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 ‘18세’ 선거권 시대 개막 초읽기… 교육계의 과제는?
  • 최유란 기자

  • 입력:2020.01.30 18:17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4·15총선을 앞두고 교육계 안팎이 분주하다.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이번 총선부터 선거권 기준 연령이 만 나이 기준 ‘19세’에서 ‘18세’로 낮아지며 본격적인 18세 선거권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8일 이번 선거에서 새롭게 선거권을 갖게 되는 만 18세의 선거운동 허용 범위 기준 등을 포함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데 이어 교육계에서도 각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학교 울타리 안에 있는 학생들이 투표권을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도록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선거운동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범주의 논의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이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실에서 ‘18세 선거권 시대의 교육적 의의와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도 그 일환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18세 선거권이 이미 적용된 해외 사례 등을 바탕으로 학생 유권자를 위해 학교 교육에서는 무엇을 준비하고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중점적으로 오갔다. 토론회에서 제시된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18세 선거권 시대의 교육적 의의와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최유란 기자


○ 외국의 선거교육은? “실습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전 세계 국가의 약 92%는 18세부터 선거권을 인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기준으로 하면 18세에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독일, 뉴질랜드, 스위스 일부 주는 16세부터 선거권을 주기도 한다. 이들 국가의 경우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만큼 학교에서의 선거교육 또한 활성화돼있는 편.

특히 최근 30대 여성 총리가 선출돼 세계를 놀라게 한 핀란드의 경우 종합학교와 고등학교의 일반사회 교과목에서 민주주의 교육의 일환으로 선거, 정당, 의회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생생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실습 위주의 교육이 눈에 띄는데, 학생들이 실제 핀란드의 실제 의회 정당에 대해 파악한 뒤 선거에서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을 정당을 고르고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 전국 규모로 청소년 모의선거를 실시하고 각 학교에서 후보 등을 초청해 선거 패널 토론회도 진행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핀란드의 사례를 소개한 서현수 서울대 분배정의연구센터 연구원은 “핀란드는 학교 교과과정은 물론 사회 전반에서 청소년을 위한 민주주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한다”며 “우리나라도 이번 총선부터 새로이 선거권을 행사할 학생 유권자를 위한 내실 있는 선거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선거권 기준 연령을 기존 20세에서 18세로 낮춘 일본 또한 매뉴얼을 만들어 모의선거부터 모의청원, 모의의회 등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성숙한 선거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 사례를 소개한 석주희 한림대 일본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적극적인 선거교육을 실시 중인 일본은 선거연령 하향 후 실시된 선거에서 비교적 높은 선거율을 기록했다”며 “다만 교육 차원에서 정치적 중립은 중요한 문제인 만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는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 입시 위주 교육이 발목… “입시제도 연계도 고려”

선거권의 확대로 이미 선거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세계 여러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이번 총선이 학생 유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하는 첫 시험무대다. 이에 2부에서는 ‘18세 선거권과 학교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18세 선거권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입시열이 높은 국내 교육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청소년 정치 참여를 막는 요인 중 하나로 ‘입시’ 위주의 교육을 꼽았다. 교육 환경이 입시를 중심으로 구축되며 정치, 사회적인 이슈나 문제에 대한 논의와 토론이 학교에서 충분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 실제로 2017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국내 고교생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정치교육을 어느 정도 경험했는지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45.9%) 이상의 학생이 학교에서 정치토론수업을 거의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의대통령선거(18.5%) △모의국회의원선거(11.6%) 등 모의선거를 경험한 학생의 비율 또한 낮게 조사됐다.

이창호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고교생은 입시에서의 불이익이나 학교 징계 등을 우려해 정치적 행동을 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르는 편인 점도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막는 장애요인”이라며 “그러나 이제 만 18세 청소년도 합법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게 돼 향후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학교에서 정치토론을 일상화하고 모의선거를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정치교육을 입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우리나라와 같이 입시열이 높은 일본에서 유도하고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일본은 최근 우리나라 수능에 해당하는 센터시험을 폐지하고 논문과 면접을 통한 새로운 입시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선거수업을 통해 정책을 조사하고 자신의 지역에 관심을 가지며 모의국회를 진행하는 것이 입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강조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며 “입시제도와의 연계 또한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에서 ‘18세 선거권 시대의 교육적 의의와 과제’를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 모습


○ 30대 총리가 탄생하려면? “투표에서 더 나아가야”


18세 선거권의 안착을 넘어 청소년의 정치 참여를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향후 과제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단순히 투표권을 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소년들이 정치에 주도적이면서도 실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는 것. 서현수 연구원은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이번 선거법 개정의 한계에 대한 새로운 숙고와 토론도 필요하다”며 “18세로 선거권 기준 연령이 낮아졌지만 이는 여전히 매우 제한된 수준의 개혁 조치로, 피선거권 연령 기준의 하향 조치도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공직 선거에서 피선거권 연령 기준은 대통령 출마자의 경우 만 40세이며 국회의원과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의 장 또는 의원의 경우 만 25세다. 반면 프랑스나 핀란드 등에서는 18세 이상의 시민에 대통령, 국회의원 등 각급 공직 선거에 출마할 권리를 주고 있다. 서 연구원은 “핀란드에서 2~30대 총리와 장관, 국회의원이 대거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대 초반부터 정치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라며 “18세가 넘으면 투표권은 물론 원한다면 직접 다양한 공직 선거에 출마해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적 이념과 가치, 정책 지향 등을 표현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석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도 앞으로의 선거교육이 단순히 투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학생들이 개인적 필요나 요구를 집단적인 필요나 요구로 전환하는 정치적 실천 과정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교수는 “앞으로의 선거교육은 단순히 정치적 판단에 근거한 투표 역량만이 아니라 정치적 실천 역량 전반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학생들이 선거를 비롯한 여러 정치적 실천 행위를 하며 참여를 통한 변화를 맛보며 정치적 효능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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