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 [에듀칼럼] IB의 공교육 도입, 근대 교육 100년사의 역사적 사건
  • 김수진 기자

  • 입력:2019.04.26 16:00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이 말하는 ‘IB 한국어화 추진 정책의 의의와 향후 전망’

 


(사진은 대구시교육청 제공)

 

우리나라의 지난 100여년 역사를 돌이켜 보면 '교육'이라는 변수로 인해 참으로 많은 변곡점이 있었다.

 

구한말 우리의 선조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서 근대화에 필요한 콘텐츠를 배울 교육 타이밍을 놓쳤고, 먼저 근대 문물을 받아들여 메이지 유신에 성공한 일본에 의해 나라를 빼앗겼다. 일제 침략 35년 동안 일본은 근대 문물을 조선에 전파했다고 주장하나 우리의 교사나 학생 모두 스스로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은 철저히 말살 당한 채로 주어진 정답을 외우는 교육 체제 속에 갇히게 되었다.

 

해방 이후 미 군정과 한국전쟁의 극도의 혼란을 거친 후 우리는 공교육의 양적 확대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되었다. 정부의 적극적 공교육 확대 정책과 한민족 특유의 교육열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20세기 후반부 전 세계에서 가장 대학 진학률이 높은 나라가 되었고 이러한 우리 교육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이 땅에서 지난 100여년 간의 근대 교육사 중 가장 의미 있었던 변화를 하나 꼽으라면,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전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가 확대된 공교육의 기여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치열한 입시 경쟁이 온갖 사회 문제를 야기할 만큼 국내에서는 교육열의 심각성을 고민하고 있지만, 이러한 전국적 교육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했을 만큼 우리나라의 자산이기도 하다. 우리는 전 국민이 교육을 중시해 왔고 더 질 높은 교육기회를 갈구해 왔다. 이러한 교육열이 지난 수십 년간 대한민국의 경제와 사회 발전을 이끌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제 더 이상 과거에 성공했던 공부로 미래를 대비할 수 없게 되었다. 선진 지식을 빨리 흡수하는 공부로는 더 이상 예전처럼 경제발전을 할 수 없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인해 우리 교육은 또 다른 변곡점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점에서 제주교육청과 대구교육청이 지난 1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국제 바칼로레아) 한국어화 및 공교육 도입을 추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311월에 한국어로 첫 대입 시험을 치르는 것을 목표로 IB 본부와 함께 교원 양성 및 채점관 양성을 포함한 IB 평가체제 생태계 구축에 돌입한다.

 

공교육의 양적 확대 이후 최초로 교육 패러다임을 질적으로 바꾸는, 근대 교육사에 길이 남을 역사적 사건이지 않을 수 없다. 집어넣기만 하는 교육을 넘어 꺼내는 교육까지 평가하는 IB, 교과서의 생각, 저자의 생각을 넘어 "내 생각"을 기를 수 있는 교육으로 전 세계 153개국 6,000여개 학교에서 운영 중인 교육과정 및 대입시험이다. 학력고사와 수능으로 이어진 객관식 상대평가 일색의 대입시험에 근대 교육사 최초로 전 과목 논서술 대입시험이 도입되는 것이다. 내신까지 객관식이 없어지는 IB 한국어화는 단순한 시험 번역뿐 아니라 교원 연수, 채점관 양성, 지적 정직성을 포함한 엄정한 시험 문화까지 전반적 패러다임과 교사/학생의 역량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고구려 시대에 요구되었던 역량과 조선 말에 요구되었던 역량과 2019년에 요구되는 시대적 역량은 다르다. 서술이라는 시험 형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기르는 능력이 시대적 역량이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가교육과정을 비롯하여 주요 대학들이 모두 21세기 시대가 요구하는 비판적, 창의적, 협동적, 소통적 역량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것이 실제로 평가되고 길러지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전무하다. 비전을 제대로 세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비전과 목표가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100여년 근대 교육사 최초로 교육의 질적 패러다임이 바뀌는 역사적 사건이 시작되고 있다. 이 역사적 사건의 시작을 국가 전체의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지 아쉬운 역사적 후회로 만들지는 앞으로 우리 모두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은 소수의 시범학교로부터 시작되겠지만 이들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보완 발전시켜 머지않은 시간 내에 교육당국이 한국형 바칼로레아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 나라를 잃었던 통한을 두 번 다시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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