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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유리잔이 참나무라고?
  • 변예주 기자

  • 입력:2022.07.08 14:07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전

 


참나무 (An Oak Tree)’ 1973

물이 담긴 유리잔이 선반에 놓여 있어. ‘영국 *현대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이 작품을 참나무라 이름 지었어. 물잔이 어떻게 참나무가 될 수 있을까크레이그 마틴은 내가 물잔을 참나무로 바꾸고 싶었으므로 물잔이 참나무로 바뀔 수 있었다고 말해
우선 잊지 말아야 할 게 있어. 크레이그 마틴은 *개념미술의 선두주자란 사실. 현대미술의 한 종류인 개념미술은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나 작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새로운 미술적 태도를 뜻해. 캔버스에 참나무를 그리지 않더라도, 선반 위 물잔에 예술가가 참나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 자체로 참나무가 된다는 거지. 눈에 보이는 것보다 작가의 의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게 개념미술이야.
선명하고 강렬한 색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크레이그 마틴. 그의 1970년대 초기작부터 2021년 최신작까지 총 150여 점의 작품을 만나보는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8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어.
 

·사진 변예주 기자
 

[상식UP]

*현대미술: 20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의 미술. 물건을 입체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거나 새로운 형식으로 창조하려는 특징이 있다.
*개념미술: 현대미술의 한 분야.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제작 과정에서의 아이디어부터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 남성용 소변기에 서명을 한 뒤 이라는 이름을 붙인 마르셀 뒤샹의 (1917)’이 개념미술의 대표작. 크레이크 마틴의 참나무을 이어 개념미술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서 아시아 최초로 공개됐다.

 
크레이그 마틴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세월이 흐르며 일상 속 제품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어.
과거 LP 레코드판과 더불어 음악을 저장하고 재생하는 장치인 카세트테이프를 목격할 수 있어.​ 2002년 작품 카세트(Casette)’에는 카세트테이프(소리를 기록하는 플라스틱 갑)의 모습이 담겼어. 음악을 듣고 즐기는 도구인 헤드폰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진화하는 과정도 볼 수 있어.​ 1984년 작품 사적인 댄서(Private Dancer)’에는 줄 달린 헤드폰이, 2018년 작품 제목 없음(무선)(Untitled(wireless))’에는 무선 헤드폰이 등장하지

 

 

틀에서 벗어나


카세트(Cassette)’, 2002, Acrylic on canvas, 289.6 x 208.3㎝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Gagosian. UNC 제공

 

캔버스를 꽉 채운 카세트테이프. 전통적인 방식에 따르면 *오브제를 캔버스 정중앙에 배치하거나 가장자리에 치우치게 그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야. 하지만 이 작품에서 카세트테이프는 정중앙에 떡하니 자리 잡았고, 끝은 가장자리에 치우쳐져 있지. 전통적인 미술 형식에 도전해 형식과 원칙을 깨려하는 의도가 보이는 파격적인 작품이야.

*오브제(objet): 초현실주의 미술에서 일상품이나 자연물을 본래의 용도와 다르게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을 일으키는 상징적인 물건.
 

 

 ‘사적인 댄서(Private Dancer)’, 1984, Steel rod and oil paint on aluminum, 247.7 x 175.3 x 61㎝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Gagosian. UNC제공

그림처럼 2차원으로 보이는 이 작품은 사실 3차원 조각 작품. 정면에서 보면 그림이나 선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조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
 


제목 없음(무선)(Untitled (wireless))’, 2018, 250 x 200㎝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Gagosian.

 

상상으로 완성되는 예술


제목 없음(9 패널)(Untitled(9 panel))’, 2001, Acrylic on canvas, 254 x 101.6 (each panel)㎝ ⓒ Michael Craig-Martin. Courtesy Gagosian. UNC 제공

 

작품의 맨 왼쪽에 등장한 물건은 무엇 같아? 정답은 옛날 TV. 버튼을 돌려서 채널을 바꾸는 옛날 TV의 모습이 어떤지 몰랐다면, 쉽게 답을 맞히기 어려웠을 거야.
9개의 긴 패널()로 구성된 이 작품의 특징은 물건의 일부 모습만 확대해서 그린 것. 작가는 일상적인 물건의 일부만 작품에 담아도 관람자가 여백을 상상하고 어떤 물건인지 알아차리는 것에 호기심을 느꼈대. 사람마다 가진 기억과 경험이 다르니 관람자들은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모두 다른 상상을 펼치지.
크레이그 마틴은 통념(널리 통하는 생각)을 깨고자 일상적 물건들의 색과 크기도 바꿨어. 보통 카메라는 검정색, 변기는 하얀색, 첼로는 고동색을 떠올리잖아. 이를 뛰어넘어 분홍색, 주황색같은 강렬한 원색을 사용했지.
여러 이미지를 모아 하나로 만든 이 작품은 여러 성인(聖人·지혜와 덕이 뛰어나 길이길이 본받을 만한 사람)의 모습이 담긴 고전 회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어. 성인 대신 일상품으로 채워 패러디(특정 작품을 흉내 내어 익살스럽게 표현)했지. ‘일상 속의 위대함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작가의 의도가 녹아있어.

  



▶에듀동아 변예주 기자 kuj0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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