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입시
  • 자사고 24곳 중 ‘10곳’ 최종 탈락… 소송전, 풍선효과는 어쩌나
  • 최유란 기자

  • 입력:2019.08.02 16:31
자사고 재지정 평가 최종 결과에 따른 고입 전망


‘안갯속’ 고입의 주요인 중 하나였던 2019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마무리됐다. 전체 자사고 42곳 중 24곳을 대상으로 진행된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서울 지역 자사고 8곳과 경기 안산동산고, 부산 해운대고 등 총 10곳이 탈락해 일반고로 전환된다. 올해 평가 대상 학교 중 41%가 자사고 지위를 잃은 것. 여기에 자사고 논란이 이어지는 과정 중 일반고로 자발적 전환을 신청한 자사고 4곳을 포함하면 올해만 최소 14곳의 자사고가 사라지게 됐다.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추진해온 ‘자사고 폐지’ 정책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자사고발(發) 고입 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최종 결과를 두고 교육당국과 자사고 관계자, 학부모 등의 반응이 엇갈리며 지난한 법정 다툼이 예고돼 있기 때문. 상당수 자사고가 지정 취소되는 와중에도 교육부의 ‘부동의’ 결정으로 기사회생한 전북 상산고를 비롯해 전국 단위 자사고가 모두 살아남아 ‘자사고’라는 선택지가 여전히 유효한 것도 남은 고입의 미묘한 변수다. 게다가 내년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있는 나머지 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에 관한 예측도 쉽지 않아져 고입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최종 결과에 따른 고입 전망을 짚어봤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 여부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 평가 대상 자사고 10곳 중 4곳 ‘지위 박탈’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전체 자사고(42곳) 중 10곳이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아 자사고 지위를 잃게 됐다. 2일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이 요청한 소속 자사고 지정 취소 동의 신청에 모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 소속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이대부고 △중앙고 △한대부고와 부산시교육청 소속 △해운대고 등 9곳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가 확정됐다. 앞서 지난달 26일 교육부가 지정 취소에 동의한 경기도교육청 소속 안산동산고까지 포함하면 모두 10곳이 재지정 평가에 탈락한 것.
 

 


반면 서울시교육청 소속 △동성고 △이화여고 △중동고 △한가람고 △하나고를 비롯해 △계성고(대구시교육청) △포스코고(인천시교육청) △현대청운고(울산시교육청) △민족사관고(강원도교육청) △북일고(충남도교육청) △광양제철고(전남도교육청) △김천고·포항제철고(경북도교육청) 등 13곳은 소속 시·도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통과해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또한 이번 평가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상산고의 경우 전북도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는 통과하지 못해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으나 교육부가 평가의 부적법성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으며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은 아니나 자발적으로 일반고로 전환을 신청한 서울 경문고와 전북 군산중앙고에 대해서도 동의 처분을 내렸다. 여기에 대구 경일여고와 전북 남성고 또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상태라 올해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이 결정될 학교는 14곳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자사고(42곳)의 33%에 해당하는 수치다.


○ 엇갈리는 반응, 줄잇는 소송 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

2일 교육부의 발표를 통해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대한 모든 절차가 완료됐으나 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최종 결과를 받아든 해당 자사고와 학부모는 물론 시·도교육청의 반응까지 엇갈리며 잇따라 법적 다툼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전체 자사고 중 절반 이상인 22곳이 소속된 지역으로 올해만 8곳에 대한 지정 취소가 확정된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교육부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 교육부의 동의 결정을 환영했다. 반면 자사고 교장과 학부모, 동문 등으로 구성된 자사고공동체연합은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 폐지’까지 언급하며 교육부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것은 물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시사했다. 자사고공동체연합 측은 “이번 재지정 평가는 자사고 죽이기를 위한 꼼수 평가이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부당하고 위법한 처분”이라며 “즉각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으로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해운대고 또한 교육부를 상대로 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부산시교육청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교육청 차원에서 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으나 교육부 동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상산고의 경우 반대로 전북도교육청이 소송을 준비 중이다. 전북도교육청은 교육부의 부동의권 행사에 대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 행정소송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말 교육부의 상산고 지정 취소에 대한 비동의 발표 직후 전북도교육청은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는 중요한 신뢰 파트너를 잃었다”며 향후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2일 교육부 동의에 따라 자사고 지정이 취소된 서울 서대문구 이대부고 모습. 서울=뉴시스


○ 자사고 준비 중3은 ‘날벼락’… 여전히 유동적인 상황도 부담

자사고를 중심으로 장기화될 고입 혼란은 온전히 수험생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자사고 수가 크게 줄어들며 자사고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던 중3 수험생은 본격적인 입시가 네 달가량 남은 상황에서 입시 전략이 백지화됐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일 교육부의 동의 결정에 따라 2020학년도 전체 자사고 신입생 모집정원은 9338명(28곳)으로 전년도(1만 2322명·42곳)보다 3000명가량 줄었다.

또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자사고 측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 또한 수험생에게는 변수다. 이번에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자사고 측이 즉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준비에 착수한 것은 올해 신입생 모집 전 자사고 지위를 되찾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오는 9월 최종 고입전형이 공고되기 전 이들 자사고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자사고 지위를 인정받으면 공백 없이 올해 입시에서도 자사고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지위가 유지된 상산고 또한 전북도교육청의 소송으로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음에도 여전히 수험생들은 원서접수 직전까지 변화 가능성에 따른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지정 취소 학교가 법적공방 결과에 따라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올해 자사고 최종 모집정원은 유동적”이라며 “이들 학교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수험생이라면 10월까지는 해당 학교의 지정 취소 확정 여부를 지켜보고 최종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월성 교육 수요는 여전한데“쏠림 현상 본격화될 것”

자사고 대거 폐지에 대한 풍선효과로 일부 고교에 대한 ‘쏠림 현상’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점 또한 수험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자사고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재지정 결과 발표 이후에도 수그러들지 않으며 정부의 고교 개혁에서 ‘무풍지대’로 꼽히는 영재학교와 과학고로의 쏠림 현상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 앞서 신입생 원서접수를 진행한 영재학교의 경쟁률이 2017학년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만큼 이달 중순부터 원서접수를 실시하는 과학고 경쟁률 또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다수 입시 전문가의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교육특구로의 쏠림 예측도 제기된다. 수월성 교육으로의 수요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대안 없이 학교 수만 줄여 학생들의 ‘경쟁’만 더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교육부의 비동의로 막판에 살아남은 상산고를 비롯해 민족사관고, 포항제철고, 하나고와 같은 전국 단위 자사고와 명문 자사고는 모두 재지정됐다는 점 또한 특정 고교로의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사고 폐지 정책에도 결국 고교 서열 상위를 차지하는 이들 자사고의 지위가 5년 연장되며 이들 학교에 대한 선호도는 오히려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외대부고 등 내년 이어서 재지정 평가 대상이 되는 다른 전국 단위 자사고에 대한 선호도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결국 올해는 광역 단위 자사고만 탈락한 것이므로 외대부고와 같은 전국 단위 자사고는 내년에도 재지정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질 것”이라며 “이번에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상산고, 민족사관고, 하나고 등의 자사고는 원래도 인기가 많았는데 향후 5년간 지위에 대한 불확실성도 해소된 것이므로 이들 학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내년 나머지 자사고와 같이 재지정 평가 대상이 되는 외국어고와 국제고의 경우는 광역 단위 자사고처럼 지역 내 학생만 선발하는 학교인 만큼 탈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선호도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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