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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면접 설명서] 서울대 면접 기출, 아무리 봐도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이라면?
  • 최유란 기자

  • 입력:2019.05.17 17:38
[심층면접 설명서] 6. 서울대 2019학년도 면접 기출 해설 및 답변 방향


《제시문 기반 면접, 이른바 ‘심층면접’은 학생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영역 중 하나다. 논술 못지않은 난도 높은 답변을 구술로 논리정연하게 풀어내야 하고 답변에 대한 질의응답도 진행돼 보다 높은 이해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생부종합전형 비중 확대와 함께 심층면접 비중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는 것. 특히 상위권 대학일수록 심층면접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므로 수험생으로는 무시하기 힘든 영역이다. 다행히 최근 각 대학이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보고서’를 발표하며 지난해 치러진 심층면접 기출이 모두 공개됐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이해해 면접 대비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에 <에듀동아>는 김은희 로지카논술 원장과 함께 심층면접 영향력이 큰 주요 대학의 면접을 분석하는 ‘심층면접 설명서’ 시리즈를 연재한다. 대학별로 2회에 걸쳐 △면접 특징 및 대비법 △기출 해설 및 답변 방향을 꼼꼼히 살펴본다.》

 


 

서울대학교 면접 및 구술고사는 고교 교육과정의 기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문제 상황에 대한 종합적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데 주목한다고 밝힌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문화 현상 그리고 시사 문제에 대한 분석력과 비판적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제는 고등학생 수준에서 충분히 답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문제 자체가 단편적인 답변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질문이 아닐 뿐 아니라 교과서를 단순 암기한 내용을 재확인하는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에 자기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논리적으로 답하는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추가질문 대비도 중요하다. 추가질문 답변에서는 문제 상황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자신의 논리를 심화시켜 전개해야 한다. 주어진 제시문과 질문이 평이하지만 답변 내용에 따라 추가적으로 나오는 질문이 달라질 수 있고, 추가질문에서 또 다른 요구, 고려해야 할 내용이 새롭게 제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이 할 말만 정리하는 것으로는 대처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신의 답변에 제기될 수 있는 이의제기나 다른 측면에서의 질문 등 이후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다방면으로 고려해야 한다. 서울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도발적인 답변도 적절한 논리가 전제된다면 환영할 만하다고 한다. 답변이 다양할 수 있는 열린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답변보다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답변을 가능케 하는 심층적인 사고력을 발휘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2019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 및 구술고사에서 출제된 인문학 기출문제를 바탕으로 가능한 답변 방향을 짚어보자.

 

2019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일반전형 면접 및 구술고사 기출(인문학)
 

(가) 간호사 해나(Hana)가 환자에게 키플링*의 소설을 낭독해주는 모습을 지켜보던 알마시(Almasy)가 말을 건넨다. “해나, 천천히 읽어요. 키플링은 천천히 읽어야 해요. 쉼표가 찍힌 곳을 주의 깊게 보면 자연스레 끊어 읽을 곳을 알게 돼요. 키플링은 펜과 잉크를 사용했던 작가죠. 한 페이지를 쓰다가도 여러 번 고개를 들었을 거예요. 창문 밖을 내다보며 새소리에 귀를 기울였겠지. 혼자 있을 때 대부분의 작가들이 그러듯이. 해나의 눈은 너무 빨라요. 요즘 사람답게 말이지. 키플링이 펜을 움직이던 속도를 생각해요.”
* 키플링(Rudyard Kipling, 1865-1936): 정글북 등으로 알려진 영국 소설가
 

