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명문고’ 부럽지 않은 신설 학교들의 진학 실적 ‘반란’, 비결은?
  • 김수진 기자

  • 입력:2018.04.06 09:40
‘일반고가 갈 길을 보여주다’-2018 서울대 등록 실적 35위권 안착 ‘신설학교’들의 비결


 


 

과거 수능 성적 중심의 입시 체제에서는 일반고가 수월성 교육에 집중하는 특목자사고에 밀린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개별 고교의 여건과 학생 개개인의 경쟁력, 잠재력을 종합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되면서 꾸준히 교육 경쟁력을 강화해 온 일반고들이 특목자사고 못지않게 대학 잘 가는일반고로 도약하는 추세다.

 

<에듀동아>는 달라진 입시 지형을 기반으로 최근 괄목한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일반고의 비결과 노하우를 전하는 일반고가 갈 길을 보여주다기획을 준비했다. 특히 이번 기획은 그간 꾸준한 입시 실적을 내면서 전통적인 강자로 불리던 일반고 대신 제로베이스 혹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건에서 시작해 성과를 일궈낸 일반고에 주목했다.

 

참고: 대개 우리나라에서 고교의 진학 실적을 따질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자료가 바로 서울대 진학 실적이다. 물론 서울대 진학 실적이 모든 교육 성과의 기준이 될 순 없다. 그러나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에 가장 직관적인 자료이기 때문에 이번 시리즈 역시 서울대 진학 실적을 기반으로 기획했다. 더불어 이번 시리즈에 사용된 데이터는 모두 서울대 최초 합격자가 아닌 추가 합격 절차를 거쳐 실제로 서울대에 등록한 이들을 기준으로 했다.

 

  

가장 최근 치러진 2018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합격자(최초 합격자 기준)를 배출한 고교는 885개교다. 2017학년도 858개교, 2016학년도 838개교보다 늘어난 수치. 하지만 전국의 고교가 총 2360개교(2017년 교육통계 유초중등 학교급별 개황기준)인 것에 비하면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한 고교는 전체 고교 중 약 37.5%에 불과하다. 서울대 합격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고교가 절반을 훌쩍 넘긴다.

 

이런 가운데 2018학년도 서울대 등록자 수 기준 상위 35위권 내 일반고 가운데 개교한 지 10년도 안 된 신설 고교들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경기 파주시의 운정고와 한민고, 경기 오산시의 세마고가 바로 그 주인공. 신설 학교로서 진학지도의 어려움을 딛고 불과 몇 년 사이에 괄목할만한 실적을 낸 이들 고교는 그간 어떤 노력을 통해 대입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일까.

 

 

개교 5년도 안 돼 두 자리 수 서울대 등록자 낸 운정고·한민고·세마고

 

 


 

 

2018학년도 서울대 등록자 상위 35위 일반고 중 총 12명의 등록자를 배출하면서 서울 강남의 영동고, 경기 분당의 수지고 등과 함께 13위에 오른 운정고는 비평준화 지역인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자율형공립고다. 지난 20121월 개교해 2015년에 첫 졸업자를 배출하고, 그 이듬해부터 서울대 등록자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5명으로 시작한 서울대 등록자는 2017학년도, 2018학년도에는 두 자리 수로 성큼 뛰어 올랐다.

 

똑같이 비평준화 지역인 경기 파주시에 위치한 일반고 한민고는 근무지를 자주 옮겨야 하는 군인 자녀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됐다. 2014년부터 군인 자녀 70%, 경기도 학생 30%로 신입생을 받아 20172월에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첫 해부터 10명의 학생이 서울대에 최종 등록하는 쾌거를 올렸고, 이어 2018학년도에도 8명의 학생이 서울대에 최종 진학하면서 일반고 가운데 29위를 기록했다.

