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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톡]흉악범에 마스크 씌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
  • 김재성 기자

  • 입력:2016.05.23 14:23
범죄자 신상공개 논란





경찰이 최근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의 피의자 조모 씨의 얼굴과 실명, 나이, 거주지 등의 신상을 공개했다. 조 씨는 같이 살던 직장 동료를 망치로 때려 숨지게 한 뒤 원룸 화장실에서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해 경기 안산 대부도 인근에 버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이 피의자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자 온라인에선 조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쓴 글과 과거 행적, 조씨의 가족 및 지인, 심지어는 조씨의 과거 여자친구의 신상도 공개되는 일이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선 “신상 공개가 너무 성급하게 이뤄진 것 아니냐” “얼굴을 공개하라는 국민적 요구도 없었는데 굳이 공개해야 했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국민의 알권리와 범죄 예방 효과를 위해 흉악범의 얼굴을 공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이 조씨의 얼굴을 공개한 배경은 무엇일까. 범죄자의 신상공개는 어떤 기준으로 이뤄질까.
 

○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 따른 범죄자 신상공개

범죄자 신상공개는 2009년 경기서남부지역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강호순이 검거되면서 ‘흉악범은 신상 공개를 해야한다’는 여론이 생긴 것. 여론은 2010년 3월 부산 여중생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길태가 검거된 뒤 다시 한번 들끓었고 이에 따라 2010년 4월 ‘특정강력범죄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이 개정되면서 피의자 신상 공개에 대한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경찰이 이번에 피의자 조씨의 신상 공개 방침을 내세운 것은 이 ‘특강법’에 따른 것. 특강법 8조 2항에 따르면 피의자가 네 가지 요건을 갖추면 경찰은 피의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범행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사건일 경우 △국민의 알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사건일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 제2조 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은 사건일 경우 피해자의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것.
경찰은 조씨의 경우 이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했고 조씨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한 뒤에 조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 “피의자 인권 침해” vs “국민의 알권리 보장”

경찰의 이번 신상공개 방침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우선 신상공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신상공개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헌법 제27조 4항에 따르면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단지 범죄의 혐의가 인정될 뿐인 ‘피의자’를 마치 죄가 확정된 것처럼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면 피의자의 인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
실제로 지난 2012년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에서 무고한 시민이 성폭행범으로 몰려 얼굴이 공개된 사례처럼 신상공개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피의자의 가족과 지인 등의 신상이 공개되는 등 2차 피해도 크다.
반면 신상공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경찰이 증거가 뚜렷할 경우에만 얼굴을 공개하므로 무죄추정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특강법에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는 사건일 경우’에 한해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신상 공개로 인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이로 인해 강력범죄를 억제할 수 있어 부작용보다 순기능이 크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범죄자의 신상 공개에 앞장서는 다른 나라의 사례도 찬성 의견을 뒷받침한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흉악범의 얼굴 공개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추가범죄 수사, 유사범죄 사전예방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흉악범 신상보호가 ‘인권 과잉보호’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신상공개, 뚜렷한 법적 기준 마련 절실

이번 조씨의 신상공개가 논란이 된 이유 중 하나는 ‘형평성’ 때문이다. 최근 부모가 어린 자녀를 끔찍하게 학대한 뒤 숨지게 하는 사건이 잇따라 밝혀졌는데 왜 해당 부모들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고 유독 이번 사건의 피의자만 신상을 공개했느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신상공개에 관한 형평성 문제가 대두된 것. 
경찰은 아동 학대 사건의 경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5조에 따라 부모의 신상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례법 35조는 아동학대 사건을 조사한 사람이 아동 학대 행위자를 포함해 피해 아동 등의 인적사항 등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아동 학대 사건의 경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어느 정도 비밀을 준수해야 하는 점이 있어서 이번 조씨 사건과는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특강법에 명시된 ‘잔인한 범행 수법’ ‘중대한 피해’와 같은 문구가 구체적이지 않아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에 따라 신상 공개 기준이 들쑥날쑥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뚜렷한 법적 기준 마련이 절실한 상황.
강신명 경찰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까지 신상공개 사례가 많지 않아 다소 혼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흉악범 신상공개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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