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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톡] 무엇이 평화적 시위를 가능하게 했나?
  • 김재성 기자

  • 입력:2016.12.20 10:48

촛불집회로 살펴보는 민주주의의 의미






촛불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모여든 광화문 광장. 동아일보DB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주말 집회에 참가하는 인원은 전국적으로 200만 명(주최 측 추산)을 웃도는 수준. 지난 10월 29일 시작된 1차 촛불집회에 시민 2만여 명이 참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새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 수가 10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놀라운 점은 많은 시민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권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껴 광장에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위가 매우 평화롭게 진행된다는 것.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무대에 올라온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한편, 해학과 풍자를 담은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한다. 외국 언론들은 “집회가 매우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일종의 축제 같다”고 일제히 평가하며 우리나라의 평화적인 시위 문화에 엄지를 치켜세운다.
무엇이 이런 평화적인 시위를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이번 촛불집회를 들여다보며 민주주의의 의미를 찾아본다.


○ 우리나라 촛불집회,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많은 시민이 특정 사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었던 것.
우리나라에서 촛불이 시위에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1987년 6월 항쟁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위대의 대부분은 군사독재에 반대하며 화염병과 돌을 들었지만, 일부 시민들은 평화를 염원하며 촛불을 들고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는 2002년. 길을 가던 두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일이 발생하자, 이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은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처음에는 추모 성격의 집회였지만 미군이 당시 장갑차 운전병들에게 무죄판결을 내리자 대규모 촛불시위로 확산된바 있다.
이후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 △2008년 한․미 FTA 쇠고기 협상 반대 촛불집회 △2014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 등에 많은 시민이 참여했다.


○ 평화적 촛불집회가 가능한 이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연일 열리는 이번 촛불집회가 과거의 촛불집회들과 다른 점은 역대 최대 규모의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경찰과 시민간의 특별한 충돌이 없다는 것. 과거 촛불집회 때는 일부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이 맞서면서 과격한 몸싸움을 벌여 부상자가 생기거나 경찰에 연행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반면 이번 집회는 매우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것. 어떤 요인으로 인해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을까?
미국의 AP통신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연한 공권력 △주최 측의 태도 등이 평화적 시위에 일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먼저 SNS. 시민들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집회 정보를 수집하면서 “촛불시위에서 절대 폭력을 사용해선 안 된다”며 자발적으로 ‘비폭력’ 기조를 확산시키고 있어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된다는 분석이다. 법원이 청와대 100m 앞까지 접근을 허용하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여 시민들의 과잉 행동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뿐만 아니라 시위 주최 측이 격렬한 투쟁 대신 집회 참가자 수로 힘을 보이겠다는 판단을 하면서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된다는 분석도 했다.
국내의 한 전문가는 “매주 계속되는 평화 시위가 시민들을 결집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면서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에게 ‘상식이 무엇인지 보여주자’는 생각을 가짐으로써 질서정연하고 평화적인 집회를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촛불집회가 민주주의의 발전?

촛불집회를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엇갈린 시선이 존재한다. 많은 사람이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현상. 하지만 한편으론 대의민주주의(대표를 뽑아 정치를 대신하는 간접 민주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문가는 “광장에서 군중집회와 시위가 발생하는 빈도는 그 나라 대의민주주의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 “대의민주주의의 수준이 높은 민주 국가들은 광장에서 집회와 시위가 발생하는 빈도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정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시민이 시위에 참여하게 된다는 비판도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의민주주의가 얼마나 제 역할을 못했으면 시민들이 직접 거리에 나왔겠느냐”면서 “촛불집회가 민주주의의 발전일 수 있지만 한국 정치가 그동안 얼마나 후진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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