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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듀칼럼] 대학을 선택하고 ‘자소서’를 쓰기 전 찾아야 할 북극성
  • 관리자 기자

  • 입력:2019.09.03 10:45

짧은 여름방학이 지나갔다. 과학고 학생들은 방학 중에도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거나 그동안 미진했던 것을 하느라 바쁘다. 더불어 교사들도 학생들을 지도하느라 거의 매일 출근을 한다. 학생들이 연구한 결과를 함께 논의하고, 새로운 방안을 찾기 위해 그들과 토론을 거듭한다. 어쩌면 과학고에서 여름 방학은 쉬는 것이 아니라 학기 중에 못한 연구를 하는 기간인지도 모른다.

이제 새로운 도전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바로 대학입시다. 3학년과 2학년 조기졸업대상자들은 지금까지 준비했던 것들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 준비도 해야 한다. 특히 자기소개서는 대학마다 인재상이 다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글을 써야 한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만들어온 작은 구슬을 총동원해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구슬을 꿰어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교사들도 학생들이 써 온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면서 첨삭해주느라 바빠질 때다.

내게도 몇몇 학생이 자기소개서를 보내왔다. 그 글을 읽으면서 학생들이 비전을 갖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무엇이 비전인지 모르는 것은 아닌지 헷갈렸다. 그들이 쓴 글에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가 들어있지 않고 ‘무엇을 할 것인지’가 들어있다. 그들은 직업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에는 나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 나는 그들이 비전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진로와 관련된 얘기를 할 때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과학영재 학생들은 많은 명사들의 강연을 듣는다. 명사들은 학생들에게 ‘꿈 혹은 비전을 가져라’는 말을 반드시 한다. 문제는 무엇이 비전인지, 어떤 비전을 가져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마 과학영재 학생들은 꽤 많은 책을 읽기 때문에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생각해보았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모두가 비전을 갖지 못한 학생을 만들어 냈던 것이 아닐까 싶어 안타까웠다.

최근 영재교육 관련 연수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만난 어떤 교사가 미국에 파견 교사로 가서 만난 미국 학생 얘기를 했다. 그는 재미 교포 학생들에게 한국지리를 가르치는데 미국 학생 두 명이 그의 수업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가 “왜 한국사 수업을 들으려고 하니”라고 물었더니, 그 학생들은 “세계에 남아있는 마지막 분단국이 통일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더란다. 그는 그 말에 덧붙여 아직 우리나라 학생들에게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말로 부러움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비전은 이런 것이다.

수업에 참여할 때도 왜 참여하는가를 분명히 해야 공부가 된다. 대학을 선택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왜 그 대학에 가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길을 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길은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일하게 되기 위해 가는 길이어야 한다. 핑계를 대는 것이나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것은 유아의 특권일 뿐이다. 이제 대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가야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책임져야 한다.

좀 멀리 보자. 지금 학생들이 살아내야 할 시대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부모나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에 매달리면 안 된다. 이미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를 대신하고 있다. 현재의 유망 직종들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학생들은 지금까지 없었던 직업을 감당하고, 지금까지 없었던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 속에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그것에 걸맞은 대학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은 필수다.

그래서 대학 입학만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살아가는 여정에 이뤄야 할 작은 목표일뿐이다. 나는 진학지도를 할 때 국내 이공계특성화대학에서 다양한 학교 출신의 학생들의 성적 변화 비교표를 제시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과학영재 학생들 중 일부가 자신의 잠재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이들이 그렇게 된 까닭이야 다양하겠지만 비전을 갖지 못하고 단지 대학 입학이 목표였던 것도 한 가지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 학생들은 먼저 자신의 비전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발을 내딛는 매 순간이 얽혀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간다. 다만 그 방향은 다른 사람이 결정해 줄 수 없다. 오로지 자신이 설정한 비전만이 그 방향을 알려주는 북극성이 된다. 그것이 비전을 가져야 할 이유다. 또한 그것은 과학영재 학생이라는 집단에서 벗어나 유일한 개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길이기도 하다.


▶최정곤 부산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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