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대입 제도 개편 둘러싼 논쟁 재점화



모든 고3이 그렇겠지만, 올해 고3은 특히나 더 재수를 무조건 피해야 한다. 재수를 할 경우 현재 고2와 같이 수능을 치러야 하는데, 이 수능이 올해의 수능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고2도 마찬가지다. 고2 역시 한 학년 아래인 고1과 출제과목, 범위 등에서 차이가 나는 수능을 치러야 한다.

잇따른 입시제도 변화로 올해 고1, 고2, 고3이 각기 다른 수능으로 대입을 치러야 하는 촌극이 빚어진 가운데 향후 대입 제도 개편을 위한 논의 또한 여러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난항을 겪고 있다. 길을 잃은 대입 제도의 현주소와 이를 둘러싼 논쟁을 짚어봤다.


○ 매년 다른 대입? 학교 현장 혼란 불가피

올해 고1, 고2, 고3은 모두 다른 형태의 수능으로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에 처했다. 학년에 따라 제각각 다른 수능 출제범위와 평가방식이 적용되기 때문.

국어영역 하나만 보더라도 현재 고3의 수능 출제범위는 △화법과 작문 △문학 △독서와 문법이지만 고2의 경우 △화법과 작문 △문학 △독서 △언어로 일부가 바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1은 △독서와 △문학은 기존과 동일하게 공통 출제범위에 들어가지만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한 과목을 선택해 수능을 치르게 된다. 이런 식으로 국어뿐 아니라 수학, 탐구, 제2외국어/한문영역에서도 학년마다 수능 출제범위나 평가방식이 다르게 적용된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는 앞서 교육부가 2021학년도 수능을 개편하려다 출제 범위만 일부 조정하고 개편을 한 차례 유예한 뒤, 2022학년도부터 새 대입 제도를 적용하기로 한 탓에 생겨났다. 결국 매끄럽지 못한 대입 개편 과정이 3년간 매년 달라지는 출제범위의 수능을 만든 것이다.

비단 수능뿐만이 아니다. 수시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학생부 또한 올해부터 매년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최근 교육부가 최근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및 공정성 논란 해소를 위해 기재 방식을 변경했는데, 변경 사항의 적용 시기가 각기 다르다. 자율동아리 활동의 기재 개수가 한정되고 소논문 활동, 방과후 활동 기재는 금지되는 등의 전격적 변화가 적용되는 건 올해 고1부터지만 출결상황, 특기사항 기재 등 일부 변화는 올해 고2, 고3부터 적용된다.

게다가 교육부가 수시 확대 기조를 이어가는 와중에서도 각 대학이 2020학년도 전형계획을 확정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일부 대학에 정시 인원 확대를 권고, 실제로 연세대를 비롯한 일부 주요 대학이 정시 비율을 늘리는 등 대학별 전형 방향도 혼선을 빚고 있다. 최소 향후 3년간 대입 제도가 매년 조금씩 달라짐에 따라 수험생과 학부모, 일선 교사들의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대입 제도 표류에 잇따라 나오는 수시·정시 통합론, 이유는?

이처럼 현 입시제도로 인한 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대입 개편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돼 학부모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교육계에서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는 방향의 대대적인 대입 개편을 요구하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에서 그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 각계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 끝에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개편이 되어버린 2022학년도 대입 개편 과정을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지난 13일 교육부가 주최한 ‘고교학점제 연구학교 교원연수’에서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2028학년도 대입에서는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는 대입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각기 따로 진행되는 수시, 정시 시기를 11월로 통합하고 수능, 학생부, 면접을 한꺼번에 평가해 수험생의 부담을 줄이고 평가의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러한 김 교수의 제안은 김 교수가 미래 대입 제도 개편을 위해 출범한 국가교육회의 위원이라는 점에서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와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김경범 국가교육회의 위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김 교수의 제안이 나온 지 불과 일주일만인 지난 21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주최로 열린 ‘고교-대학이 연계한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대입 제도 개선을 위한 포럼’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이날 포럼에서 2022학년도 이후 대입전형 방향에 대한 제언으로 ‘수시, 정시 통합의 입시체제 구축’을 제시했다.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수시 따로, 정시 따로의 분리된 입시체제가 입시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교 3학년 2학기 수업 파행을 조장하고 있다”며 수능 절대평가제 도입 등 수시, 정시 통합을 위한 여러 안과 조건을 제안했다.

문제는 ‘수시·정시 통합론’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다는 것. 앞서 통합론을 제기한 김 교수와 임 책임입학사정관 모두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제 도입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수능 절대평가는 이미 지난 2022학년도 대입 개편 당시에서도 첨예한 논쟁을 부른 요소다.

만약 절대평가 도입으로 수능이 자격고사화 되고 이를 기반으로 수시, 정시가 통합될 경우 수능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는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이 큰 현 상황에서 대입 제도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도를 더욱 하락시키는 방향의 개편이라는 것이 수시·정시 통합론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수시와 정시가 통합되면 결국 수시와 정시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수능의 무력화와 학종 비중 강화를 줄곧 반대해 온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김 교수의 발언이 나온 행사 다음 날인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교수의 국가교육회의 위원 사퇴를 촉구했다. 이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한 관계자 또한 언론을 통해 “통합론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학종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에서는 정시와 수시의 균형이 잡힌 입시체계가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 “교육을 위한 대입이 되어야… 현실 가능성도 중요”

대입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대입 제도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명쾌한 해답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교육계는 이미 지난 개편 과정에서 공통된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여실히 경험한 상황. 그러나 개편 과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또다시 대입 제도가 이리저리 표류하게 둘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대입 개편을 위해서는 ‘대입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교육을 위한 대입’이 될 수 있는 제도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교육부 주최로 열린 대입정책포럼에 참여한 박정선 연세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대입 전형 비중 등을 논의하기에 앞서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교육이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그를 위한 입시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와 같은 교육의 지향점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영진 인천 안남고 교사(대입 제도개선연구단 연구위원) 또한 지난 21일 전국시도교육감연합회 주최 포럼에서 “대입 제도는 교육 비전과 철학을 고려해야 함에도 매년 임기응변식으로 결정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당장 올해 고등학생들은 물론 학교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 안팎이 단순하게 ‘수능이냐, 학종이냐’와 같이 제도 하나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이기 이전에 큰 틀에서 우리 교육의 역할과 철학을 먼저 고민하고, 그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대입 개편의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근 학종 불신 사태를 교훈 삼아, 현실 가능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사실 학종이 무한경쟁 교육을 탈피하고 학생들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교육을 위해 도입된 것이나 현실 적용 과정에서 변질되며 현재의 불신을 초래한 것”이라며 “이후 개편에서는 이러한 점까지 고려해야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제도를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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