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입시
  • [경남과학고등학교 탐방] 역사와 전통을 가진 지방 과학고의 저력, “우린 잘 키우는 학교”
  • 김수진 기자

  • 입력:2018.06.05 10:26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 ⑤ 경남과학고


《2019학년도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선발권이 폐지되면서 기존의 고교 입시 지형이 모두 뒤틀려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부 자사고들이 우선선발권 폐지에 반발해 제기한 헌법 소원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코앞으로 다가온 고교 입시가 매우 유동적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깜깜이 고입’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요? 

 

이럴 때야말로 ‘정공법’이 필요합니다. 향후 대입에서 특목·자사고가 혹은 일반고가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따져보며 입시 변화의 종속 변수로 고교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고교 생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학교가 그에 알맞은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따져보는 것이 더욱 필요하단 뜻입니다. 

 

이에 <에듀동아>는 8개 학교(△경기외고 △경남과학고 △동탄국제고 △대원외고 △민족사관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용인외대부고 △한영외고)의 재학생과 입학 담당 교사가 직접 소개하는 ‘진짜’ 특목·자사고 탐방 기획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을 준비했습니다. 중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이번 기획 취재에는 특별히 고교가 위치한 인근 지역의 중학생도 함께하였습니다.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 시리즈가 합리적인 고교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 경남 진주시 경남과학고(좌). 오른쪽은 ‘1인 1나무 가꾸기’ 활동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직접 키우는 블루베리 나무.
경남과학고는 수·과학적 분야에서 두각을 보인 학생들을 학생 중심의 교육과 연구를 통해
미래를 선도할 창의융합인재로 ‘잘 키워내는 학교’다.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수도권과 지방 고교 간 학력격차마저 심화되면서 지방 고교가 위기를 맞고 있다. 이공계열 인재 수요가 늘면서 각광받고 있는 과학고도 예외는 아니다. 한 지방의 과학고는 지난해 원서접수 경쟁률이 2대 1 아래로 떨어졌다. 수도권의 한 과학고가 7대 1에 가까운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상위권 학생들의 수도권 편중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방 고교가 살 길은 교육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뿐이다. 입학 지원을 하는 학생 자원이 많은 수도권 고교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우수한 결과를 낸다. 자연스레 ‘선발 효과’를 누린다. 하지만 학생 수가 줄면서 입학 자원 자체가 줄어드는 지방의 고교는 학생들의 뚜렷한 성장을 이끄는 교육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경남과학고(교장 한철우)는 수학·과학 분야에서 역량을 보인 학생들을 미래 이공계열의 핵심 인재로 ‘잘 키워내는 학교’다. 경남과학고는 지난해 전국의 20개 과학고 중 서울의 세종과학고, 한성과학고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서울대 진학자를 배출했다. 지난해 서울대 합격자 기준 상위 10개 과학고 가운데 광역시가 아닌 지역에 위치한 고교는 경남과학고가 유일하다. 

 

지난 달 30일 지방 과학고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경남과학고를 찾아 그 비결을 살펴봤다. 장길수 입학관리부장교사를 비롯해 경남과학고 재학생들이 내놓은 경남과학고의 ‘진짜’ 저력은 무엇일까. 

 

 

○ 학생 스스로 움직이는 ‘학교몰입교육’… 자기주도역량 강조하는 최근 입시에 유리

 

경남 진주시 진성면에 위치해 있는 경남과학고는 경남과학교육원, 경남과학영재교육원 등 인접한 교육기관을 제외하면 학교 주변에 다른 건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 덕에 학생들은 오히려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학교도 학생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자신의 능력을 키워가게 하는 교육방침을 지향한다. 

 


▲ 학교를 방문한 중학생들에게 ‘1인 1책상’의 경남과학고 독서실을 비롯해 물리, 지구과학 등 교과목별 실험실을 소개해주는 경남과학고 재학생들. 가장 하단 사진은 3면이 칠판으로 둘러져 있는 수학 교실의 모습. 학생 중심의 수업이 이뤄지는
경남과학고에선 교사뿐 아니라 학생도 자유롭게 자신의 수학적 풀이와 접근법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재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남과학고 학생들은 오전 6시에 일어나 태권도, 조깅 등 간단한 운동 후 오전 자습시간을 갖는다. 학교 정규 수업시간 종료 후에도 방과후 수업 및 오후 자습시간이 12시까지 이어진다. 교과 진도를 넘어서는 사교육, 입시 스펙을 쌓기 위한 교외활동 등에 신경을 쏟지 않고 오로지 학교 교육과정에 집중하며 재학생 개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자습시간이 5~7시간에 이른다. 주어진 자습시간에는 교과 심화학습 외에도 교사의 활동 승인을 받아 동아리, 학생 세미나, 과제연구 등 다양한 활동을 동료 선·후배와 함께 이어간다. 

 

또 재학생 전원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정보 △융합으로 나뉘는 영재학급에 편성돼, 1학년 때부터 같은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끼리 심도 있는 과제연구를 1년 반에 걸쳐 수행한다. 학생들이 주도하는 이 연구의 결과물로 재학생들은 전국과학전람회를 비롯한 다양한 대회에 참여한다. 

