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입시
  • “요즘 중학생이 영어 문법에 더 취약한 이유는?”
  • 김효정 기자

  • 입력:2018.04.27 18:26
김준현 박상준어학원 콘텐츠 팀장이 밝히는 품사 체계 확립의 중요성

 







예전 세대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처음 ABC를 배웠습니다. “I ― my ― me, you ― your ― you” 처음 영어를 배울 때 이렇게 문법부터 배웠기에, 문법과 영어는 같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빠 세대의 필독서였던 책들은 하나같이 “명사, 형용사, 동사” 같은 품사를 테마로 한 책들이었습니다. 돌아보면 정말 많은 문법 용어를 뜻도 모르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의 아이들은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문법이 아니라 소리와 말을 통해 영어를 접합니다. 이전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어 데이터에 노출됩니다. 문제는 이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만나게 되는 문법이라는 생소한 벽입니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 교과서 문장을 자꾸 학교에서는 문법적으로 가르치고 또 분석할 것을 요구합니다. “인칭대명사, 부정대명사, 관계대명사, 부정사, 동명사, 분사, 전치사, 종속접속사, 등위접속사, 완료, 가정법” 듣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한자어가 쏟아지고, “다음 중 that의 용법이 다른 것은?”, “다음 8개의 문장 중 몇 개가 문법적으로 잘못인가?”하는 이상한 시험 문제가 출제됩니다.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렵지도 않은 문장을 왜 문법적으로 분석해야 하나?”라는 의구심이 생기지만, 시험을 봐야 하니 거부할 수도 없습니다.  

 

○ 따지면서 조직화하기 보다는 “암기”가 훨씬 편리한 공부방법이다

 

문장 데이터가 풍부한 요즘의 아이들은 그래서 문법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문법 문제와 답을 통째로 암기하려 합니다. 문법 개념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아도, 문제집과 교과서 문장이 어렵지 않으니 아예 전부를 외우려 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이 훨씬 손쉬운 방법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암기로 중등부의 벽을 겨우 넘은 아이들이 고등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진짜 벽입니다. 고등학교 시험의 범위는 암기로 버티기에는 불가능한 양입니다. 또한, 시험 문제도 문법적 얼개 전체를 알아야 풀 수 있는 복합적인 응용력을 요구하고, 무엇보다 문법적으로 정확한 영작이 서술형 문제의 핵심이 됩니다. 문법적 응용과 정확성을 극한까지 요구하는 영어 시험의 벽 앞에서 암기로 버티던 아이들의 대부분은 절망하게 됩니다. 


 

○ 우리는 품사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

 

a. Which tie do you like best?

b. He's very like his father.

c. No one sings the blues like she did. 

d. We all have different likes and dislikes. 

 

우리는 품사를 시시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품사(parts of speech)란 영어 문장을 만드는 부품들을 분류하려는 체계이고, 이를 기반으로 중고등부의 문법 문제들이 출제됩니다. 품사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문장을 만드는 원리와 어떤 단어가 어느 위치에 어떤 단어와의 관계 속에 놓이는가를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위의 문장에는 모두 4개의 like가 등장하지만, 그 like가 어느 위치에 있는가에 따라서 그 품사는 “동사(--을 좋아하다)”→“전치사(--와 같은)”→“접속사(마치 —처럼)”→“명사(좋아하는 것)”로 달라집니다. 우리는 milk를 “우유”라는 명사라고만 생각하지만, He milked the cow라고 하면 “--의 젖을 짜다”라는 동사가 되고, He milked a snake라고 하면 “--의 독을 뽑아내다”라는 뜻으로 같은 동사도 그 의미가 전환됩니다. 품사는 영어 단어가 문장의 어디에 놓였는가에 따라 달라지기에 문장의 구성 원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기에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 문법적 얼개? 품사와 품사로 분류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체계!


영어의 8품사는 영어 문장을 만드는 데 쓰이는 단어들을 기능과 의미에 따라 분류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체계입니다. 하지만 이 8개의 문장 부품으로 문장을 분류하려는 시도는 사실 불가능합니다. 가령, The elephant wanted to run away라는 문장만 봐도 벌써 the와 to run은 8품사로 분류가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령, 위의 to run은 동사처럼 보이지만 시제를 결합할 수 없고, 무엇보다 동사의 위치에 놓여있지 않고 명사 위치에 놓여있습니다. 동사로 분류해야 할지 혹은 명사로 분류해야 할지 결정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자격 미달의 동사를 영어 문법에서는 준동사로 분류합니다. 관사(the)와 같은 한정사는 왜 8품사에 못 들어갔고, to run과 같은 부정사는 왜 품사로 분류할 수 없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품사를 기반으로 한 영문법의 기반입니다. 다시 말하면, 품사로 분류할 수 있는 것들과 품사로 분류할 수 없는 것들(준품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고등 문법 체계의 얼개를 잡아줍니다. 


 

○ 내신 기출 문제집을 풀기 전에 문법 체계 전체에 대한 명확한 그림부터 그려라! 

 

고등학교에 가서도 무너지지 않는 중등부 최상위권 학생의 공통점은 그들이 명확하게 품사를 구분할 수 있고, 난이도 높은 영작에 강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문장의 구성 원리를 이미 체득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이것이 품사적 구분과 자연스레 매치가 된다는 점입니다. 20년이 넘는 오랜 시간의 자료를 모으면서 저희는 제대로 된 품사 체계, 명확한 품사에 대한 이해를 가진 학생들은 전체 중학생의 5%도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체계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떤 기출 문제집도 머릿속에 분류/고정되지 못합니다. 모든 공부는 들어오는 데이터를 어떻게 고정하고 응용하는가의 문제인데, 정보를 고정할 수 있는 틀이 탄탄하지 않으면 데이터가 축적될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품사/준품사에 대한 구분과 판별은 문장을 스스로 분석하도록 강제하기에 우리가 흔히 공부머리라고 하는 조직적인 사고를 키우는 것에 큰 도움이 됩니다. 중등부 내신 시험 공부방법이 교과서/프린트/기출문제집의 기계적 암기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스로 분석하고 스스로 분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이 따지기 싫어하는 요즘 아이들, 극단적인 수동성에 길들인 요즘 중등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학습 포인트입니다!  

 

▶김준현 박상준어학원 콘텐츠 팀장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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