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입시
  • 경쟁률 고공행진 과학고… 바늘구멍 통과시켜줄 ‘면접비기’는?
  • 김효정 기자

  • 입력:2018.08.23 18:06
정시확대·자사고 후기이동에 과학고 인기상승… 면담·면접 대비전략

 




동아일보 DB




올해 과학고 경쟁률이 심상치 않다. 전국 20개 과학고 가운데 22일(수) 이전에 원서접수를 마감한 총 7개 학교의 경쟁률이 전년 대비 모두 상승했다. 세종, 한성 과학고를 포함해 △경기북과학고 △인천과학고 △인천진산과학고 △대구일과학고 △대전동신과학고의 평균경쟁률은 지난해 3.62대 1에서 올해 무려 4.28대 1로 높아졌다(정원내).

 

 

입시전문가들은 원서접수 마감을 앞둔 다른 과학고의 경쟁률도 전년도에 비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시가 다소 확대되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개편의 영향도 주효했지만, 올해 고입제도의 변화가 이 같은 현상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

 

우연철 진학사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기존에 전기고 지원 시 과학고와 자사고를 놓고 한 곳을 택해야 했다. 그러나 올해는 과학고에 지원한 후 탈락하면 자사고, 그리고 일반고까지 지원할 수 있게 돼 부담이 줄면서 지원율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음달 7일(금) 원서접수를 마감하는 제주과학고를 제외한 19개 과학고는 이달 내로 원서접수를 모두 종료한다. 원서접수를 마친 학생들은 더 이상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는 상황. 즉, 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과학고에 진학하려면 앞으로 남아있는 방문·소집(출석)면담과 소집면접을 꼼꼼하게 준비해야 한다. 현직 과학고 교사 및 입시전문가에게 최근 과학고 면담·면접 경향과 대비 방법을 묻고 들었다.

 

 

○ ‘송곳’ 질문 오가는 면담… ‘확장성’에 답 있다

 

과학고는 통상 1단계에서 서류평가를 실시한 뒤 일부 또는 모든 지원자를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한다. 면담 응시자 가운데 일부 학생만이 2단계 소집면접 응시기회를 얻기 때문에 중요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전체 20개 과학고 가운데 17개교는 1단계 면담방식을 소집·출석면담으로 실시한다. 대전동신과학고, 부산과학고, 부산일과학고 3곳만이 방문면담을 실시한다. 상당수 과학고가 소집·출석면담을 선호하는 이유는 학생을 보다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기 때문. 학생들은 단순히 면접을 응시하는 장소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소집·출석면담은 학생들이 직접 지원한 학교를 방문해 면담을 치르기 때문에 입학담당관이 각 중학교를 찾아가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즉 보다 면밀하게 학생을 관찰할 수 있다.

 

과학고가 학생을 까다롭게 평가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지원자들도 면담을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과학고 면담은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에 기재된 내용을 검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이 어떤 활동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바는 무엇인지만을 정리해서는 합격을 담보할 수 없다. 최근 과학고 면담에서는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에 기재된 활동과 연관된 수학·과학 개념을 통해 지원자의 학업역량을 평가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김창식 엠베스트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면담에서는 학업역량의 확장성을 드러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학생부의 방과후활동, 동아리, 독서 내역에 기재된 수·과학 관련 활동을 왜, 어떻게 수행했는지 묻는 것뿐만 아니라 해당개념과 연계된 질문도 출제된다. 수행한 활동과 관련된 수·과학적 개념을 비롯해 유사, 반대, 상위 개념에 대해서 지원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식이다. 일상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얼마나 다각도로 해결방법을 고민하고, 학업적으로 호기심을 갖는지 평가하는 것이므로 관련 개념들을 미리 살펴봐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논리적 답변 중요한 융합문제… 중등개념만? 심화개념까지 활용해야

 

1단계 면담을 마친 후 각 학교는 대체로 모집정원의 2-3배수에 해당하는 인원을 2단계 소집면접 대상자로 선정한다. 소집면접에서는 단순히 수학·과학 교과지식을 묻기보다는 실생활과 수학·과학 개념을 연관시킨 문제가 출제된다. 이를 통해 지원자의 수학·과학에 대한 창의적 문제발견 및 해결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경남과학고의 소집면접 문항을 살펴보면 실제로 실생활과 연관지어 수학·과학 개념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음을 알 수 있다. 고성민 경남과학고 물리교사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커피포트를 통해 지원자의 수학, 물리, 화학 교과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했다”며 “저항체를 어떻게 배열해야 물이 더 빨리 끓을 수 있는지, 피타고라스의 성질을 이용해 전류의 값을 구해보라는 등의 문항이 출제됐다. 이는 중학교에서 배우는 전류의 작용, 피타고라스의 정리 개념과 연관이 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융합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대비해야 할까? 경남과학고 장길수 입학부장은 “학원에서 하는 기계적인 문제풀이보다는 자기스스로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수학·과학적 요소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학교에서 배운 수학·과학 개념을 일상생활에 적용시켜보며 호기심을 해소하면 면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학교에서 배운 교과지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심화지식을 활용해 면접답변을 구성하면 차별화를 모색할 수 있다. 김창식 수석연구원은 “과학고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일부 학교는 고교 1학년 때 고1 과정과 함께 심화수학, 과학Ⅱ 진도를 나간다. 이는 곧 해당 과정을 이수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의미”라며 “중등개념을 활용해 문제 해결방법을 설명하되 추가적으로 중등개념에서 한 발짝만 더 나아간 고교수준의 이론을 활용하면 자신이 과학고에서 수학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학생임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답없는 인성면접… ‘경험’ 녹여내야

 

한편, 과학고 소집면접에서는 지원자의 인성을 파악하기 위한 면접문항도 출제된다. 입시전문가들은 사실상 인성면접이 합·불을 가리지는 않으나,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과학고 합격생들은 기숙사 생활 및 팀 프로젝트 중심수업 등 단체생활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과학고로서는 올바른 인성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고자 한다는 것. 

 

소집면접에서 공통문항을 제시하는 한성, 세종과학고는 지난해 면접에서 인성관련 문항을 2문제 출제했다. 두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난해 소집면접 기출문항을 살펴보면 주어진 제시문을 읽고 그와 관련된 인성요소를 한 가지 고른 뒤, 해당 인성요소를 갖추기 위해 지원자가 기울인 노력이 무엇인지 답하는 문항과 소설 ‘어린왕자’ 속 까칠한 장미꽃을 심술궂은 모둠원에 빗대며 같은 모둠장으로서 지원자가 해당 친구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 묻는 문항이 출제됐다. 

 

위의 문제에서도 알 수 있듯 이러한 인성면접은 정해진 정답이 없다. 따라서 자신의 평소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연철 평가팀장은 “전반적으로 과학고의 인성면접 문항을 살펴보면 협동심을 측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이 중학교 때 했던 봉사, 임원, 멘토링 등의 활동을 활용해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 등을 드러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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