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자유학기제
  • [자유학기제-2016.8월호]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학생들이 행복해요”
  • 김수진 기자

  • 입력:2016.08.18 10:36
철학계 석학, 황경식 서울대 명예교수




“학습(學習)이라는 단어는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단어입니다. 여기서 ‘학’은 익히 아는 배움입니다. ‘습’은 배운 것을 행동으로 옮겨 반복적으로 연습하며 내재화하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 교육에는 ‘학’만 있을 뿐이지 ‘습’이 없습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명경의료재단 이사장실에서 만난 황경식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교육열 높기로 소문난 우리나라지만 학습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황 교수는 존 롤스의 ‘정의론’을 번역해 국내에 소개한 철학계 석학이다. 서울대에서 30여  년 간 철학을 가르쳐 온 그는 그동안 꾸준히 조기 철학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스스로 사고하는 힘부터 길러야 올바른 인성을 갖추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

최근에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책 ‘열 살까지는 아이의 생각이 중요하다’를 펴냈다.



○ “배우고 때로 실천하면 기쁘지 아니한가”

“우리나라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없어요. 끊임없이 과다한 정보에 노출되지만, 그 정보를 받아들이고 외우는 것으로 교육이 끝나 버립니다.” (황 교수)

황 교수는 현재 우리 교육의 문제점으로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 교육’을 지적하며 최근 서울대의 변화를 언급했다. 서울대 인문학 교수 일부가 강의에서 파워포인트(ppt)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황 교수는 “서울대에서도 리포트를 긴 문장으로 못 써내는 학생이 적지 않다”면서 “인문학에서는 깊이 있게 내용을 통찰하는 자신만의 시각이 중요한데, 강의의 핵심만 추려 나열한 ppt로 공부하다보니 생각이 필요 없는 단답형의 대답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가 없는 학생들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혹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로 타인에 의해 강요된 삶을 산다. 황 교수는 “자신이 직접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만족스럽고 쉽게 우울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보다 행복하려면 진정한 의미의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황 교수의 생각이다. 주어진 정보를 그대로 외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앎을 확장해나가는 ‘학’이 필요하고, 그 후에는 배운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습’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 ‘학습이 이뤄지면 즐거움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공자가 말한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배우고 때로 실천하면 기쁘지 아니한가)’이다.


“수영에 관련된 책을 10권 넘게 읽는다 해도 바로 수영을 할 순 없습니다. 직접 물에 들어가 배운 것을 실행해보는 과정이 있어야 하지요. 물론 처음 물에 들어가 실행해보는 과정이 두렵고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영을 배우고 나면 물에서 노는 것이 즐거워지지요. 이것이 ‘학습’입니다.” (황 교수)



○ “가르치는 사람을 넘어선 ‘대화의 파트너’로”

그렇다면 학생들이 진정한 학습을 위해 학교 교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황 교수는 “교사가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줘야 한다”면서 ‘독서’와 ‘토론’ 교육을 강조했다. 이 때 독서 지도는 학생들이 읽어야 할 교앙서를 추천해주거나 독후감을 쓰게 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책 속에 숨겨진 생각거리들을 끄집어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볼 수 있게 하는 ‘사고 교육’으로 연결돼야 한다. 이는 학생들끼리의 토론으로 연결시킬 수도 있다.


황 교수는 바람직한 독서·토론 교육의 예로 미국 교육의 한 장면을 언급했다. 학급 학생들이 소설책을 본 후 소설 속의 어떤 상황을 놓고 ‘내가 만약 소설 속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 학생들은 자신만의 답을 정하고, 자신의 선택이 왜 옳은지에 대해 토론한다. 비슷한 대안을 가진 학생들끼리 모여 더 좋은 근거를 찾기 위해 토론하고, 적절한 근거가 갖춰진 후에는 다른 입장을 가진 학생들을 설득하기 위해 또 토론을 벌인다. 이 토론을 통해 학생들이 해답을 얻었다면, 비슷한 상황을 가정한 연극이나 역할극을 통해 배움을 행동으로 실천해본다.


황 교수는 “토론할 때 교사는 지적으로는 완전히 ‘무장 해제’ 상태가 돼야 한다”면서 “생각을 고쳐주고 답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토론하는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환경만 조성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는 학생의 생각을 편 들어주고, 그 생각이 더 클 수 있도록 길러주어야 합니다. 지시하고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대화의 파트너’가 되어주십시오.” (황 교수)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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