야, 나방아! 이렇게 소통하고 있었던 거야? 타로 카드로 살펴봐야겠어.

 

[첫 번째 카드] 토마토의 비명

[Key point] 신비로운 토마토 덩굴의 아우성. 그 속에서 정신없이 도망치는 나방이 보여.

싱싱한 토마토에만 알 낳을 거야

동물이 어떻게 식물의 소리에 반응할까?

텔아비브대 연구팀은 암컷 나 방에서 그 힌트를 얻었어. 나방 은 토마토처럼 달콤한 열매가 열리는 식물을 찾아 그 근처에 알을 낳아. 알을 깨고 나온 애벌레가 열매의 당분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도록 말이지. 그런데 연구팀은 토마토가 소리를 낼 때는 암컷 나방이 그 근처에 알을 낳지 않는다 는 사실을 발견했어.

연구팀은 물기가 부족해 뽁뽁 소리를 내는 토마토 덩굴과 신선하고 촉촉한 토마토 덩굴을 나란히 두고 암컷 나방을 풀어놓았어. 그 결과 나방은 신선하고 촉촉한 토마 토 덩굴에 알을 더 많이 낳았지.

그 다음에 연구팀은 청각이 손상된 나방들을 이용해 똑같은 실험을 했는데, 이 나 방들은 두 덩굴에 차이를 두지 않고 골고루 알을 낳았다고 해. 나방이 식물의 소리 에 반응해 행동한다는 증거겠지?

[두 번째 카드] 꿀을 부르는 소리

[Key point] ‘위이이잉’ 소리에 꽃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마법이 펼쳐져. 꿀을 부르는 소리는?

식물도 귀가 있을까?

동물이 식물이 내는 소리를 듣는다면 반대로 식물도 동물의 소리에 반응할까?

이탈리아 토리노대 연구팀의 실험은 이 물음에 흥미로운 답을 내놔. 꽃이 꿀벌의 ‘윙’ 날갯짓 소 리를 듣기만 해도 평소보다 꿀을 더 많이 생산한 다는 실험 결과를 최근 얻었지.

연구팀은 먼저 금어초라는 식물의 꽃 근처에서 꿀 벌이 날갯짓하는 소리를 녹음했어. 이후 녹음된 소리를 금어초 꽃 옆에 틀어놨더니 꽃에 서 나오는 꿀의 양이 더 많아진 데다 달달함의 정도 또한 20% 이상 증가했지.

꽃은 사람의 귀 같은 청각기관이 없는데 어떻게 소리를 들을까? 꽃잎이 일종의 ‘귀’ 역할 을 한다고 연구팀은 추측해. 금어초 꽃잎을 제거한 다음 꿀벌의 날갯짓 소리를 들려줬을 땐 꽃에서 꿀이 많이 나오지 않았거든. 연구진은 꿀벌의 날갯짓으로 일어나는 공기의 진 동을 꽃잎이 감지하면서 꿀 생산이 활발해진 것이라고 보지.

벌의 날갯짓 소리에 꽃이 꿀을 더 많이 내놓는 건 수분을 위한 꽃의 생존 전략이야. 꽃 입장에선 벌이 오래 머물러줘야 좋아. 그래야 벌의 몸에 꽃가루가 더 많이 묻고, 이 꽃가루가 다른 꽃으로 옮겨질 테니! 꽃은 수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벌의 소리를 듣자마자 꿀 생산을 늘림으로써 벌이 더 오래 머물도록 하는 거지.

[세 번째 카드] 지혜로운 숲의 대장

[Key point] 일식이 일어나는 날.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보내는 신호로 숲 전체가 일렁였어.

나무들의 슬기로운 단체생활

꽃이 소리를 내고 또 들을 수도 있다니, 정말 신 기하지? 어떤 식물은 같은 종끼리 소통하면서 협력하기도 해.

영국 웨스트잉글랜드대 연구팀의 실험을 보자. 연구팀은 먼저 이탈리아 돌로미티 산지에 있는 나무들의 뿌리와 줄기에 세포 변화를 측정하는 특수 센 서를 붙였어. 그 뒤 수개월간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했지. 그 결과 일식이 일어난 날에 는 나무들의 뿌리 속 칼슘이온 농도가 평소보다 높아졌어. 햇빛이 줄어드는 일식에 대 비해 자기 몸을 미리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나무들의 움직임인 셈.

중요한 건 칼슘이온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70년 이상 된 나이 많은 나무부터 시작 해서 태어난 지 20년 정도인 어린 나무의 순서로 차례대로 나타났다는 것. 오래된 나무일수록 뿌리도 크고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잖아. 나이든 나무가 뿌리를 통해 보낸 미세한 진동이 어린 나무들에게 전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어. “자, 어린 나무들아. 곧 햇빛이 줄어들 테니 나를 따라서 미리 몸을 튼튼하게 만들거라” 하고 명령하는 것 처럼 말이야. 마치 나이 많은 늑대가 무리를 이끄는 것처럼 오래된 나무가 숲속 대장이 되어 위기를 알리는 셈.

저작권자 © E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