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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사고 웃고 상산고 울고… ‘원조 자사고’ 희비 엇갈린 이유는?
  • 최유란 기자

  • 입력:2019.07.01 18:55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20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교육청 입구에 ‘지키자 상산!’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전주=뉴시스


강원도교육청이 오늘(1일) 민족사관고(이하 민사고)에 대한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재지정을 승인하며 ‘원조 자사고’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날 발표를 끝으로 2000년대 초반 자사고의 전신인 ‘자립형사립고’부터 출발한 △광양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해운대고의 재지정 결과가 모두 발표된 가운데 민사고를 비롯한 4곳은 재지정에 통과했으나 상산고와 해운대고는 탈락했기 때문. 특히 대표적인 자사고로 꼽히던 민사고와 상산고가 운영성과 평가 결과 각각 79.77점과 79.61점이라는 거의 같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상반된 결과를 받아 추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원조 자사고 4곳은 통과, 2곳은 탈락 ‘희비 교차’

김대중 정부 시절, 고교 평준화의 문제 개선을 위해 도입된 원조 자사고로 꼽히는 △광양제철고 △민사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해운대고는 올해 모두 자사고 재지정 평가 대상에 올랐다. 아직 서울시교육청과 인천시교육청은 소속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1기 자사고’로도 불리는 이들 원조 자사고가 소속된 시·도교육청은 1일까지 모두 결과를 발표, 자사고 지위 유지 여부가 가려졌다.

원조 자사고 가운데 자사고 지위를 유지한 곳은 4곳이다. 1일 평가 결과가 발표된 민사고를 비롯해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가 운영성과 평가 결과 소속 시·도교육청이 정한 재지정 통과 기준 점수인 70점이 넘는 점수를 받아 재지정에 통과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산고와 해운대고는 자사고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 중 가장 먼저 결과가 발표된 상산고는 소속된 전북도교육청의 평가 기준 점수인 80점에 불과 0.39점이 미달해 재지정이 불발됐다. 이어 해운대고 또한 부산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통과 기준 점수인 70점에 못 미치는 54.5점을 받아 자사고 지위 상실 처분을 받았다. 이들 학교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는 향후 청문과 교육부 장관 동의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 전국 단위 자사고 vs 광역 단위 자사고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 대상으로 가장 먼저 지목된 학교는 광역 단위 자사고다. 이들 학교의 경우 전국을 대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전국 단위 자사고에 비해 비교적 교육의 질이 일정치 않을 뿐 아니라 지역적 교육 형평성을 무너뜨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반면 전국 단위 자사고의 경우 기본적으로 높은 법인전입금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오랜 명성을 이어왔거나 탄탄한 재정 지원이 뒷받침된 신설 학교가 대부분으로, 전국에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교육함에 따라 대입 성과 또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명문고’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올해 재지정 평가에서도 ‘무더기 탈락’이 예상된 건 주로 광역 단위 자사고였다. 운영성과 평가에서 전국 단위 자사고보다 비교적 낮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 실제로도 원조 자사고 중 올해 재지정 평가에 통과한 △광양제철고 △민사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는 모두 전국 단위 자사고로, 각 지역은 물론 전국에서도 명성이 높은 학교들이다. 이들은 모두 소속 시·도교육청이 지정한 재지정 통과 기준 점수 70점을 넘는 운영성과 평가 점수를 받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해운대고의 경우 지난 2009년 광역 단위 자사고로 전환하며 다른 원조 자사고와는 위상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올해 부산시교육청이 실시한 운영성과 평가에서도 해운대고는 재지정 통과 기준 점수인 70점에 크게 못 미치는 54.5점을 받아 자사고 재지정에 실패했다.


○ 교육감의 ‘의지’도 반영?… 평가 형평성 논란 심화 전망

그러나 광역 단위 자사고만 탈락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 20일 가장 먼저 재지정 탈락 처분을 받은 상산고의 경우 전국 단위 자사고로, 원조 자사고 중에서도 대표적인 명문고 중 하나다. 실제로도 상산고는 운영성과 평가 결과, 재지정 평가에 통과한 민사고(79.77점)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79.61점이라는 높은 성적을 받았음에도 재지정에 탈락했다. 현재까지 전국 단위 자사고 10곳 중 유일하게 재지정에 탈락한 학교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진보 성향의 교육감 역시 마찬가지이나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경우 특히 자사고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해왔으며 나아가 이를 정책에도 적극 반영했기 때문. 전북도교육청은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재지정 통과 기준 점수를 기존(60점)보다 20점 상향한 80점으로 설정했으며 평가 지표도 조정했다. 반면 전북을 제외한 다른 시·도교육청의 경우 올해 기존보다 10점 높인 70점을 재지정 통과 기준 점수로 정했다.

또한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의 경우 같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기는 하나 강원지역을 대표하는 명문고로 성장한 민사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비교적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로 강원도교육청은 올해 운영성과 평가 지표 중 사회통합전형 항목의 배점을 낮추는 등 민사고에 불리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일부 사전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원조 자사고이자 대표적인 명문고이기도 한 민사고와 상산고의 희비가 엇갈린 데는 각 학교가 소속된 지역의 교육감의 의지와 정책 차이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상산고 재지정 취소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상산고와 비슷한 점수를 받은 민사고가 재지정에 통과하며 지역 간 평가 형평성 논란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북도교육청은 오는 8일(월)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에 따른 청문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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