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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종 실태조사’로 더 커진 ‘정시 확대’ 여론… 수능, 학종 대신 수술대 오르나
  • 최유란 기자

  • 입력:2019.11.06 19:11

최근 ‘정시 확대’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시의 주요 전형요소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현재와는 다른 모습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학과 고교 현장의 대입 관계자는 물론 시도교육감과 시민단체까지 나서 정시 확대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여론 또한 사그라들지 않고 있기 때문. 특히 지난 5일 주요 13개 대학의 학종 평가에서 편법, 특혜 정황이 확인됐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며 정시 확대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더욱 팽팽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양측의 간극을 좁힐 대책으로 ‘수능 개편’이 대두되고 있다. 당초 구상했던 ‘학종 보완’으로 여론을 설득할 수 없다면, 정시 확대를 반대하는 이들이 우려하고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수능을 개편하는 것이 현재로선 양측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결방안이라는 측면에서다. 실제로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방안 중 하나로 수능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데다 국가교육회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 대표성을 지닌 교육계 기관 또는 인사도 잇따라 수능 개편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논의되는 개편방향은 다소 차이를 보여 관심이 쏠린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 미래 역량에 적합하게 ‘서술·논술형’으로… “IB와도 연결”


현재 가장 유력하게 논의되는 수능 개편방안은 서술·논술형 문항을 추가하는 것이다. 현행 수능이 기본적으로 ‘오지선다형’의 객관식 시험이라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방향과 상반된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서술·논술형 수능의 필요성은 이전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행 수능이 도입된 지 25년이 넘은 만큼 현재 또는 미래의 교육방향과 일치하게 출제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에는 대입제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며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대입제도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요 인사가 잇따라 서술·논술형 수능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작은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었다. 성 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수능의 중장기 변화방향에 대해 “논술식 등 새로운 수능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 또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정시 비중을 상향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수능에 서술형 문항을 넣으면 정시 확대를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도 지난달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서 “오지선다형 수능을 미래 역량을 측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방향 중 하나로 서술·논술형 수능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당정청도 오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방안 중 하나로 수능에 서술형 문항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교육계에서는 서술·논술형 수능이 등장할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이달 중 발표 예정인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에 이러한 내용의 수능 개편이 포함된다면 이르면 현재 중2를 대상으로 하는 2024학년도부터 적용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서술·논술형 수능 도입은 현재의 대입제도 틀을 지키는 상황에서 현행 학종과 수능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 대구시교육청과 제주도교육청이 토론 중심 수업과 논술형 평가 등이 결합된 국제 바칼로레아(IB)를 공교육에 도입하는 계획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서술·논술형 수능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의 발언이 나오자 “IB 도입 흐름을 반영해 서술·논술형 수능의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서술·논술형 수능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사교육을 성행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논술전형이 사교육 유발 효과가 크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현재 교육부가 이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대입전형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술·논술형 수능을 도입하게 되면 논술전형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수 있다는 것.

서술·논술형 수능이 학종과 같이 공정성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술·논술형 문항에 대한 공정한 평가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서술·논술형 수능을 시행하면 현재의 공정성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 ‘절대평가’로 전환해 자격고사화… 수능 영향력 ↓

반면 출제 유형이 아닌 시행 시기와 평가 등에 초점을 맞춘 수능 개편방향도 나오고 있다. 교육과정 및 고교학점제 파행 우려 등을 이유로 정시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4일 고교학점제 시행에 따른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협의회가 지난해 9월 출범한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을 통해 자체적으로 연구한 결과물로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따라 교육과정 전면 개편을 반영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주로 다뤘다.

연구단은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서 수능의 성격을 재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시 확대와 달리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다. 5단계 절대평가의 성적 체계를 마련해 수능을 현재처럼 대입의 전형자료가 아닌 참고자료로 활용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종의 ‘자격고사’처럼 수능의 영향력을 대폭 낮추자는 것. 이를 위해 연구단은 2025학년도에는 수능 절대평가 영역을 확대하고 수시 모든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반영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함께 제시했다.

현재 수시와 정시로 이원화된 모집 시기를 통합하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와 수능, 실기 등의 전형으로 전형 유형을 단순화하며 수능 전형의 경우 수능뿐 아니라 학생부 교과성취도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 또한 수능 영향력 축소와 같은 맥락이다. 결국 연구단은 현행 수능이 학생들을 과열된 입시 경쟁과 사교육으로 내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수능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고교에서의 활동이 기록된 학생부를 중심으로 대입전형을 운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방안을 제시한 것.

이와 함께 연구단은 수능의 주관기관 또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되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제시했으며 대입정책 또한 교육부가 아닌 단기적으로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중장기적으로는 향후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가 중심이 된 대입정책 거버넌스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구단이 제시한 수능 개편방향의 경우 현재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수능의 영향력은 축소하고 현재의 학종을 개선해 주요 대입전형으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여전히 학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이것만으로는 정시 확대라는 선택지가 나온 원인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시각에서다. 또한 사회 전반에 공고한 학벌 사회의 벽이 깨지지 않는 이상 상위권 대학 입학을 위한 경쟁은 완화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단순히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고 학생들의 입시 경쟁이 완화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중심으로 현재 연구단이 제시한 대입제도 개편방향이 현 정부의 대선 공약과 대체로 일치한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대입제도 개편방향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연구단은 앞서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방안이 제시된 2022학년도 대입의 경우 정시 확대를 지양하고 예고된 사항과 같이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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