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어느 고교 갈까”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이것’
  • 김지연 기자

  • 입력:2018.09.18 15:27
박흥순 평촌에듀플레스 원장이 말하는 우수한 인재의 조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으로 중학교 학부모의 불안은 더 커졌다. 진로탐색은 어떻게 하지? 고등학교는 어디로 가지? 선행은 어디까지 해야 할까? 중3 시험은 중요할까? 

 

결국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노력인데, 우리 아이의 지금 공부법이 정말 과거처럼 효과는 있는 걸까. 

 

대학이 원하는 우수한 인재의 조건은 무엇이고, 우수한 인재를 위한 공부법, 학교생활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보자.

 




○ 대학 전공교수가 결정하는 우수한 인재란?


 

학부모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대학이 학과보다 우선했다. ‘어느 대학 다녀요?’ 얼마나 공부를 잘했는지의 기준이다. 대학만 좋으면 전공과 큰 관계없이 취업도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무슨 학과예요?’처럼 필요한 인재인지를 먼저 묻고, 이어 ‘학교는?’이라고 물으며 우수성을 가늠한다. 

 

우리 아이가 30세가 되는 시대에는? 무슨 학과이며, 어떤 분야에 관심과 지식, 경험, 재능이 있는지를 묻게 된다. 우리 아이들은 과거 성적과 대학이라는 한 방향으로만 줄을 서던 시대에서 여러 방향으로 달리면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직면했다. 그래서 유사한 교재로 강의를 듣고 숙제를 하고 선행을 하고, 또 내용을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것 위주의 공부가, 오히려 학생의 다양성과 우수성의 진작을 방해하고 이를 평가하는 대학의 기준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서게 되었다.

 

나의 관심분야인 진로희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수행평가의 확장과 함께 학습의 ‘양’보다는 ‘질’이 중시되고, 핵심 개념과 원리 중심으로 지필고사가 변화했다. 대입 선발주체인 전공학과 교수는 전공분야 공부에 관심이 있고, 이와 관련한 지식, 경험, 재능이 있는지를 평가하여 합격자를 선정한다. 교육과정과 평가방법의 변화는 깊숙이 우리 삶에 침습되어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2015 개정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자기관리역량과 정보처리역량, 대학에서 요구하는 자기주도성과 전공적합성에 맞는 우수한 인재가 되어 보자.

 




○ 대입제도의 50%는 진로탐색의 과정

   
 

그런데, 진로란 무엇일까? 전공학과 교수가 말하는 우수한 인재는 어떤 진로희망를 가지고 있을까? 의사? 변호사? 대기업 사원? 전공 교수에게 우수한 인재의 진로희망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보다는 ‘어떤 계기로, 왜 이 전공을 하려고 하는지’를 잘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이다.

 

고등학교 3년의 과정은 진로탐색의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1, 입학과 동시에 진로희망 및 관련 동아리를 적어내야 하고, 고2, 진로와 관련한 선택과목을 결정해야 하며, 고3, 진로, 학생부를 살펴보고 전공학과에 지원한다. 진로가 불명확한 학생은 학교생활 자체가 힘들어진다.

 

좋은 책, 동아리, 실험, 봉사활동, 진로교사의 말이 모두 전공 선택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다큐멘터리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가 더 있다. 일반적으로 ‘한 눈에 반했어요’ 보다는 ‘알아가면서 확신이 들었어요’가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탐색의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우리는 진로를 찾아가는 성장과정이라 부른다.

 

매주 1시간 진로탐색에 투자한 가치는 충분하다. 중학생이 찾아 왔다. 건축에 관심이 있다고 한다. 건축분야의 15년 후 업계전망, 진로, 대학 커리큘럼, 본인과의 적합성 등을 질문했다. 한동안 애쓰던 학생에게서는 ‘모르겠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매주 1시간 PC검색 및 독서·동아리 활동을 하고 선생님께 질문을 하도록 조언했고, 고1 하반기에 이 학생을 다시 만났다.

 

“막연히 건축을 접했지만, 다양한 학교활동과 검색, 독서를 통해, 건설산업이 ’디벨로퍼‘를 지향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부문별로는 감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관련 선택과목은 이미 신청했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효율적 감리제도와 디벨로퍼의 조건을 정해도 봤는데, 정말 가능한지 건축학과에 가서 공부하고 싶습니다.” 

 

이 학생의 1년 후 답변이다. 누구나 가능하다. 그리고 전공교수는 이러한 진로탐색의 과정, 학생의 성장과정을 평가한다.     

 




○ 대입제도는 전공과정을 잘 수행해 낼 수 있는 교과 역량을 원한다


 

국어, 영어, 수학. 주요과목이자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잘 안 오르는 과목’이다. 전문가는 묻는다. ‘국어가 학문일까? 수학은? 영어는?’ ‘수학과 교수는 왜 국어점수를 보는 걸까?’ 학문은 대학의 영역이다. 중등, 고등 교육과정에서는 이를 교과라 부른다. 대학에서의 다양한 전공 공부를 위한 기반학습의 의미이다.  

 

‘잘 정리된 강의와 암기와 문제풀이 중심의 고득점을 통한 대입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전공교수가 보는 우수한 인재는 ‘선택한 전공분야를 잘 수행해낼 수 있는 기반 역량’이 있는 학생이 되었고, 이를 평가할 수 있도록 지필고사가 변하고, 수행평가가 강화되었다. 