 

장 교사는 “우리 학교에선 학생들 스스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더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세미나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다”라면서 “그밖에 동아리나 과제연구 등 모든 교육프로그램이 학생 주도 하에 이뤄지기 때문에 신입생 선발 단계에부터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계발해나가는 경남과학고에서의 생활은 자기주도적 인재를 선호하는 최근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경남과학고는 지난해 서울대 18명을 비롯해 연세대 15명, 고려대 18명 등의 합격자를 냈다. △KAIST 18명 △POSTECH(포항공과대학) 6명 △GIST 17명 △UNIST 18명 △DGIST 9명 등 이공계특성화 대학에도 매년 수십 명씩 합격하고 있다.

 

 

○ 역사만큼이나 두터운 동문, 후배들의 든든한 지원자로

 

경남과학고가 ‘잘 키워내는 학교’가 될 수 있던 것은 교사들의 밤낮 없는 노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경남과학고가 지난 30여 년간 쌓아올린 ‘동문 네트워크’의 힘도 적지 않다. 

 

국내에 과학고가 최초로 설립되던 초창기인 1984년에 개교한 경남과학고는 올해 1학년이 35기다. 긴 역사만큼 현재 우리나라 이공계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한 전문가들 중에도 경남과학고 출신이 적지 않다. 조광현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경남과학고 4기), 허충길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경남과학고 10기)를 비롯해 국내·외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경남과학고 동문만 13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모교를 찾아 연구동향 등을 소개하는 특강을 열거나 학생들이 수행 중인 연구에 대해 자문을 해 주는 방식으로 후배들을 아낌없이 지원한다. 재학생들이 해마다 참여하는 대외학술탐방 및 대학탐방이 내실 있게 이뤄질 수 있는 것도 각계에서 활약하는 동문들의 역할이 크다. 

 


▲ 실제 경남과학고 학생들의 해외탐방 및 우수대학 체험활동 모습. 
경남과학고의 대외탐방은 학계, 산업계 등 각계에 진출해 있는 동문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내실 있게 이뤄진다.
경남과학고 제공.

 

경남과학고 3학년 안준용 군은 “해외탐방 때는 구글, 삼성 등 세계적 기업에 재직 중인 선배들이 직접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로 찾아와서 소규모 그룹별로 다양한 조언을 해주고, 여러 질문에 풍부하게 답변도 해 준다”면서 “지난해 해외대학탐방 차 실리콘벨리를 찾았을 때는 동문 선배의 도움을 받아 일반에 개방되지 않은 테슬라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재학생들에게 나보다 앞서 같은 길을 간 선배와의 만남은 단순히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차원을 넘어서 과학도로서의 성장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3학년 김동윤 군은 “전국과학전람회 등 여러 대회에서 우리 학교가 매년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선배 전문가들의 도움도 큰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학생 수준에서 연구를 하다보면, 아무리 참고논문을 열심히 들여다봐도 한계가 있기 마련인데 우리가 연구하는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갖춘 분들에게 직접 조언을 들으면서 연구에서의 보완할 점을 찾고, 연구 방향을 수정하다 보면 연구의 질이 확실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 학교 복도를 가득히 메운 경남과학고 학생들의 연구 성과물. 
경남과학고 학생들은 매년 전국과학전람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학교는 1, 2학년 재학생들이 수행한 연구에 대해 전문가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1인당 50분’ 과학고만의 심층 소집면담, 헤쳐가려면? 

 

그렇다면, 이 경남과학고 동문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경남과학고는 경남 소재 중학교 졸업자를 대상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3단계 전형을 실시하는데, △학생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를 바탕으로 한 1차 서류평가(교과 성적 정량평가 포함) 후 모집정원의 3배수를 대상으로 2차 소집면담을 갖는다. 여기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40명은 3차 평가에서 인성면접만 치른다. 다른 2차 합격자들은 3차 평가에서 3개의 공통문항을 푸는 창의인성면접을 거쳐야 한다. 

 



▲ 경남과학고는 2차 소집면담에서 40명을 ‘우선선발’해 인성면접만 치른다.
장 교사는 “경험적으로 소집면담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인 학생들이 3차 면접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보여왔다”면서
“이들을 우선선발함으로써, 다른 지원자들의 3차 평가에 보다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학전형의 최종 절차는 3차 면접이지만, 핵심 과정은 2차 소집면담이다. 소집면담은 △수학(20분) △과학(20분) △인성(10분), 3개의 면접실에서 각각 면접관 2인이 지원자의 제출서류를 기반으로 한 심층 질문을 던진다. 

 

장 교사는 “소집면담은 평가에 약 4주가 걸린다. 면접은 1인당 15분씩이지만 소집면담은 1인당 50분씩 진행되기 때문”이라면서 “그만큼 소집면담에서 학생의 서류에 적힌 내용의 진위 여부를 꼼꼼히 확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1차 서류평가에서 지원자의 서류에 매겨졌던 점수는 2차 소집면담을 거쳐 재산출된다”며 소집면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입시를 치른 1학년 곽시은 양은 “소집면담에선 정말로 자기소개서와 학생부에 적힌 내용에 대해서만 물어본다”면서 “대신 매우 깊이 있는 부분까지 꼬리에 꼬리를 http://물고 질문이 이어지기 때문에 서류에 적힌 내용과 연관된 개념, 원리 등을 명확히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남과학고는 3차 면접평가 시 1차 서류평가에서 반영되지 않았던 3학년 2학기 성적을 합산·반영한다. 결과적으로 2학년 1학기 성적의 반영 비율보다 높기 때문에 경남과학고 지원을 희망한다면 3학년 2학기 말까지 교과 성적을 잘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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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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