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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방학, 꼭 해야 할 과제는 ‘나만의 독창성’을 찾는 일
  • 관리자 기자

  • 입력:2019.01.17 09:15
최정곤 부산과학고 교사가 말하는 ‘독창성’의 중요성

 
 

 


기말고사가 끝나고 우리 학교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성적처리, 학생부 정리 등으로 많이 바빴다. 반면 학생들은 방학 전까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실험을 하고, 읽지 못했던 책을 읽을 시간을 갖고 있다. 그들에게 지금은 매우 중요한 때다. 지난 한 해를 반성하고, 자신이 추구해 왔던 길을 더듬어야 할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생들의 관심은 성적뿐이다. 성적이 잘 나온 학생은 그것에 만족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그것만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마치 그들에게 지금까지 과정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결과에만 매달리고 있었다. 살아가는 목적이 목표에 도달하는 것, 그것도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에 두는 것처럼 보였다.

나의 눈에는 그들의 그런 모습이 서로 같아지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과학고에 오는 학생들은 모두가 수학과 과학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만 쳐다본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도 똑같은 길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 진리다. 같이 걸어가며, 서로 격려하고 함께 갈 수 있지만 그때는 잠시 겹쳐지는 순간일 뿐, 목적도 가는 길도 다르다. 여러 갈래의 길이 어느 순간 겹쳤다가 다시 제각각으로 나뉘는 것과 같다. 어느 순간 만났을 때 가는 길과 목적이 같을 듯하지만 또 다시 헤어지고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이 삶인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경쟁을 하면서 서로 닮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얼마 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봤다. 주인공인 프레디 머큐리는 “당신들은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질문에 자신들의 독특함을 명확히 얘기한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차별화해나간다. 그것 때문에 외면을 당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는 음악계의 전설 ‘QUEEN’으로 남았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대신할 사람이 백만 명이 줄을 서있다’는 말이 있다. 남과 다른 점이 없다면 내가 그 일을 해야 할 당위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은 2년 혹은 3년 만에 헤어지는 시기다. 고등학교 친구가 영원한 친구라는 말도 있지만 주위를 돌아보면 고등학교 동기를 만나 인생을 함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들의 관계는 감수성이 민감한 때 만나 서로 다정한 친구가 되었다가 또 다시 자신의 길로 가게 되는 사이일 뿐이다. 그렇기에 끊임없는 경쟁자도, 같은 길을 갈 영원한 동반자도 아니다. 그 시간은 긴 인생의 길에 잠시 만나 서로 격려하고 인정하며, 자신이 만나는 모든 일에서 어떤 느낌을 받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때다.

그렇다고 고등학교 생활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성인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기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때로는 안타까운 시절로 기억한다. 삶에서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지만 고등학교 시절은 또 다른 특별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 어느 자리에서도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문을 만나는 순간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것만 봐도 그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10대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있다. 감수성이 그만큼 강하게 작용한다는 얘기다. 작은 일에도 민감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면 내가 다른 사람과 같아진다는 것에도 민감해야 한다. 같아져서 너와 나의 다른 점이 없는 것보다 다르기 때문에 어울리는 사이가 더욱 좋지 않을까?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는 모두 다른 색이 함께 어울려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어쩌면 학생들이 서로 닮아가려고 하는 것에 나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을 수 있다. 과학고 학생들이 모두 물리를 잘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시험으로 그들의 능력을 재단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니 말이다. 시험결과는 학생들의 전체능력을 잰 것이 아니다. 시험이 아무리 타당성을 강조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가르친 것을 제대로 측정하는가에만 한정된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모두 물리를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내가 학생들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대했기 때문은 아닐까 반성을 해보기도 한다.

학생들 또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있는 것에서 어떤 감정이 생기는가를 끊임없이 느껴야 한다. 같은 교복을 입었기에 누가 보아도 똑같은 학생들이 아니라 그 속에서 독특한 자신을 찾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방법이다. 모두들 속에 한 사람이 아니라 독특한 개인이 모인 모두가 아름다운 법이다.

세상은 똑같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독창적인 개인을 요구하고 있다. 모두가 같은 물건을 팔지만 누구는 대박을 낸다. 그것을 우리는 그 사람만의 노하우라 부른다. 영화 <쿵푸팬더>에서 거위 아버지는 팬더에게 “비법은 없다”는 말을 했다. 어떤 마음으로 일을 대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조금의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그것이 영화에서는 팬더의 마음과 노력이었지만 대박을 내는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는 그것에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3월 개학까지 긴 시간을 갖는 학생들도 이 시점에 자신의 독창성을 찾아야 한다. 쉽지 않다 할지라도 지금까지 해왔던 공부, 일 등에서 자신의 느낌을 정리해야 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독창성을 갖추고 있다. 다만 그것을 무리 속에 묻지만 않으면 된다. 다른 사람과 같은 모습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 자신이 좋은 느낌을 가졌던 것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독창성은 더욱 빛날 것이며, 세상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 틀림없다. 그것의 출발은 지금 자신을 돌아보는 것부터다.


▶최정곤 부산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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