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입시
  • 고교체제 개편 화살, 영재학교로… ‘영재성 검사-캠프’ 공식 깨질까
  • 최유란 기자

  • 입력:2019.12.20 18:09

 


2020학년도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입학설명회 모습.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제공


정부가 2025년을 목표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고·국제고를 일괄 폐지하는 등 강도 높은 고교체제 개편을 예고한 가운데 개편의 ‘무풍지대’로 여겨지던 영재학교에도 일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에 영재학교를 포함한 고교의 선발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이후 영재학교 중에서는 처음으로 서울과학고가 내년부터 적용되는 선발제도 일부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 이런 가운데 영재학교의 입시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현행 영재학교 입학전형 또는 시기 등이 전면 개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 서울과학고 개선안, ‘의대 진학 시 불이익’ 전부 아니다

서울과학고는 이달 초 2021학년도부터 선발제도를 일부 개선할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고교서열화 해소방안에서 그간 고교체제 개편 범주에 포함하지 않았던 영재학교 또한 고입 단계의 사교육 유발요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선발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명시한 지 약 한 달 만에 서울시교육청과 협의해 자체적으로 마련한 방안이다.

주요 내용은 당장 내년 4월 시작되는 2021학년도 입학전형부터 지역인재 우선선발제도를 확대하고 영재학교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재학생의 의대 진학에 대해 불이익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의대에 지원하는 재학생에게는 1500만원가량의 교육비 및 장학금 환수 등의 강력한 조치가 취해진다.

하지만 앞으로의 변화가 주목되는 대목은 따로 있다. 바로 평가 내용과 방법의 변화를 예고한 부분이다. 서울과학고는 최근 고교체제 개편이 고교서열화에 따른 입시 경쟁 심화 지적에 따른 것인 만큼 선행학습 효과를 배제하고 입시 사교육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열린 문항 출제를 확대하는 등 평가를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학교 측이 평가 개선을 위한 연구에 들어간 상태”라며 “사교육을 받은 학생이 유리하지 않도록 정답이 없거나 여러 개인 열린 문항 출제를 늘리는 등 출제 방향이나 유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영재학교 개선 없인 고교서열화 해소 불가”

당장은 연구 단계에 그치고 있지만, 연구 결과에 따라 실제 영재학교 입학전형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교육부가 영재학교 선발제도 전반의 개선 필요성을 명시한데다 교육시민단체 등에서 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가 지난 18일 개최한 고교서열화 해소를 위한 영재학교·과학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에서 최수일 사걱세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현재 영재학교의 입학전형은 보통의 시민이나 정상적인 학교 교육과정을 통해서 준비할 수 없다”면서 “영재학교 설립 목적을 훼손하지 않고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입학전형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선영 경기 신일중 교사 또한 “영재학교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수학을 선행으로 학습하는 등 학습 부담과 스트레스가 과도하고 이는 곧 미래인재로서의 역량 저하로 이어진다”며 영재학교의 입학전형 및 교육과정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입학전형 개선의 요구는 일부 영재학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광주지역 교육시민단체인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은 앞서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과학고가 최근 선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것을 언급하며 광주과학고 또한 보다 혁신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경제적 배경이라는 특권이 대물림되는 귀족 교육으로 전락한 영재학교 입시를 하루빨리 정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며 “광주시교육청 또한 철저한 대책을 세워 광주과학고가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과학고처럼 자기주도전형? 일반고와 동시 선발?

이처럼 영재학교 입학전형 개선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영재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의 관심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로 쏠린다. 평가 방법과 시기 등 여러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대두되고 있는 방안은 지필평가 폐지다.

현재 영재학교 입학전형은 1단계 서류평가를 시작으로 2단계 지필평가인 영재성 검사(창의성 문제해결력 평가), 3단계 영재성 캠프(다면평가)로 진행된다. 이 중 2단계 지필평가는 영재학교 입학전형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 전형인데, 중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나 경시대회 수준 등으로 출제하며 사교육을 특히 유발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이에 교육부가 영재학교 선발방식의 개선 계획을 밝히며 제시한 예시에 ‘지필평가 폐지’가 포함되기도 했다.

지난 18일 사걱세 토론회에서도 지필평가 폐지 필요성이 잇따라 제기됐다. 최수일 대표는 “영재학교 입학전형에서 지나친 난도의 교과지식을 묻는 지필고사를 폐지하고 과학고처럼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에 자기주도적으로 장래성과 잠재력을 가진 진정한 영재를 선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기고, 후기고로 나뉘는 다른 고교 유형과 달리 매년 4월 모집을 시작하는 영재학교의 입시 시기 또한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신영 교사는 “많은 학생이 영재학교에 먼저 도전한 뒤 떨어지면 과학고를, 이후에는 자사고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영재학교, 과학고, 자사고, 일반고 순서로 위계화된 서열이 강하게 인식돼 있다”면서 “또한 3학년 1학기에 이미 영재학교에 합격한 학생들로 인한 주변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큰 만큼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입시를 일반고 입시와 동일한 시기에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부 역시 영재학교와 과학고의 지원 시기 일원화를 개선 예시의 하나로 제시한 바 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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