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육
  • 국악, 마술, 드럼학원… 초등생들로 문전성시, 이유는 학예회?
  • 김지연 기자

  • 입력:2017.11.03 14:29
학예회 공연 위해 사교육 업체 문 두드리는 초등생들


 






 

경기도 수원시의 한 마술학원. 취미로 마술을 즐기는 성인은 물론, 마술사를 꿈꾸는 중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마술을 가르치는 이 학원엔 최근 초등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성인과 중고교생을 포함해 이 마술학원에 등록한 원생은 총 30여명이지만 이들 중 30%를 훌쩍 넘는 10여명이 초등생일 정도. 

 

초등생들이 이 학원에서 주로 배우는 마술은 주머니에서 끊임없이 수건을 꺼낸 뒤 이를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어 매듭이 묶인 수건을 꺼내는 마술, 손짓으로 장미꽃을 만들어낸 뒤 이 장미꽃을 모자에 넣고 뒤집어 꽃가루를 만들어내는 마술 등이다. 학원 강사들은 해당 마술을 할 때 표정은 어떻게 해야 하며, 해당 마술을 보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도 일대일로 꼼꼼히 개별지도 해준다.

 

이들 초등생은 모두 마술사를 꿈꾸는 것일까? 답은 NO! 이번 달 말 또는 다음 달로 예정되어있는 학교 학예회에서 마술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이런 교육을 받는 것. 이른바 ‘학예회 특강’이다. 학예회 특강은 학예회에서 선보일 3~4분 내외의 공연을 집중 연습하는 학원 수업으로 마술학원 외에 음악, 무용학원 등과 같은 여러 학원들이 초등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단기 특강 코스다. 최근 초등학교가 학예회에서 선보일 공연을 학생 자율적으로 준비하도록 독려하는 탓에 많은 학생들이 이 같은 사교육 학예회 특강에 참여하는 것이다.    

 

해당 마술학원의 교육팀장은 “한 시간이 소요되는 수업을 매주 한 차례 진행할 경우 한달 수강료는 학생 20만원, 성인 30만원인데, 일반적으로 학예회 특강은 2개월 코스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없는 경우 하루 만에 마술 하나를 마스터하는 15만원 상당의 수업에 등록하기도 한다”면서 “공연에 쓰일 배경음악과 함께, 망토․모자․마술봉 등 의상과 소품까지 준비해주는 ‘패키지 서비스’도 있는데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 자율형 학예회? “사교육 도움 없이는 준비할 수 없어”
 

매년 말 열리는 학예회 시즌을 앞두고 초등생들이 분주하다. 과거 학교에서 학급 단위로 담임교사의 지도 하에 합창 및 음악공연, 댄스를 준비하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최근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공연 주제 선정부터 연습까지 학예회 준비의 모든 과정을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자율형 학예회’를 운영하면서 사교육 업체에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학예회 준비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과거, 교사 주도의 학급 및 학교단위 학예회 준비가 학생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준다는 지적이 제기돼 ‘자율형 학예회’로 형식을 변경한 것인데, 오히려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강모 씨는 학예회를 위해 자녀에게 1학년 때는 바이올린을, 2학년 때는 리코더를, 3학년 때는 댄스를 학원에서 가르쳤다. 강모 씨는 “이왕이면 내 아이가 조금이라도 돋보였으면 하는 게 부모 마음”이라면서 “학교에서는 학예회를 위해 사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 아이의 학예회 준비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사교육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년 이맘 때 열리는 학예회가 학부모들에겐 ‘골칫거리’가 됐다. 초등 학부모들이 방문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예회 발표 뭐 시켜야할까요?” “또 학예회 시즌이네요ㅠㅠ”라며 ‘학예회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한 학부모는 “교과 공부의 경우 부모가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마술·악기 연주와 같은 공연과 관련된 부분은 학부모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지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 ‘더 특별한 공연’ 압박에 사교육 업체 문 두드려 
 

자율형 학예회. 사교육 업체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 음악시간에 배웠던 리코더와 같은 악기연주, 노래, 춤과 같은 공연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학예회에선 개별적으로 다채로운 공연이 나와야 하는데, 단순히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준비를 하면 천편일률적인 학예회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 

 

경기 포천에 거주하는 한모 양은 지난해 학예회에서 무슨 공연을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해금’ 공연을 했다. 담임교사가 “학교에서 배운 리코더나 단소 연주도 좋지만, 특별한 공연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기 때문. 한 양은 국악학원 ‘학예회 특강’에 등록해 3개월간 준비를 했고, 성공적으로 공연을 해 담임교사로부터 “새로운 공연이었다”는 칭찬을 받았다.

 

학부모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리코더 같이 ‘뻔한 공연’을 하면 교사와 친구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조언이 줄을 잇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부모들은 경쟁적으로 ‘더 특별한 공연’을 찾아 학예회 특강 사교육 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상황.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박 씨는 “학예회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아 아이가 리코더 공연을 하도록 내버려두었는데, 마술이나 드럼 연주 등 특별한 공연을 해야만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인정받더라”면서 “아이가 주목받지 못한 것이 내 탓인 것만 같아 다음에는 하모니카나 가야금 학원에 보내볼 것”이라고 말했다.




○ 자율형 학예회라도 교사들의 세심한 지도는 필수!
 

학예회에서 남다른 공연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스트레스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순 없을까? 일부 교사들은 ‘자율형 학예회’를 하는 경우 학생들에게 다양한 공연을 권유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서울의 한 초등교사는 “사교육을 권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부모들까지 와서 보는데 리코더와 단소 연주만 반복되어서야 되겠느냐”면서 “알찬 학예회를 위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시도를 해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학예회 공연을 학생 자율에 맡기는 것은 초등생들이 예술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함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이런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세심한 지도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현 서울 한신초 수업연구부장은 “공연 주제 선정을 완전히 학생의 자율에 맡기기보다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발전시켜보도록 지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령 학교에서 리코더를 배웠다면, 친구와 짝을 이루어 학교에선 연주해보지 않은 이중주 악보를 연주하도록 안내하는 식. 김 교사는 “평소 학생 개개인의 특기를 꼼꼼히 관찰하여 ‘시 낭송’ ‘동화 구연’ 등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충분히 자신의 끼를 뽐낼 수 있는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면 더욱 좋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학예회

# 학예회 학원

# 학예회 드럼

# 학예회 마술

# 학예회 공연

# 초등 학에회

# 학예회 준비

# 학에회 수업

# 학에회 사교육

  • 입력:2017.11.03 14:29
  • 저작권자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 목록

  • 위로

작성자 필수
내용
/500글자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