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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톡] 가사, ‘문학’에 포함될까?
  • 김재성 기자

  • 입력:2016.10.24 16:18
미국 가수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논란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미국 포크 록의 대부’라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75․본명 로버트 앨런 지머맨)을 선정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노벨문학상은 스웨덴의 과학자인 ‘노벨’의 유언에 의하여 설립된 노벨상의 한 부문으로, 1901년부터 매년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뛰어난 문학작품’을 쓴 작가에게 주어진다.

 

밥 딜런은 문학가는 아니지만, 시적이고 깊이 있는 가사로 미국 전통가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아티스트. 노벨상위원회는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에 대해 “밥 딜런은 귀를 위한 시를 쓴다”면서 “그의 작품은 시로 옮겨놔도 완벽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 세계에서 찬반양론이 거센 상황이다. 찬성 측에선 “딜런의 노랫말은 뛰어난 문학작품이므로 충분히 수상할 만 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에선 “뛰어난 대중가수이자 예술가로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과연 그를 문학인으로서 인정할 수 있느냐”고 지적한다.


○ 미국 고교와 대학에서 밥 딜런 가사로 수업… “가사는 곧 문학”

1941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밥 딜런은 10세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인 ‘딜런 토머스’를 좋아해 그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를 많이 만들었고 자신의 예명도 밥 딜런으로 정했다. 1959년 미네소타 대학에 입학해 문학을 전공했지만 1961년 중퇴한 뒤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포크송을 만들어 부르기 시작했다.
1963년 그의 앨범 ‘더 프리휠링 밥 딜런(The Freewheelin' Bob Dylan)’이 인기를 끌며 그의 이름을 알려지기 시작했고 ‘블로잉 인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 등의 곡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밥 딜런은 1999년 미국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인 타임지로부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밥 딜런이 쓴 시는 미국 고교와 대학에서 교과서로 널리 쓰이는 ‘노턴 문학입문서(Norton Introduction to Literature)’에도 실렸다. 미국 대학가의 영문학과에선 ‘밥 딜런 시 분석’ 강좌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가사의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1996년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어 왔다. 
과연 가사를 문학 작품으로 볼 수 있을까? 줄곧 딜런을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해온 미국 버지니아 군사대학 고든 볼 교수는 “시와 음악은 서로 연결돼 있다”면서 “특히 딜런은 과거 음유 시인과 마찬가지로 시와 음악의 관계를 강화하는데 기여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버지니아대 앨리슨 부스 교수도 “그의 작품을 문학으로 보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 일부 외신 및 문학가들… “가사, 문학으로 인정할 수 없다”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자 외신과 문학가들은 일제히 ‘의외의 선정’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노벨상이 전통적으로 인정해온 소설, 시, 단편 작품들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평가하면서 ‘딜런이 노벨상을 받아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역시 “오랫동안 딜런의 수상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있었지만 그가 유력 후보자 명단에서 한 참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문인들은 “노래 가사로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느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 지적의 핵심은 “노래 가사를 문학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 반대론자들은 딜런의 가사가 특유의 깊이와 심오한 철학을 가진 ‘작품’인 것은 인정하지만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서 어니스트 헤밍웨이(1954년), 헤르만 헤세(1946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국내의 한 전문가는 “딜런의 가사가 문학성을 인정받곤 있지만, 이전 노벨상 수상자의 시 구절만큼 가사의 문학성이 높진 않다”고 지적했다.


○ “밥 딜런 신드롬, 음악의 문학성 회복하는 계기 될 것”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비문학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02년 독일의 역사가 테오도어 몸젠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것을 시작으로 독일 철학자 루돌프 오이켄(1908년),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1927년), 영국의 수학자 버트런드 러셀(1950년),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1953년) 등이 비문학가로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 지난해에는 기자 출신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 예비치의 다큐멘터리에 노벨문학상을 주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노벨문학상의 성격이 변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의 한 문학평론가는 “노벨상위원회가 일종의 충격 효과를 통해 상 자체를 홍보하면서 노벨문학상이 갖는 근엄한 인상을 깨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자 그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의 주문이 급증하고 그의 음악이 재조명 받는 등 ‘밥 딜러 신드롬’이 일어날 만큼 관심이 뜨겁다.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음악의 잃어버린 문학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나온다. 국내의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딜런의 노벨상 수상은 그의 음악 가치에 대한 조명이기도 하지만, 다른 대중음악인들에겐 노랫말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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