(나) 죽은 사람은 싫어할 만한 일이 생길 때마다 무덤 속에서 돌아눕는다는 속담대로라면, 어젯밤 올드빅*에서 공연된 폭풍(The Tempest) 때문에 셰익스피어는 분명 무덤 속에서 또 돌아누웠을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셰익스피어를 아끼는 이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비극의 경우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비극들은 보다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어쨌든 살인과 죽음이 만연한 이유로 셰익스피어가 쓴 말 자체로 관객을 몰입시키는 데 꽤나 성공한다. 하지만 희극의 경우는 아예 가망이 없다. 관객 열에 아홉은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는 알아도 희극의 대사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배우가 농담을 하면서 누군가의 엉덩이를 걷어차지 않으면 농담이 농담인 줄도 모른다. 그래서 배우들은 대사를 최고 속도로 뱉어내고 그 빈자리를 슬랩스틱**으로 최대한 채워 넣으려 한다. 관객들이 웃는다면 그건 셰익스피어의 글 때문이 아니라 광대짓 때문이다.
* 올드빅(Old Vic): 19세기에 세워진 런던의 극장
**슬랩스틱(slapstick): 우스꽝스러운 몸동작을 사용한 익살

[문제 1] 예술작품 또는 고전을 대하는 데 있어 (가)와 (나)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그것이 (가)와 (나) 각각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말하시오.

[문제 2] (나)의 저자가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무대에 올리려는 연극 연출가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지 말하고, 자신의 독서 또는 예술 감상 경험을 토대로 이 조언에 대한 의견을 밝히시오.


○ 제시문 해설

제시문들은 문학작품(혹은 예술작품, 고전)을 감상하는 태도, 수용하는 자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키플링의 소설을 읽는 상황,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연극에 올렸을 때 원작의 의도와 다른 해석이나 감상하는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다. 제시문 (가)에서는 키플링이 소설을 쓰던 상황을 상상하며 작가에 감정이입하는 태도로 작품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제시문 (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연극 공연이 작품에 대한 이해는커녕 원작을 훼손하는 지경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제시문 (가)는 소설을 읽는 상황, 제시문 (나)는 공연으로 올려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다르지만 원작에 충실하게 감상하고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 예시 답변

[문제 1] 예술작품 또는 고전을 대하는 데 있어 (가)와 (나)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그것이 (가)와 (나) 각각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말하시오.

제시문 (가)와 (나)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예술작품이나 고전을 창작자의 의도, 창작된 상황을 고려하여 원작에 충실하게 감상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제시문 (가)에서 키플링의 소설을 낭독할 때 ‘천천히’ 읽어야 하는 이유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즉 키플링이 작품을 쓰던 상황의 속도, 펜과 잉크를 사용하여 작품을 쓰던 시대의 속도를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는 것, 이는 작품이 탄생된 시대의 상황을 고려한 읽기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또한 제시문 (나)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연극공연으로 올려질 때 작품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되지 않음을 비판하는 내용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사를 통해 전달되는 웃음과 슬픔이 아니라 광대의 몸짓에 따라 반응하는 관객의 모습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것, 이는 원작자인 셰익스피어가 무덤에서 돌아누울 정도로 싫어할 것이라고 표현함으로써 원작에 대한 이해가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제 2] (나)의 저자가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무대에 올리려는 연극 연출가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지 말하고, 자신의 독서 또는 예술 감상 경험을 토대로 이 조언에 대한 의견을 밝히시오.

1. (나)의 저자가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연출하는 연극 연출가에게 할 수 있는 조언

제시문 (나)의 저자는 공연 연출가들이 셰익스피어 희극을 연극공연에 올릴 때 작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비판합니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관객의 대부분이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알지 못하는 것에서 찾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대사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우스꽝스러운 몸짓, 슬랩스틱에 의존하여 연기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연극 연출가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작품에 등장하는 대사의 의미, 가치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할 것입니다. 셰익스피어 대사 특유의 시적 함축성과 리듬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작품의 ‘명대사’를 중심으로 해야 함을 강조하겠지요. 독일의 문학가 괴테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무대에서 보는 것보다 읽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는 셰익스피어가 창조해 낸 대사의 아름다운 표현, 재치 넘치는 유머, 시적 분위기를 감상하고 수용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연극 공연으로 만들 때 연출가가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대사’를 관객에게 온전하게 전달시키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할 것 같습니다.

