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입시
  • '지정취소' 상산고, 일반고 강제 전환… 자사고 대신할 '명문고' 뜨나
  • 김수진 기자

  • 입력:2019.06.20 12:08
전북교육청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

 


▲동아일보 DB

 

 

전북 전주에 위치한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인 상산고가 결국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해 지정 취소 처분을 받게 됐다. 전북교육청은 20() 오전 11시 청사에서 상산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상산고는 재지정 평가에서 자사고 지정 취소 기준점인 80점에 0.39점이 못 미치는 79.61점을 받았다. 이번 재지정 평가는 지난 445일 사이에 실시된 서면평가와 415일 현장평가, 517일 학교 만족도 온라인 설문조사를 토대로 이뤄졌다.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전국 단위 자사고로서, 매년 전국에서 수위를 다투는 대학 진학 실적으로 학생, 학부모의 선호가 높은 상산고마저 재지정 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남은 자사고도 긴장하고 있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전국 24개 자사고 중에서 상산고의 평가 결과는 첫 번째로 나온 것으로, 이후 23개 학교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가 7월 초까지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다.

 

 

“70점은 되고, 79점은 안 되고?” 형평성 논란 이어질 듯

 

전북도교육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상산고는 재지정 평가에서 총 79.61점을 받았다. 재지정 평가 통과를 위한 커트라인 점수인 80점에 0.39점 못 미치는 결과다.

 

평가 상세 점수표를 보면, 상산고는 편입학업무 처리 공정성(2) 학생 충원율(4) 학생 전출 및 중도 이탈 비율(4)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운영(5) 기초교과 편성 비율(5) 프로그램별 학생 참여율(4) 교원의 전문성 신장 노력(3) 법인 전입금 전출계획 이행 여부(3) 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2)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1인당 재정 지원(2) 교육활동에 필요한 시설 확보 정도(2) 자사고 특성에 맞는 시설 활용도(2) 학생의 학교 만족도(3) 학부모의 학교 만족도(2) 교원의 학교 만족도(3) 31개 지표 중 15개 지표에서 만점을 받았다. 

 

나머지 지표 가운데 감점이 가장 큰 지표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이다. 4점 만점에 1.6점을 받았다. 이 지표는 그간 상산고가 자립형사립고에서 출발한 학교로서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를 선발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평가 항목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던 지표다. 실제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한 다른 고교가 속해 있는 시도교육청의 경우 법적 선발 의무가 없는 점을 감안해 해당 지표를 정성평가로 바꿨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해당 지표를 바꾸지 않았다. 이와 함께 사배자 선발과 연관해 볼 수 있는 지표인 입학전형 운영의 적정성지표에서도 상산고는 4점 만점에 2.4점의 점수를 받았다. 이들 항목에서 발목이 잡힌 상산고는 결국 평가 기준에 불과 0.39점 미달하는 점수로 지정 취소 처분을 받게 됐다.

 

이번 재지정 평가에서 가장 큰 논란을 남긴 대목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다. 앞서 사배자 선발 지표를 달리 적용한 문제뿐 아니라 다른 지역보다 10점이나 높은 커트라인 점수도 향후 논쟁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재지정 통과 기준이 70점 이상인 다른 지역에서라면 79.61점을 받은 상산고는 충분히 재지정 평가를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 극단적으로 보면, 다른 지역에서 70점을 받은 학교는 자사고로 남고, 79점을 받은 상산고는 일반고로 강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최종 지정 취소처분까지 절차 남아상산고는 강경 대응 예고

 

전북교육청이 재지정 평가 기준에 미달했더라도 당장 자사고 지위를 잃는 것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지정 취소처분이 확정되기까지 거쳐야 할 기본 절차가 적잖이 남아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자사고 지정 취소를 위해서는 향후 청문과 교육부 장관 동의를 거쳐야 한다.

  


 

전북교육청은 7월 초 청문을 실시하고, 7월 중순경 교육부장관의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후 교육부장관의 자사고 취소 동의를 얻어 8월 초 고입전형기본계획을 수정하고, 9월 중순경 2020학년도 평준화 일반고 전형요강을 공고할 예정이다.

 

이미 지정운영위원회 심의까지 거쳐 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진 상황에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의지가 확고해 청문 절차는 최종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지정 취소 요청에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교육부로서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다른 시도교육청 평가와의 형평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데다 평가 당사자인 상산고가 이번 재지정 평가의 부당함과 불합리성을 주장하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단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기 때문. 연말로 예정된 2020학년도 자사고일반고 입시를 앞두고 지난한 법적 다툼을 이어가게 되면, 결국 가장 큰 피해는 교육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보게 된다.

 

실제로 상산고는 20일 전북교육청의 평가 결과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청문 과정을 통해 이번 평가에 대한 불합리성, 부적법성을 적극적으로 지적하면서 성실한 자세로 충분한 소명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끝내 내려진다면 행정소송과 가처분신청 등 법적구제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경우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게 한 초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해 자사고 지정 기간 연장에 행사되는 교육감의 재량을 절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자사고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영하게 하려는 취지라면서 교육부 장관이 이러한 입법 취지를 무시한 채 교육감의 재량권 일탈 남용에 동조하리라고 믿지 않는다며 교육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제 시작인 자사고 전쟁… ​결말은 다시 '명문고' 입학 경쟁? 

 

현재 전국에서 존폐 기로에 선 자사고는 상산고뿐만이 아니다. 상산고를 필두로 7월 초까지 전국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발표가 이어진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자사고는 5년마다 교육당국으로부터 재지정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올해는 전국 24개 자사고를 대상으로 2기 재지정 평가가 진행됐다.

 


 

전북교육청을 제외한 다른 시도교육청의 경우 재지정 평가 통과 커트라인이 70점으로 상산고에 비해 조건이 다소 나은 편이지만, 이들 자사고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 당장 상산고와 같은 날인 20일 재지정 평가 결과가 발표되는 경기도의 광역자사고인 안산동산고도 재지정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13개 고교에 대한 재지정 평가가 진행되는 서울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7일 서울시의회 287차 교육회원회 임시회에 출석해 이제부터는 민감한 현안에 좌고우면하지 않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강공을 예고한 것. 조 교육감은 취임 이후 꾸준히 자사고 폐지로 교육 양극화 해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온 바 있다.
 

하지만 자사고 재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입시적 관점에서 이른바 명문고로의 쏠림 수요는 상존한다는 점이 문제다. 오히려 이번 재지정 여파를 계기로 명문고 및 명문 일반고가 소재한 교육특구지역에 대한 관심만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자사고를 없앤다고 해서 교육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지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사고로 재지정된 학교로의 쏠림 현상이 커질 수 있고, 재지정에서 탈락한 자사고라 해도 일반고 명문고로 그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자사고든, 일반고든 명문고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존에 자사고가 있던 지역에서 자사고가 없어지는 경우에는 명문 일반고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등의 고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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