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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수능에 화들짝… 우리 아이도 ‘추론형 문제’에 발목 잡힌다면?
  • 김효정 기자

  • 입력:2018.11.26 16:19
박흥순 평촌에듀플렉스 원장이 말하는 ‘불수능 대처법’

 


 

 

2019학년도 수능에선 생소한 텍스트가 제시된 국어영역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만유인력, 음운론, 논리학의 구조 등 다소 복잡한 내용의 지문과 연결된 31, 11, 42번 문제 등이 크게 이슈가 됐다. 영어영역보다 국어영역 시험지가 읽기 더 힘들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비단 수능뿐만이 아니다. 내신 시험을 보고 온 아이들에게 시험을 잘 봤는지 물으면,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문제가 이상해요혹은 안 배운 곳에서 나왔어요라며 하소연을 한다. 어쩐지 수능이나 내신이나 매년 유사한 상황이 반복, 심화되는 듯하다.

 

정보의 양과 정확성, 성실성이 우수한 인재의 기준이던 시대가 저물어간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주어진 글을 읽고 이해하여 올바른 추론을 해내는 능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아이들의 시험, 즉 평가방식에도 스며들고 있다. 올해 치러진 불수능 또한 그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과연 우리 아이들은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대비가 되어 있을까.

 

 

문어체로 된 텍스트를 구어체로 공부해야만 하는 아이

 

일반적인 대한민국 청소년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교를 가고 학원에 간다. 학원에서 90분 강의를 듣고 약 60% 정도를 이해한 뒤 집에 돌아와 늦은 시간까지 숙제를 한다. 겉으로만 보면 참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다. 그런데 문제가 숨어 있다.

 

학교와 학원을 다녀오면, 이미 밤 10시가 넘는다. 씻고 과일이라도 먹고, 잠시만 휴식을 취해도 11시가 훌쩍 지난다. 결국 숙제는 자정 이후로까지 이어지거나, 다음날 학교 또는 학원에 가서 마무리하게 된다. 충분히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이해가 잘 안 되는 개념이나 모르는 문제는 혼자 고민하기보다 체크해 놓았다가 바로 다음날 선생님에게 질문해 해결한다. 다음날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 이래서 틀렸구나?’ 오답 체크를 한 뒤에는 곧바로 2단원 수업에 들어간다.

 

그 다음은 비슷한 과정의 반복이다. 수업의 약 60% 정도를 이해하고 다시 30문제를 받아 와서 5개 정도를 틀린다. 바로 다음날 수업에서 틀린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 이렇게 푸는구나?’ 눈대중으로 이해를 한 뒤 다시 3단원 수업에 들어간다. 또 다시 수업의 60% 가량만 이해하고 숙제로 30문제를 받아 온다. 대충 숙제를 하고 다시 4단원 수업에 임한다.

 

그런데 과연, 이 과정에서 제대로 공부가 되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문어체로 된 텍스트를 누군가 구어체로 설명을 해주면 쉽게 이해를 한다. 듣는 공부에 익숙한 환경이다. 예습이든 선행이든 똑같다. 이처럼 구어체 설명에 익숙한 아이들은 어려운 내용을 문어체로 접하게 되면 바로 학원, 과외, 인강 선생님을 찾는다. 선생님이 문어체로 된 텍스트를 구어체로 풀어 설명을 해 주면, 이해도 잘하고 문제도 잘 푼다. 학원에서 머리가 좋은 학생이라는 칭찬을 듣기도 한다.

 

그런데 학교에 가서 낯선 문어체로 된 시험지를 받아 들면 이내 다시 당황하게 된다. 혼자서 생소한 텍스트를 읽고 생각하고 무엇이 옳은지깊이 있게 추론하는 공부를 해 본 적도, 그럴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수능에서처럼 이른바 추론형문제가 출제되는 내신 시험을 보고 와서는 문제가 이상해요! 안 배운데서 나왔어요!’를 매번 반복하는 이유이다.

 

 

인재상의 변화공부방법도 달라져야

 

지금의 학부모들이 사회에 첫 걸음을 떼던 시대는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요구되던 시대였다. 그러기 위해선 성실성이 필수였다. 많이 알고, 정확히 알고, 퇴근도 하지 않는 사원이 차장, 부장까지도 쉽게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보의 양에서부터 인간과 컴퓨터의 차이가 너무도 확연하다. 게다가 단순 기계에 불과한 컴퓨터보다 더 똑똑한 알파고의 등장으로 컴퓨터가 찾아내는 정보의 정확성마저 높아지고 있다. 지식과 자료가 재산이던 시대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정리하는 사무는 단순 업무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정보를 바탕으로 해법을 제시하는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 아이가 30대가 되는 시대에서 암기는 더 이상 인간에게 중요한 역량이 아니다. 그보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낯선 텍스트를 이해하여 올바른 추론을 해내는 인재가 더욱 각광받게 될 것이다. 이는 대학입시제도의 하나인 수능이 추론형 문제로 학생을 변별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학에서도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 내용을 모조리 필기하여 외우고, 그대로 시험지에 적어내는 학생이 높은 학점을 받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대신 본인이 맡은 과제에 대한 정보를 취사 수집하여 자신만의 올바른 추론을 통해 새로운 접근 방안을 발표하는 학생이 인정을 받는 진짜 공부의 장이 열리고 있다. 이것이 중, 고등학교 현장에서 이해사고개념 중심의 공부가 강조되는 이유이자 융합형복합형 문제, 결과를 주고 과정을 묻는 문제, 낯선 외부지문이 시험에 등장하는 이유이다.

 

이처럼 공부와 평가의 환경은 바뀌고 있는데, 공부 방법은 학부모의 시대를 그대로 답습한다. 우리 학생들은 학교를 갔다 오면 학원에 가고, 이후 집에 돌아와 숙제를 하며 하루를 마친다. 이러한 사이클을 고등학교에서도 그대로 이어간다. 그러다가 시험에서 낯선 외부지문과 추론문제를 만나면, 이를 해결해 줄 선생님을 찾아 수업을 듣고, 똑같은 공부를 반복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학습의 방법을 바꿔야 할 때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과 성적은 비례한다

 

모르는 것을 알 때까지 찾아보고 고민하는 공부가 중요하다는 매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공부 철학이다. 사실 학부모도 이를 모르진 않는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먼저 이해를 해라’, ‘생각을 하면서 공부해라’, ‘개념 중심으로 공부해라와 같은 비슷한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전에 자녀에게 그럴만한 시간이 충분히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여기서 시간은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확보되더라도 현실적으로 우리 아이들이 하루에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학교와 학원 수업에 떠밀린 학생들이 한 개념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 수 있을까.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고 숙제를 하고 인강을 듣는 시간 이외에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꼭 시험기간 뿐만이 아니라 평소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깊이 있게 갖는 것이 중요하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과 성적은 비례한다. 혹시 내가 혹은 자녀가 수업의 60%만 이해한 채, 질문하고 숙제하기에 바쁜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고등학교의 학습 환경과 대입의 평가 방법에 상당한 변화가 시작된 지도 벌써 수년이 지났다. 우리아이 30대의 시대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확대는 될지언정 축소되지는 않는다. 우리 아이의 공부 방법이 지식의 양과 정확성, 성실성을 강조하는 학부모의 시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개념 중심, 결과를 주고 과정을 묻는 문제, 낯선 지문으로 대표되는 올해 불수능에 많은 수험생이 당황한 이유를 돌아보자.

 



박흥순 평촌에듀플렉스 원장·교육 칼럼니스트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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