2. 조언에 대한 자신의 의견

ⅰ) 조언에 대한 비판·반대의견

공연 연출가가 원작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최대한 작가의 의도를 살려 무대에 올려야 한다는 제시문 (나)의 저자의 조언은 연극이 ‘공연 예술’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공연 예술이란 문학작품과 다르게 일회적인 예술입니다. 무대라는 공간적 제약과 공연시간이라는 시간적 제약, 제작과정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요소(연출가, 연극배우, 무대장치, 예산 등)로 인해 작품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한 특징을 가집니다. 따라서 연출가는 주어진 조건에서 가장 적합한, 가능한 표현방법을 총동원하여 작품을 공연하도록 애써야 합니다. 다시 말해 문학작품, 원작을 온전하게 무대 위로 옮기는 것,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최근에는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나 뮤지컬, 연극 등이 무수히 많습니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 역사소설 ‘태백산맥’은 10권에 달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굉장히 오랜 시간을 들여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시간적 배경 역시 우리나라 근현대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태백산맥은 그 문학적 가치와 유명세에 걸맞게 연극이나 영화, 드라마로 재탄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태백산맥을 공연무대에 올릴 때 (나)의 저자의 주장대로 원작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영화는 일반적으로 러닝타임이 2시간 정도이고 러닝타임이 긴 영화라도 3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드뭅니다. 연극은 그보다 시간이 짧아 대체로 공연시간이 1시간 정도입니다. 드라마 같은 경우는 방송회수에 따라 더 길어질 수는 있지만 문학작품을 온전하게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은 매한가지입니다. 따라서 연출자는 기획의도에 맞게 작품을 재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연예술의 특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글로 쓰인 문학작품,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온전하게 무대에서 재현할 것을 강조하는 (나)의 저자의 조언은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비판할 수 있습니다.

ⅱ) 조언에 대한 동조·찬성의견

제시문 (나)의 저자의 조언은 공연예술의 공간적, 시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연출가가 귀 기울여야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모두 연극무대에 올릴 목적에서 쓰인 희곡이라는 점에서 다른 문학작품과 구분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그 뛰어남을 찬사받는 이유가 ‘대사’에 있다면 당연히 ‘대사’에 주목하여 연출해야 합니다.

셰익스피어가 살던 르네상스 시대와 오늘날은 분명 다른 세계이며 시대인식이 다를 것입니다. 다른 문화권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언어유희, 유머 코드가 우리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이 고전으로서의 위상을 갖는 이유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변함없이 그 이야기가, 삶의 모습이, 지혜가, 유머가, 가치가 유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국이 “셰익스피어는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했을 정도로 그 문학적 가치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셰익스피어의 작품성은 바로 그 특유의 대사, 유머러스함, 언어의 함축성, 아름다움에서 비롯된 만큼 감상자는 이를 중심으로 감상하고 수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예전에 대학로 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이 작품이 셰익스피어인 줄도 모른 채 우연히 보게 된 것이었는데, ‘죽음은 나이순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란 대사가 이 작품에서 나온 말인 걸 알고 신기했습니다. 또 천방지축인 여성이 자신의 남편에게만은 순종적이라는 것, 아내를 길들여야 한다는 남성들의 생각이 봉건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방식이기에 비판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천방지축 여주인공을 걸크러쉬로,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기던 여성이 배우자를 찾는 과정을 결혼기피현상이 만연한 최근 우리 사회의 세태를 풍자하는 내용으로 각색하여 공연되었다는 뉴스기사를 봤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현대적으로 재구성된 작품에서도 대사만큼은 바꾸지 않습니다. 공연하는 무대, 의상, 배우가 달라지고 시대적인 유머코드가 반영된다 해도 원작의 명대사만큼은 유지하는 이유는 바로 그 작품이 ‘셰익스피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전작품을 연극무대에서 재현할 때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거나 재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원작에 대한 다양한 해석, 시대적 상황에 따른 재해석이 가능하더라도, 그것은 모두 원작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주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생명력이 그가 창조해 낸 대사의 아름다움, 유머, 시적 함축성에 있는 만큼 연출가는 반드시 이를 최대한 살려 공연해야 할 것입니다.

※ 해설 내용은 초기 답변의 기본 방향성을 제시하는 단편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이후에 제기될 수 있는 추가질문은 상황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으므로 글로 다루기 어려운지라 참고 답안으로만 참조하길 바랍니다.



▶김은희 로지카논술 원장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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