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양운고등학교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개학이 연기됨에 따라 등교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택배로 교과서를 배부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대입을 치르는 고3 수험생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개학이 3주나 연기되며 고3 1학기를 정상적으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최근 코로나19가 수도권에서 다시 크게 번지며 코로나19의 종식이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 이미 차질이 생긴 1학기와 여름방학은 물론 전체 대입 일정조차 추가 변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고3 수험생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 대입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는데 아직도 ‘예비’ 고3
대입은 단기간에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고3 1학기의 의미는 유독 남다르다. 9월부터 수시모집이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대입 전 마지막 학기로, 결승선이 얼마 남겨두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려야 하는 ‘막판 스퍼트’의 시기이기 때문. 특히 고3은 이미 졸업해 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만 전념하면 되는 N수생과 달리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와 수능을 동시에 준비하며 최종 완성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야 하기에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귀한 시기다.
그러나 올해 고3은 앞서 코로나19로 전국 초중고교 개학이 3주나 연기되며 2021학년도 수능 D-250일(3월 14일)이 코앞인 상황에서도 사실상 ‘예비’ 고3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 개학 연기로 당초 오늘(12일) 진행될 예정이던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는 물론 4월 학평도 각각 4월 2일(목)과 28일(화)로 잇따라 연기되며 자신의 객관적인 위치를 파악해 1년간의 대입과 학습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기도 예년보다 크게 늦춰졌다.
대입에 반영되는 마지막 학기이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3학년 1학기 학생부를 채우는 데도 막대한 지장이 생겼다. 당장 학생부 교과로 반영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변화가 불가피하다. 통상 4월 중순쯤 시행하던 중간고사는 5월 중순 이후로, 7월 초쯤 시행하던 기말고사는 7월 말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이 경우 수능을 시행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수시모집 직전 수능 모의고사로 시행해 중요성이 매우 높은 6월 모의평가와 중간고사가 겹쳐 수험생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12일 중간고사를 과정 중심 평가로 대체할 것을 권장하는 지침을 내렸으나, 이 또한 기존과는 다른 변화이기에 수험생에겐 부담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여름방학이 대폭 축소되는 점도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수업일 기준 15일이 휴업된 현재로선 방학 일정을 단축해 이를 보완하게 되어있다. 이에 따라 통상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3주가량 진행되던 여름방학이 대폭 단축될 가능성이 큰데, 고3 수험생의 경우 여름방학을 활용해 자기소개서 작성, 논술고사 준비 등의 수시모집 대비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학생부 준비로 바쁜 학기 중 미흡했던 수능 학습 보완을 위해 여름방학을 활용하는 수험생도 상당수다. 결국 대입 직전 가장 중요한 시기인 고3 1학기와 여름방학 일정이 코로나19로 뒤엉키며 수험 준비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 것.
올해 고3 수험생인 A 양은 “코로나19로 학원과 도서관도 문을 닫아 집에서 혼자 공부 중인데 당장 1년간의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도 감이 오지 않는다”며 “아무리 모든 고3 수험생이 똑같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심란하고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 추가 연기되면 대입 일정 타격도… “불안정성이 최대 적”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좀처럼 진정세로 돌아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는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팬데믹’이 선언된 가운데 국내에서도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급격히 확산되고 있어 학사일정에 추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3주나 밀리며 7~8월 여름방학 일정까지 영향이 간 상황에서 추가적인 개학 연기가 진행될 경우 당장 9월부터 시작되는 수시모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로 학생부를 주요 전형요소로 하는 수시모집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8월까지 학생부 입력이 정상적으로 마감돼야 하기 때문이다.
추가로 개학을 연기할 경우 방학 감축이 아닌 수업일수 감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대입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업일 기준 15일을 초과해 휴업을 하게 되면 방학을 넘어 수업일수 감축으로 휴업 기간을 대체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충분히 수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학생부 작성에 필요한 수업은 물론 수능 출제범위 학습을 위한 충분한 수업이 진행되지 않아 전체 대입 일정을 계획대로 소화하는 데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대입 일정의 경우 사전예고제에 따라 이미 확정돼 있으나,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경우 변경할 수 있다. 수능 전날 경북 포항시에서 지진이 발생해 이후 대입 일정이 모두 일주일씩 연기된 2018학년도 대입 이후 고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 B 씨는 “지금까지의 변화도 대입 준비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나,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앞으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불안정성이 대입 준비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며 “하필 자녀가 대입을 준비할 때 이런 상황이 생긴 게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부는 현재까지 개학 추가 연기는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대입 일정 또한 현 단계에서 논의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단 대입에 반영되는 3학년 1학기 성적 산출만 정상적으로 가능하다면 대입 일정은 조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코로나19에 ‘팬데믹’이 선언된 12일 “개학 추가 연기 여부는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종합해 판단할 문제”라며 “우선 오는 23일 개학을 전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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