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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톡] “조직 효율성 높여” vs “지나친 경쟁… 협력 깨져”
  • 정민아 기자

  • 입력:2016.10.10 18:10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둘러싼 논란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출정식을
갖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최근 은행, 철도, 지하철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이 연대 총파업을 벌이는 이유는 공공기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과 2월 발표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방안’을 통해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 도입과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이전에 간부급 직원에게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전 직원의 70%까지 확대한 기관에게는 경영평가 인센티브와 성과급을 주겠다고 독려한 것이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전체 120개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했고 준정부기관도 올해 하반기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성과연봉제는 무엇일까?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알아본다.



○정부 “선진국은 성과연봉제 이미 도입”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성과연봉제 이전에 호봉제를 적용해왔다. 호봉제란, 연공과 서열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체계이다. 반면, 성과연봉제는 직원들의 업무능력과 성과를 등급별로 평가해 임금에 차등을 둔다.


대부분의 기업은 호봉제보단 성과연봉제를 선호한다. 달성한 성과만큼 임금을 지급하므로 임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 임금으로 동기를 부여해 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는 공공, 금융부문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철밥통’을 깨고 청년 채용도 늘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은 “매년 업무 능력이나 성과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 임금형태는 기업들이 고임금 부담을 느껴 신규 채용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은 청년고용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선진국은 이미 직무,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졌다”면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우리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은 20세기 초반부터 직무급(직무에 따라 급여율을 결정하는 임금 형태)이 도입돼 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르게 확산됐다. 최근엔 다품종 소량생산 등의 환경 변화에 따라 ‘숙련급’ 요소를 도입하고 성과 보상을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 선진국 가운데 독일은 1950년대부터 직무에 맞게 임금을 정하는 직무급 임금체계를 도입했다.
  

○노동계 “성과 측정기준 모호… 보여주기 식 전락”

노동계와 야권의 반론도 거세다. 성과연봉제가 진정으로 공공기관의 효율성 향상에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 오히려 노동자 간 지나친 경쟁으로 조직 내 협력문화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훈 전국철도노동조합위원장은 “정부와 사측에서는 성과연봉제를 팀별평가로 하겠다고 밝혔다”면서 “이런 평가방식은 내부적으로 ‘왕따’가 생길 우려가 있다. 자신 때문에 소속 전체가 평가를 잘못 받을까 두려워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불안정한 노동을 제공해 국민의 안전에 위협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한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서비스가 대부분인 공공기관의 업무 내용은 단순히 수치적 지표들만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결국 노사가 서로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상호 주관적인 평가의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무늬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보여주기 식으로 전락될 우려가 있다는 것.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미국, 영국에서는 금융권의 과도한 성과연봉제로 인해 직원들이 고객 몰래 허위계좌를 수만 개나 만드는 등의 부작용이 속출했다”면서 “공공성과 안전을 우선해야 할 금융·공공기관에서 성과연봉제를 강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성과연봉제로 인해 청년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정부의 주장에 의문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부는 지난해의 임금피크제, 올해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 등으로 기존의 직원을 줄여서 청년 추가 채용을 하겠다고 했다”면서 “장년 일자리를 뺏어 청년에게 준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노동계,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안 제시해야”

정부와 노조는 성과연봉제를 놓고 한 치의 양보가 없는 ‘끝장 결투’를 벌이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달 23일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발해 총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다음달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지난달 27일 시작된 철도·지하철 노조 연대 파업은 열흘이 지난 7일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다.

노동계는 “상당수 기관이 노조와 충분한 대화를 하지 않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급하게 도입했다”고 반발한다. 노조의 동의 없이 임금체계를 변경하면 근로기준법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과 상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가져오는 사규 등은 노조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변경할 수 있다.

노동계는 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정부와 직접 교섭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성과연봉제는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공공, 금융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임금과 근로조건이 매우 좋은 ‘철밥통’”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이들 노조의 파업이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노동계가 교섭이나 대화 한 번 없이 대치해온 만큼 이번 파업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노동계가 한 발씩 물러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노동계가 자발적으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드는 통 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노동계도 맹목적인 반대 전략에서 벗어나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민아 기자 m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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