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 자사고 헌재 판결 그 후에도… 지원할까?말까? 설왕설래 여전
  • 김수진 기자

  • 입력:2019.04.18 18:30

 


 

헌법재판소가 지난 11일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와 일반고 간 이중지원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판결을 낸 반면 동시선발 조항에 대해서는 합헌의견을 내면서 올해 자사고 입시는 지난해와 비교해 큰 변화 없이 치러질 전망이다.

 

하지만 헌재 판결 이후에도 자사고 입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공이 넘어간 형국이다. 각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평가가 남아 있기 때문. 일부 지역에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자사고 재지정평가와 그에 따른 후폭풍을 예측하기 어려워 자사고 지원을 염두에 둔 학생, 학부모는 자사고 지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두고 고민이 깊다.

 

 

헌법재판소 판결 그 후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쏠린 눈

 

자사고와 일반고의 동시선발은 합헌이지만 두 학교 간 이중지원 금지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반반판결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지만 대체로 시행령 개정을 주도한 교육부보다는 원고인 자사고 측에 조금 더 힘을 실어준 판결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일단 이중지원 금지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후 일반고 지원 길이 막혀 고입 재수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사라진 데다 최종 위헌 판결에 필요한 정족수(헌법재판관 9인 중 6)를 채우지 못해 결과적으로 합헌 결정이 내려진 동시선발 조항에 대해서도 헌법재판관 9명 중 5인이 위헌의견을 내면서 자사고의 우선선발권을 제한하겠다는 교육부의 판단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사고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해소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었다는 분석이다. 헌재의 판결이 결국 현상 유지로 그친 상황에서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로 자사고 운명의 공이 그대로 넘어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 실제 한국교원총연합회도 판결 직후 일부 위헌, 일부 합헌이라는 어정쩡한 결정으로 학생학부모의 혼란과 자사고 논란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재지정 평가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갈등과 충돌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법령에 따라 5년마다 실시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평가 결과에 따라 시도교육감 권한으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어 자사고 존속 여부를 결정지을 분수령으로 꼽힌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는 전국 42개교 중 24개교이다. 이 중에는 상대적으로 학생 선호도가 높은 전국 단위 자사고(광양제철고 김천고 민족사관고 북일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진보교육감 중심으로 조성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기조가 헌재 판결을 계기로 달라질 여지는 적어 보인다. 실제로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둘러싸고 전국에서 가장 갈등이 극심한 곳 중 하나인 전북에서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재지정 평가 통과해 재지정 처분을 받아야만 신입생 선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재지정 평가 대상 자사고들의 집단 평가 거부 사태가 한 차례 불거졌던 서울의 경우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이번 판결을 사법부가 자사고 폐지정책에 제동을 건 것으로 확대해석하는 데 반대한다면서 고교서열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사고 제도를 폐지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문제는 평가 대상이 된 자사고들 또한 올해 갑자기 바뀐 평가 기준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며 행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는 6월 말쯤 나올 예정이지만, 평가 결과에 불복한 자사고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고입은 다시금 기약 없는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자사고냐, 일반고냐? 엇갈리는 전망

 

이처럼 자사고 지위의 존속 여부는 물론 해당 결정이 나오기까지의 밑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은 상황. 이런 가운데 자사고의 입지를 둘러싼 전망도 엇갈려, 자사고 지원을 염두에 뒀던 입시 수요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헌재의 일부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자사고 폐지 논란은 여전히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자사고 대신 지역 내 명문 일반고로의 쏠림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중지원 금지 조항은 헌재로부터 위헌 판단을 받았지만,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지원자가 다시 일반고를 지원하는 경우와 처음부터 일반고를 지원한 경우 사이 배정 방식에 여전히 차이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의 경우 자사고 탈락자는 일반고 1단계 배정에는 지원하지 못하고 2단계 배정부터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 내 명문 일반고로의 1지망 지원 기회를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잘 넘긴다면 오히려 살아남은 자사고로서 다른 고교와 차별화된 지위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미 수시 중심의 현재의 입시 체제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쌓은 이들 고교가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이후에는 향후 예정된 대입 변화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조창훈 대치퍼스트클래스 대표는 시간은 살아남은 자사고의 편이라면서 고교학점제 도입이 예정된 상황에서 내신 상의 불리함이 사라지게 되면 교육과정 운영상 다양한 과목 이수가 가능한 특정 고교가 대입에서 유리한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지속되는 한 자사고가 충분한 정책적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교육부는 2021년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한 고교 무상교육 대상에서 자사고 및 외국어고 등 일부 특목고를 제외시켰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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