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입시
  • 운명의 결정 앞둔 자사고, 폭풍전야 속 전국 곳곳 ‘마찰’… 입시 혼란 불가피
  • 최유란 기자

  • 입력:2019.03.26 17:28
시‧도교육청-자사고 강대강 대치

헌재 심판 늦어지는 가운데 고입 계획은 확정



전국 시‧도교육청이 이달부터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재지정을 위한 운영성과 평가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자사고 재지정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가 지난 25일(월)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전북과 경기지역 학교 학부모들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런 가운데 서울, 대전, 울산, 광주 등 각 시‧도교육청은 올해 자사고 입학전형을 포함한 ‘2020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26일 일제히 발표했다. 하지만 자사고 모집 시기 및 일반고와의 이중 지원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심판은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라 올해 자사고 입시를 둘러싼 혼란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서울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는 지난 25일 이화여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 거부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시스


 

○ 재지정 평가 착수에 전국 곳곳 ‘수용 불가’ 집단행동… 충북은 ‘명문고’ 도입 논란

자사고 재지정을 위해 5년 주기로 시행되는 운영성과 평가는 올해 전국 자사고 42곳 중 절반 이상인 24곳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서울·전북·경기교육청 등은 이달 말까지 각 학교로부터 운영성과 보고서를 접수하는 등 본격적인 평가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기조에 따라 올해부터 재지정 통과 점수 및 평가 기준이 대폭 상향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전체 자사고 중 절반가량인 22개 자사고가 속해 있는 서울 지역 자사고는 단체로 서울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거부하고 나섰다. 서울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가 지표 수정이 없다면 재지정 평가를 위한 운영성과 보고서 제출을 거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앞서 서울교육청은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서울 소재 13개 자사고에 오는 29일까지 평가를 위한 운영성과 보고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서울교육청이 설정한 자사고 재지정 평가 지표가 ‘자사고 죽이기’를 위한 노골적 의도를 담고 정성평가를 강화하는 등 불합리하게 설정됐으며 이 과정에서 서울교육청이 자사고 측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철경 서울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장(대광고 교장)은 이날 “평가 지표 자체에 동의한 적이 없으므로 향후 평가 거부를 이유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경우 법적 대응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연합회의 주장은 정당성 없는 요구”라고 맞받아쳤다. 서울교육청은 “정당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자사고와 소통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으나 자사고가 응하지 않았다”면서 “마감일까지 자사고가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서울교육청이 자사고 측을 설득하겠다고 나섰지만, 연합회 측이 요구하는 평가 기준 재검토를 고려하는 것은 아니어서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상산고가 있는 전북에서도 자사고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전북교육청의 경우 교육부 권고에 따라 재지정 기준 점수를 70점으로 설정한 다른 시‧도교육청과 달리 전국에서 가장 높은 80점을 기준 점수로 설정해 지역 간 형평성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 이에 상산고 학부모들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 위치한 교육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한편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변경을 요구하는 2만 명가량의 서명지를 교육부에 전달했다.

상산고는 일단 지난 22일 평가를 위한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지정 취소 결과가 나올 경우 법적 구제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25일부터 본격적인 평가 작업에 착수한 전북교육청이 기존 계획 변경 없이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터라 향후 난관이 예상된다.


지난 20일 교육부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인 상산고 학부모들. 세종=뉴시스

 

비슷한 갈등을 겪었던 경기 안산동산고도 경기교육청의 요구에 따라 지난 25일 자체 평가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안산동산고 역시 경기교육청의 평가 지표를 수용하거나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를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동산고 학부모들도 같은 날 경기교육청 앞에서 공정한 평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1인 릴레이 단식농성을 지속해서 전개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한편 충북은 다른 양상으로 자사고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자사고를 포함한 명문고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교육부, 충북교육청 등에 피력하고 있기 때문. 이를 두고 이 지사의 의견에 동조하는 충북시장군수협의회가 관련 성명서를 채택한 반면 충북교육연대는 20일 충북도청 앞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지역 내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 고입 계획은 벌써 나왔는데 헌재 판결은 ‘깜깜무소식’… 올해 입시는 어쩌나

이처럼 상당수 자사고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올해 자사고 입시 또한 ‘깜깜이’로 흘러갈 것이라는 우려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르면 3월에 내려질 것으로 전망됐던 자사고 모집 시기 및 일반고 이중 지원 여부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이 26일 현재까지 나오지 않은 가운데 각 시‧도교육청이 2020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을 속속 확정·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해 대전·울산·광주·충북교육청은 26일 일제히 2020학년도 고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제주교육청도 앞서 지난 25일 고입 기본계획을 밝혔다. 이들 교육청의 계획에 따르면 올해 자사고 입시는 지난해와 같이 후기모집으로 치러지며 일반고와의 이중 지원이 가능하다. 지난해와 동일하게 자사고 입시가 치러지는 것.

지만 변수는 여전하다. 지난해 2월 자사고 등이 헌법재판소에 자사고 모집 시기 및 일반고와의 이중 지원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에 대한 판결이 어떤 방향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자사고 입시 시기 및 이중 지원 허용 여부에 대한 중대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그간 교육계 안팎에서는 고입 계획이 나온 이후 자사고의 입시 시기 등이 변경되면 일대 혼란이 올 수 있기 때문에 각 시‧도교육청이 고입 계획을 발표하는 3월 말 이전에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그러나 현재까지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미 각 시‧도교육청이 고입 계획을 확정·발표하고 있고 각 학교 또한 지난해 상황을 기준으로 입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향후 내려질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자사고 입시에 변수가 생길 경우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입시는 단기간에 준비하는 것이 아니고 상당수 자사고의 존립 자체도 흔들리고 있는 만큼 이미 자사고 지원을 염두에 둔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은 시작됐다”며 “가능한 한 빨리, 늦어도 자사고별 입학전형요강을 확정해야 하는 8월 이전에는 판결이 내려지고 논란이 일단락돼야 올해 입시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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