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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추천서 폐지·블라인드 면접, 오히려 ‘역차별’ 일으킨다?
  • 김지연 기자

  • 입력:2017.12.28 18:26
교사추천서 폐지·블라인드 면접이 ‘정답’일까?






 

교육부가 최근 대학들에 보낸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개편방향’에 교사추천서를 일괄 폐지하고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추천서 폐지는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지나치게 가중시킨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으로, 블라인드 면접 역시 지원자가 출신 고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는 최근 대입제도를 관통해 온 철학에 반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교사추천서 폐지는 공교육 교사의 평가권에 힘을 실어 온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에 반하는 조처가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고교의 교육역량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전제로 학생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 면접에서 고교에 대한 정보를 배제하는 블라인드 면접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그간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힘 써온 고교의 혁신동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둘러싼 교육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 고교 교사의 평가권 약화 ‘우려’


 

교사추천서 폐지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요구하는 수많은 전형요소에 따른 수험생들의 부담을 완화시키고자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다양한 요소를 요구하여 수험생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점은 시정될 필요가 있다”며 교사추천서 폐지를 언급한 것. 이에 이미 교사추천서를 폐지하거나 필수 제출이 아닌 선택 제출로 전환한 대학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교사추천서 폐지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학생부종합전형의 도입 취지 중 하나는 교사의 평가권 강화다. 원활한 대학생활의 근간이 되는 고교생활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고교 교사의 평가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 이러한 의견을 수렴하여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교사가 작성하는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 평가요소로 두고 있다. 

 

특히 교사추천서는 고교 교사 평가권의 ‘핵심’이다. 현재 교사추천서에는 교사가 직접 학생의 학업 역량과 인성 및 대인 관계에 대해 평가하고, 세부내용을 1000자 이내로 자유롭게 기술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분량 제한이 있는 학교생활기록부보다 훨씬 자유롭게 학생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학생은 교사추천서를 확인할 수 없어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교사추천서가 폐지되면 학생에 대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사라져 교사의 평가권도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 경기도의 한 고교 교사는 “분량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내용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개되는 학교생활기록부와 달리, 고교추천서는 교사가 보다 자유롭게 학생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장치”라면서 “교사추천서가 폐지되면 교사가 진솔하고 자유롭게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여지가 축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 입장에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학교생활기록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내용을 교사추천서를 활용해 보완해왔는데 이것이 폐지되면 중요한 평가요소 하나를 잃는 것이기 때문. 서울 소재 A 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공정한 선발을 위해 전형요소 하나하나가 소중한 상황에서, 이렇게 지원자를 판단할 수 있는 도구 하나를 잃어버리면 선발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블라인드 면접, ‘역차별’ 가능성도 
 

 

교육부가 대학들에 보낸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개편방향에는 블라인드 면접 방식을 도입하면 가점을 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인드 면접은 출신지역이나 학교 등 지원자에 대한 편견이 개입할 부분을 가려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 공공기관에 우선 도입됐다. 

 

하지만 당장 실효성이 있을지가 의문이라고 교육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실상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교육과정과, 교내대회 이름 또는 봉사활동을 수행한 기관명 등을 통해 출신 지역 및 고교를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면접이 도입되면 면접전형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면접은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 이에 필연적으로 지원자의 고교생활과 이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점 등을 묻게 되는데, 블라인드 면접이 도입되면 이런 질문은 아예 할 수 없게 된다. 한 입시전문가는 “이에 따라 제시문을 나눠주고 그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제시문 기반 심층면접’으로 면접 형태가 바뀌어 오히려 수험생들이 면접 대비에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고교별로 교육과정과 비교과 프로그램에 있어서 다소간의 편차가 있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상황. 이에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고교 프로파일을 활용해 해당 학생이 어떤 교육환경에 처해있는지를 함께 확인한다. 동아리가 하나도 개설되지 않은 고교에서 자율동아리를 창단해 활동한 학생과 이미 여러 동아리가 개설된 고교에서 단순 입부만 한 학생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블라인드 면접이 도입되면 오히려 이런 상황을 고려하기 어려워진다. 안연근 잠실여고 진로진학부장은 “학생들이 처한 교육적 환경을 다각도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의 장점이었다”면서 “블라인드 면접이 도입되면 오히려 우수한 교육과정과 풍성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갖춘 고교에 다니는 학생들만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블라인드 면접이 고교의 교육역량 강화 동력 막는다? 


 

고교의 ‘혁신의지’가 꺾일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각 고교의 교육과정과 비교과 프로그램이 대입에 직결된다는 것은 고교에게는 일종의 ‘원동력’이었다. 대입에 교내활동이 적극 활용되는 상황에서 우수한 활동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지 못하면 학생들이 고교 진학 자체를 꺼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라인드 면접이 도입되면 고교 활동에 대해선 언급하지 못하게 되고, 고교 입장에서는 풍성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이유 자체가 사라진다. 서진환 제일학원 구술면접위원은 “블라인드 면접이 고교별 특성화를 통해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각 학교들의 혁신 의지나 학교의 장기적 발전 계획 등에 대한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이는 교육 기회의 다양화와 수월성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입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학생부종합전형의 근본 취지를 살리려면 평가요소를 계속 제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교활동의 ‘과정’을 보고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인데 고교활동을 확인할 수 없다면 이 전형의 취지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라면서 “평가요소를 제거하려고하기보다는 공정성 제고를 위한 보다 깊이 있는 고민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연근 잠실여고 진로진학부장도 “블라인드 면접 등은 교육적 환경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수 없게 되는 등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이런 역효과까지 꼼꼼히 고려해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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