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학생부 무리한 ‘양치기’ 하다가 진짜 ‘양치기 소년’ 된다?
  • 김지연 기자

  • 입력:2018.07.24 14:00
학교생활기록부 무의미한 분량 늘리기 그만… 양보다는 질을 높여야






 

 

“생기부 몇 장이 가상 이상적일까요?”

 

1학기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기입 마감을 앞두고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실제로 수험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질문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온다. 문제는 질문자를 ‘헉’하게 만드는 정확하지 않은 답변들이다. “(3학년 기준) 기본 20장” “25장을 넘는 경우도 허다함” 등이 그것. 이런 답변이 반복적으로 올라오다 보니 ‘학생부는 양이 많을수록 좋다’는 낭설이 정설인양 통용되는 분위기마저 생겼다. 

 

학생부 분량에 대한 수험생의 걱정은 ‘총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항목별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이른바 ‘양치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 중에서도 독서활동과 수상경력 분량 확보에 대한 강박이 특히 뿌리 깊다. 수상경력은 대회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소수의 학생만 얻을 수 있다는 점, 독서활동은 책을 읽는 데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기입 자체가 쉽지 않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오히려 분량에 대한 강박을 갖게 된 것. 그렇다보니 읽지도 않은 책을 학생부에 기입하거나 교내대회에 무작위로 참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학교생활기록부, 정말로 양이 많을수록 대입에서 유리한 것일까? 수험생들의 생각과 달리 입시전문가들은 강박적이고 무의미한 양 부풀리기는 오히려 면접에서 불이익이 될 수 있으며, 소중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만 야기할 뿐이라고 지적한다. 수험생들이 학교생활기록부 ‘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를 독서활동을 중심으로 풀어봤다.  

 




○ 독서활동 양치기, 면접에선 득 아닌 독


 

독서활동은 너무 많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 특히 제대로 읽지 않은 책을 기입하면 면접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는 2017학년도 이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그전까지 독서활동은 △책을 읽은 동기 △책을 읽은 후 느낀 점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항목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교사가 학생의 독서과정까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자 교육부는 2017학년도 이후부터 독서활동에서 책의 제목과 저자만 쓸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꿨다.

 

문제는 대학이 서류를 통해 지원자가 책에서 무엇을 배웠고 어떤 변화를 갖게 됐는지 등 ‘진짜’ 필요한 내용은 알 수 없게 됐다는 것. 결국 독서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면접’을 통해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동국대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에 기재된 지난해 면접고사 기출문항을 살펴보면 ‘한국과 일본의 문제를 다룬 책들을 읽었는데, 양국 간의 문제에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은 무엇인가’ ‘논어를 여러 번 읽었다고 하였는데 반복해서 읽은 이유는 무엇인가’ ‘재무 설계와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이를 토대로 본인의 재무 설계 계획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시오’ 등 독서활동과 관련된 문제들이 다수 출제됐다. 게다가 모두 책을 제대로 읽지 않고서는 답할 수 없는 문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독서활동의 양을 늘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제대로 읽지 않은 책을 마구 기입하면? 면접에서 독서활동과 관련된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없다. 이는 결국 독서활동뿐만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 전체의 신뢰성마저 의심 받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면접 문항만 보더라도 어떤 책을 얼마만큼 읽었는지 보다는 그 책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면접관들에게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단순히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자 많은 독서를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깊이 있는 독서활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1년에 18권이 적당… 전공 관련 독서가 중요


 

그렇다면 독서활동, 얼마나 하는 게 적당할까? 고교생이 하루 종일 독서를 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대신 하루에 1시간 정도 짬을 내서 꾸준히 읽는다고 가정하면, 한 권을 읽기 위해 약 2주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1년은 52주이므로 산술적으로는 총 26권이 맞으나, 학년별 총 4번의 지필고사 기간 및 준비기간 4주를 제외하면 16주가 빠진다. 결국 책을 읽을 수 있는 기간은 36주가 된다. 즉, 1년에 18권 내외의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아무 책’이나 읽는 것은 무의미하며, 진로와 관련된 책의 비중이 커야 보다 효율적이다. 현재 학교생활기록부 내 독서활동은 크게 ‘공통’과 ‘(특정)과목’으로 나뉜다. 교양 차원의 독서활동은 ‘공통’으로, 특정 교과와 관련된 독서활동은 ‘(특정)과목’으로 분류돼 기입되는 것. 이중 과목 독서활동, 특히 진로와 관련된 과목 독서활동의 비중이 커야 대입에 유리하다. 대학들이 전공 관련 독서경험을 더욱 중시할 뿐만 아니라, 면접에서도 집중적으로 묻기 때문이다.

 


 

<그림1> 학교생활기록부 독서활동상황 기록 예시


※출처: 교육부 ‘2018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

 
 




○ 올해부터 수상 못한 교내대회는 활용가치 ‘0’… 가려서 참여해야 


 

수험생들이 분량 강박에 시달리는 또 다른 항목인 수상경력 역시 마찬가지. 수상경력 한 줄을 얻겠다고 교내대회에 무차별적으로 참여하면 괜히 시간과 체력만 낭비하게 된다. 특히 올해부터는 교내대회 비수상자는 학생부의 다른 항목에서도 대회에 대한 언급을 ‘한 글자’도 할 수 없게 됐다. 수상하지 못하면 대회 자체의 활용가치가 ‘0’인 셈이다. 따라서 수상 가능성이 높은 교내대회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참여해야 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무분별하게 대회에 참가하기보다는 자신에게 필요한 대회를 선별하여 참가하고, 참가를 결정했다면 반드시 수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도 “더욱이 수상경력은 최근 과도한 남발로 인하여 그 영향력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 주제와 관련한 교내대회가 있다면 참여하되, 과도한 활동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고3, ‘어휘’에 신경 써라


 

그렇다면 시간이 없는 고3 수험생이 학생부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김 부장교사는 ‘어휘의 정돈’을 꼽았다. 갑자기 내용이 아닌 형식 차원의 ‘어휘’라니, 뜬금없다고 생각하는 수험생도 있을 터. 왜 어휘가 중요한 걸까. 

 

학생부 평가에는 지원자가 희망하는 전공분야의 교수진도 참여한다. 이 교수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사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재된 실험이나 탐구활동에서 어떤 어휘가 사용되는지만 봐도 학생의 수준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김 부장교사는 “마침 지금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 시즌인 만큼, 교사들이 기초 학업자료를 요구할 때 관련 논문을 참조하여 정확한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등 어휘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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