 

2018년 3월부터 고등학교 교과서가 핵심개념과 과정평가 중심으로 전면 개편되었고, 과학, 사회의 경우는 중학교 과정을 70% 이상 반영했다. 고1 입학 후, 첫 3월 모의고사 시험범위는 중학교 전체 과정이며, 이후 모의고사 범위는 누적개념이 적용된다. 고등학교 성적을 올리고 싶은 학생이라면 제일 먼저 중등과정의 기본개념을 정리해보자. 그런데, 변화된 교육과정은 정말 핵심개념 중심의 지필고사와 과정평가를 진행하고 있을까?

 

고등학교 자녀가 있다면 물어보자. ‘설명을 잘 듣고, 암기하고 문제를 1000문제 풀었다. 지난 기말고사 기준으로, 문제집의 일부만을 변형하여 거의 유사하게 나오는 문제는 어느 정도일까?’ 대부분의 학생은 50% 이하를 답하고, 30% 이하를 말하는 학생도 다수일 것이다. 융합형·복합형 문제, 이해·사고·개념 중심의 문제로 변별력을 확보하려는 최근 경향이 그대로 반영된 이유이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은 서술형·논술형 평가를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50%에 근접한 수행평가도 준비한다.

 

융합형, 서술형 문제의 고득점을 위해서는, 학습내용과 관련한 공식과 법칙의 유도과정, 그래프와 실험의 논리적 도출 과정, 학습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도나 도표, 지문내용의 해석은 물론 글의 전체 구조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꾸준히 1등급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공부방법이다. 지필고사, 수행평가, 교과목 관련 활동 내용은 그대로 학생부에 반영된다. 대학 전공교수가 내 제자를 선발하기 위해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영역 중 일부이다.

 



 

○ 대학은 내신과 학생부로 지원, 면접으로 확정


 

우리 학생들은 내신과 학생부로 대학교에 지원하고, 면접으로 입학이 확정된다. 현 중3 학생은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으로 학생부 기재사항이 일부 축소되었다. 전공교수의 면접 비중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묻고 확인하고, 우수한 인재인지를 평가한다.

 

당연히 ‘아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과거 ‘천재형 은둔자’가 칭송받는 시대가 있었다. 1인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절이다. 대학은 특기자 전형으로, 기업은 특채의 형태로 선점하고자 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불과 10년 후면 ‘함께 협력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시대를 살아내야 한다. 이제 아는 것을 설명하지 못하면, 그냥 모르는 것이 되었다.

 

전공교수는 학생부를 통해 확인한 내용을 다시 묻고, 정말 ‘우리 학과에 적합한지‘를 평가한다. 전공 관련 교과지식에 대한 질문과 지문도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배경지식과 질문(지문)에 대한 해석능력, 이해/사고력이 평가된다. ‘① 지문 가, 나, 다, 라의 공통점을 찾아 말하시오. ②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말하시오. ③ 이러한 견해가 있는데 학생의 생각과 비교하여 말하시오.‘ 모 대학 면접 기출문제의 일부이다. 

 

‘내 제자를 뽑는’ 전공교수는, 면접을 통해 ‘왜 우리 학과에 지원했는지?’ ‘그렇게 오고 싶었으면,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떠한 활동을 하였고, 세부 관심분야는 무엇인지, 전공분야에 적합한 학습역량은 갖추었는지? 지금까지의 성장과정을 통해 앞으로도 두각을 나타낼 수는 있는 학생인지?’를 평가하고 그 결과로 우수한 인재를 선택한다.

 




○ 그래서? 대학이 원하는 우수한 인재는?


 

현재 중학생, 고1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은 자기관리역량과 지식정보처리역량 등을 핵심역량으로 제시하고, 대학은 자기주도성과 전공적합성으로 학생을 평가한다. 

 

자기관리역량은 ‘자기정체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과 진로에 필요한 기초 능력과 자질을 갖추어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며, 지식정보처리역량은 지식 자체의 습득보다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다양한 영역의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자기관리역량을 학습하고 대학에서 자기주도성으로 평가받으며, 지식정보처리 역량을 키워 전공적합성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국, 영, 수 평균 점수만 높은 학생이 ‘우수한 학생’의 모든 조건이던 시대가 사라져간다.

 

‘우수한 학생’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교육부 이야기대로 교과목에서 암기사항, 심화 문제풀이의 부담은 다소 경감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교과 학습과 함께 경감된 시간을 활용하여 스스로의 ‘우수성’을 증명해 내야한다.

 

전공교수의 선발기준에 주목하고, 2015 교육과정에 집중하자.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 중등, 교육과정의 한 축인 진로탐색의 과정을 계획하고, 기반학습과 함께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아는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진짜 공부를 연습하자. 이는 정확히 면접의 역량과도 연결된다.

 

쉬운 것부터 시작하자. 1주에 1시간은 진로탐색에 투자하고, 매일의 학교수업에 집중한 후 오늘 배운 것을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자. 힘들면 주변의 도움을 구해도 좋다. 성적이 오르고, 똑똑한 학생이라는 평을 받고, 대학에서 요구하는 우수한 학생의 조건인 자기주도성과 전공적합성이 증진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박흥순 평촌에듀플렉스 원장·교육 칼럼니스트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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