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입시
  • 재지정 결과 발표 코앞 ‘폭풍전야’… 자사고의 운명은?
  • 최유란 기자

  • 입력:2019.06.12 11:25

 


동아일보 자료사진


전국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42곳 중 절반 이상인 24곳을 대상으로 하는 재지정을 위한 운영성과 평가 결과 발표가 이르면 오는 20일부터 차례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며 자사고의 향방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주요 자사고 중 하나인 상산고가 소속된 전북도교육청이 오는 20일 지역 내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다른 시·도교육청 또한 늦어도 다음 달까지 발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교육부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인 ‘자사고 폐지’를 위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재지정 평가 결과는 당장 하반기부터 시작될 자사고 입시는 물론 장기적인 자사고 존폐 여부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다.


○ 20일 전북도교육청부터 줄줄이 발표… 8월 전 판가름날 듯

자사고는 5년 주기로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재지정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에 오른 자사고는 총 24곳. 전체 자사고(42곳)의 절반 이상이 해당된데다 현재 교육부와 진보 성향 시·도교육감이 이번 평가를 지렛대 삼아 ‘자사고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자사고의 향후 운명을 가를 판정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지난 4월 나온 자사고의 지원 시기 등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현상 유지’로 정리됨에 따라 더욱 이번 재지정 평가의 무게감이 커진 상황.

이들 자사고의 운명은 늦어도 오는 8월까지는 판가름날 전망이다. 오는 20일 재지정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전북도교육청을 시작으로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진 모든 시·도교육청이 평가 결과를 해당 학교에 통보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후 청문 절차와 교육부 장관의 동의 과정을 거쳐 재지정 승인 여부가 확정되는데, 자사고를 포함해 12월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후기고의 경우 3개월 전인 8월까지는 최종 입학전형을 공고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부에서도 그 전까지는 재지정과 관련한 최종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 발표 앞두고 심화되는 갈등… 의견 대립 ‘극명’

자사고 존폐에 관한 입장 차이가 첨예한 만큼 발표를 앞둔 막바지 평가 과정에서도 곳곳에서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첫 발표를 예정하고 있는 전북도교육청의 경우 이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곳.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자사고로 주요 자사고 중 하나인 상산고가 전북도교육청의 관할을 받는 가운데 앞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자사고 폐지’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며 올해 재지정 통과 기준 점수를 기존보다 20점 높인 80점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다른 시·도교육청의 경우 교육부 권고 등에 따라 기존보다 10점 높인 70점으로 올해 자사고 재지정 통과 기준 점수를 정했다. 이에 상산고 측과 학부모들은 강력히 반발, 재지정이 불발될 경우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도교육청은 당초 지난 11일로 예정됐던 재지정 결과 발표를 오는 20일로 연기하며 더욱 논란을 사기도 했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이미 결과는 다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굳이 발표를 미루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한시라도 빨리 결과가 나와야 본격적인 입시가 시작되기 전 학교도 계획을 세울 수 있을 테고 그래야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도 커지지 않을 텐데 이런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발표를 앞두고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각 지역의 자사고 측과 학부모 등도 기자회견과 시위, 서명운동 등을 통해 불합리한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정치권도 가세했다.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은 지난달 말 이미 지정된 자사고의 경우 회계 부정 등 중대한 법령 위반이 없으면 시·도교육감이 임의적인 지정 취소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측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먼저 자사고 재지정 평가 주체인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기조가 견고하고 여러 시민단체도 엄정한 재지정 평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한 전국 24개 단체가 참여하는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선행교육규제법 위반 결과 자사고 재지정 평가 미반영 입장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이 이달 말까지 관할 자사고를 대상으로 선행교육규제법 위반 사실을 전수 조사 중이면서도 이를 올해 재지정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아직 재지정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이 또한 재지정 평가에 주요 사항으로 반드시 반영해야 하며 추후 결과를 지켜보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지역에는 전체 자사고(42곳) 중 절반이 넘는 22개 자사고가 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1일 동성고, 중동고, 이화여고 등 자사고 3곳에 대한 지적사항 등이 담긴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해 이 또한 향후 재지정 평가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 결과 나와도 고입 혼란 ‘불가피’

문제는 자사고를 둘러싼 여러 갈등이 발표 후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번 재지정 평가에서 다수 자사고가 통과하지 못할 경우 당장 올해 하반기 고입부터 일대 혼란이 올 확률이 높다. 상산고는 물론 민족사관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등 학생들의 관심과 지원이 쏠리는 주요 자사고가 평가 대상에 다수 포함돼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상위권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특목고와 일반고 등 전체 고입 자체가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가며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커질 가능성도 크다. 장기적으로 봐도 자사고 폐지에 힘이 쏠리며 고입 지형에 대대적인 변동이 생기는 것은 물론 이미 법적 절차도 불사할 것을 밝힌 자사고 측과 학부모의 행동에 따라 자사고를 둘러싼 갈등이 오랜 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자사고가 이번 재지정 평가에서 다시 자사고 지위를 얻는다고 해도 혼란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자사고 폐지’를 향한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입장이 강경한데다 나머지 절반가량의 자사고가 내년에 다시 이어서 재지정 평가 대상에 오르는 만큼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번 재지정 결과와 상관없이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혼란의 과정이 예정돼 있는 셈”이라며 “여기에 외국어고와 국제고 등도 재지정 평가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자사고를 중심으로 한 고입 혼란은 상당히 오랜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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