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한층 ‘신중’해진 2020 수능에 상위권 웃고 중위권 울었다
  • 최유란 기자

  • 입력:2019.11.15 18:26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종료된 지난 14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대구=뉴시스


지난 14일 치러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여러모로 안정성이 돋보인 시험이었다. 2019학년도 수능이 난이도 조절 실패에 따른 ‘불수능’ 논란에 휩싸이며 수능 관리를 책임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공식 사과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던 만큼 이번 수능은 전반적으로 초고난도나 신유형 문항 출제를 지양했으며, 특히 지난해 어렵게 출제됐던 영역의 난이도 변화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돋보였다. 초고난도 문항의 난도를 낮추는 대신 나머지 문항의 난도를 상향 조정하는 방법을 택한 것.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상위권 수험생에게는 수월하나 중위권 수험생에게는 까다로운 시험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 ‘불’붙었던 국어·영어 난도 낮춰“등급컷 하락, 1등급 비율 증가 전망”

올해 수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난이도’였다. 특히 지난해 표준점수 최고점이 현 수능 체제 도입 후 가장 높아 ‘불수능’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1교시 국어영역의 난이도에 큰 관심이 쏠렸고 이에 심봉섭 수능 출제위원장은 지난 14일 수능 직전 진행된 출제방향 브리핑에서 “지난해 국어 31번 같은 초고난도 문항은 없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시행된 국어영역은 지난해 대비 난도가 대폭 낮아져 평이하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국어영역 시험이 종료된 직후 주요 입시업체는 모두 “지난해 수능보다 쉬웠으며 초고난도 문항도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문과 선지 또한 비교적 짧아졌으며 EBS 실질 반영률도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올해 수능 국어영역의 난도가 낮아진 점은 추정 등급컷에서도 확인된다. 15일 오후 4시 기준 주요 입시업체가 추정한 국어영역의 원점수 기준 1등급컷은 91~92점이다. 지난해 수능 국어영역의 1등급컷이 84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점 이상 상승한 것.

국어영역과 함께 지난해 ‘불수능’의 원인으로 지목된 영어영역 또한 올해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절대평가 전환 후 두 번째로 시행된 영어영역은 전환 첫해인 2018학년도 대비 1등급 비율이 10.03%에서 5.3%로 반 토막 나 난이도 조절 실패 논란에 휩싸였었다. 그러나 올해는 기존 출제 유형을 유지하면서도 난도는 낮춰 다소 쉬워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따라 영어영역의 1등급 비율 또한 5.3%였던 지난해 대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가스터디교육은 2020학년도 수능 가채점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영어영역의 1등급 비율이 약 7%로 추정된다고 15일 밝혔다. 비상교육 또한 시험이 종료된 14일 영어영역의 난도 하락으로 1등급 비율이 8~9%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는 선택과목별 난이도를 비교적 고르게 조절한 특징을 보였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탐구영역에선 선택과목이 많기 때문에 과목별 난이도가 상당히 중요한데 올해는 사회탐구에서 원점수 만점을 받아야만 1등급인 과목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과목별 난이도 편차를 줄여 변별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모평 예고편 통했다… ‘킬러문항’은 쉽게, 나머지 문항은 어렵게

이처럼 지난해 ‘불수능’을 의식해 특히 어렵게 나왔던 영역을 중심으로 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며 난이도 조절이 이뤄졌으나, 그렇다고 마냥 쉬웠던 시험도 아니었다. ‘불수능’을 피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원이 이른바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고난도 문항을 제외하거나 난도를 낮추는 대신 나머지 문항의 난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난이도를 조절했기 때문.

초고난도 문항이 눈에 띄지 않았던 국어영역은 물론 수학영역 가형과 나형 또한 ‘킬러문항’을 익숙한 유형으로 출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난도를 낮췄다. 영어영역 또한 기존 수능에서 고난도 유형으로 출제됐던 빈칸 추론 등의 문항이 비교적 어렵게 출제되지 않은 대신 다른 문항이 비교적 까다로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올해 6월과 9월 모의평가(모평)에서 예고된 출제방향이기도 하다. 지난해 수능 이후 ‘난이도 조절’을 약속한 평가원은 지난 두 차례의 모평에서 ‘킬러문항’의 난도는 낮춰 ‘불수능’의 위험성을 줄이는 대신 중간 난이도 문항의 난도를 다소 높여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 이 시도가 두 차례의 모평을 통과해 실제 수능에서도 그대로 실행된 것.

그러나 이에 따라 수험생의 희비는 엇갈렸다. 고난도 문항이 비교적 쉽게 출제돼 상위권 수험생에게는 수월한 시험이 된 반면, 중간 난이도 문항은 비교적 어렵게 출제돼 중위권 수험생에게는 오히려 쉽지 않은 시험이 됐다는 것.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학에서 ‘킬러문항’이 익숙한 유형으로 출제돼 상위권 수험생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준킬러문항’은 정확한 계산력을 요하는 등 난도가 다소 높아져 중위권 수험생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 또한 “국어와 영어가 지난해보다 쉬워졌으나 변별력은 있었다”며 “중위권 수험생은 상당히 어렵게 느꼈을 수 있다”고 말했다.


○ 다시 과거로? “새로운 시도 없이 평이”

신유형 문항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점도 이번 수능의 특징이다. 올해 모평에서 시도했던 변화가 실제 수능에서는 반영되지 않거나 변화가 있더라도 기존 수능 등에서 꾸준히 보여줬던 유형을 유지했다. 이 또한 ‘낯섦’으로 인한 수험생의 체감 난도를 높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난이도를 조절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이 같은 특징은 국어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최근 수능 등에서 꾸준히 유지됐던 화법과 작문 부분의 통합 지문을 그대로 출제했기 때문. 바로 직전 모평인 9월 모평에서 화법과 작문 부분의 통합 지문이 분리 출제되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를 실제 수능에는 반영하지 않고 기존 익숙했던 문항 유형을 유지한 것이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화법과 작문을 분리해 출제하고 문학 복합 지문을 출제하는 않는 등 9월 모평에서 새롭게 시도됐던 변화를 적용하지 않고 기존의 출제경향에 맞춰 평이하게 출제됐다”고 말했다.

영어영역 또한 크게 새로운 변화 없이 기존 유형을 유지하며 난이도를 안정적으로 조절했다는 평가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예년과 거의 대동소이한 문항 유형을 유지하면서도 지문의 주제나 문장의 난이도, 어휘 등이 다소 쉬워져 지난해보다 평이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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