 

경기 오산시에 위치한 세마고는 지난 2010년 자율형공립고로 개교했다. 세마고 역시 졸업생 배출 2년 만에 5명이 서울대에 최종 진학하는 성과를 거두고, 이후 꾸준히 서울대 진학자를 늘려왔다. 2018학년도에는 수시 2, 정시 5, 7명이 서울대에 최종 진학하면서 상위 35위에 올랐는데, 실제 합격자는 정시에서 1명 더 많은 8명이다.

 

 

원래 공부 잘 하는 학생들? “3년간 키워내는 건 학교의 역할

 

운정고와 한민고, 세마고는 모두 비평준화지역 일반고로, 인근 지역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편이다. 내신 성적보다 모의고사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아 보통 일반고에 비해 정시 경쟁력이 높다. 그러나 단지 이것만으로 이 학교들의 성과를 설명하긴 어렵다. 비평준화 지역 고교는 경기도 외에도 많으며, 자율형공립고는 2017년 기준으로 전국에 112개교나 있다. 치열한 입시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학생들을 3년간 잘 성장시키는 것은 결국 학교의 역량인 셈이다.

 

최문용 세마고 3학년 부장교사는 신설학교로서 단기간에 탄탄한 면학 분위기를 만든 것은 여러 교사들의 희생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마고는 각 교과 교사들이 주중주말 단위로 촘촘하게 과제를 내주며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을 유도한다. 대표적인 것이 수업 시간에 나눠주는 분석지다. 세마고는 국수 주요 교과목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주제를 분석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빈 종이의 분석지를 나눠줘 이를 채우도록 한다.

 

최 교사는 주중, 주말 과제를 출제해서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또 학생들이 해 온 과제를 일일이 확인해 적절한 피드백까지 주려면, 교사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도 이런 과정을 거치며 자기주도적 학습 태도를 체화한 학생들은 시키지 않아도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찾아 하면서 대입에서도 좋은 성과를 낸다고 전했다.

 

김태호 한민고 진로진학상담 부장교사도 기숙학교의 장점을 살려 생활관 안에 오후 11시까지 공부할 수 있는 면학실을 운영 중이라면서 교사들이 연중상시로 상주하면서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시 이어 수시까지 잡는다비결은 교육활동 강화

 

이들 고교는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한편 부족한 약점은 적극적으로 보완하려고 노력했다. 상대적으로 정시 경쟁력이 우수한 학교들이지만 최근 수시모집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수시 중심의 진학지도에도 적극 나선 것.

 

운정고 교사들은 서울 주요 대학 입학처를 방문해서 직접 입학사정관들에게 진학지도 측면에서 보완할 점을 묻고 연구했다. 어떻게 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보다 풍부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적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자체적으로 학생부 관련 연수도 여러 번 가졌다.

 

이석용 운정고 3학년 부장교사 대학을 다니다 보니 우리 학교 학생들이 경쟁력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란 결론을 얻었다면서 학생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들을 찾아서 할 수 있도록 자율 동아리나 탐구 대회 등 여러 기회를 많이 마련하고, 교과 수업도 토론식으로 대거 바꿨다고 말했다.

 

한민고도 학생들이 가진 역량과 잠재력을 대학이 알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한민고는 학력신장, 수시심화, 논술 영역으로 나뉜 방과후 프로그램을 6주 단위로 1년간 총 4학기 운영한다. 학교가 마치 뷔페처럼 다양한 교육활동을 마련해 놓으면,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취향에 따라 필요한 것을 골라서 경험하는 구조다. 김 교사는 학생의 수요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에 기존 프로그램 외에 학생이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이나 경험을 학교에 먼저 요청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교육활동은 진로진학 지도와 연계돼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김 교사는 “3학년 때 담임교사와 하는 진학상담과는 별개로 진로진학상담부에서는 진로가 막연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상담과 진로 탐색활동을 진행해 각 학생에 필요한 경험과 활동이 무엇인지 스스로 체크하도록 한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특정 경험을 쌓으려 할 때, 다시 학교가 관련 프로그램을 열어 구체적인 활동으로 연계심화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일반고가 갈 길을 보여주다 ① 
-직전년도 대비 2018 서울대 등록 실적 급증한 일반고의 비결(클릭)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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