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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톡]공무원 시험 과열, 어떻게 봐야 하나
  • 최송이 기자

  • 입력:2016.04.18 15:44
7급 공무원 수험생, 정부청사 침입해 시험성적 조작






최근 한 7급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약 다섯 차례 침입해 시험 성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출입증을 훔쳐 정부서울청사를 드나들며 내부 구조를 파악한 뒤 사무실 출입문에 적힌 비밀번호를 이용해 침입에 성공했다.
이 수험생은 2016년 국가직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시험의 필기시험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1차 시험과 2차 시험 성적의 차이가 큰 사람, 이 수험생과 통화한 기록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문제지 유출 여부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 성적을 조작하고 시험지까지 빼돌린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다. 일부에서는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렇게 했을까”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공무원은 범죄 행위를 저지르면서까지 되고 싶은 직업이 된 것.
이 사건을 계기로 과열된 공무원 시험 경쟁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지나치게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이 진정 바람직한 현상일까?
 

○ 경쟁률 최고…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 시험 준비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4120명을 뽑는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에 역대 최대 인원인 22만1853명이 몰려 53.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약 400여 명을 더 많이 선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경쟁률인 51.6대 1을 뛰어넘었다.
또한 7급과 9급 공무원 1689명을 뽑는 서울시 공무원시험에는 지난달 마감된 원서 접수에 14만7911명이 몰리면서 87.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쟁률이 56.9대 1이었던 것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 왜 이토록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
그 이유는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실업자 수는 52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6만4000여 명이 늘었다. 또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12월에는 8.4%, 올해 1월에는 9.5%, 2월에는 역대 최고인 12.5%를 기록하며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또 취직에 성공하더라도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르는 ‘고용불안’을 겪게 된다.
이에 비해 공무원이 되면 정년까지 고용이 안정되기 때문에 많은 청년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것. 또 일정한 근무시간과 퇴직 후 연금이 보장되는 것도 공무원이 ‘꿈의 직장’이 된 이유 중 하나다.
이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 대신 공무원 시험을 선택하는 고교생도 늘고 있다. 일부 특성화고에서는 자체적으로 ‘공무원 준비반’을 운영하며, 공무원 시험대비 학원에서는 고교생을 위한 공무원 시험 준비반을 열기도 한다.
 

○ ‘기업가 정신’ 부족… 경제 성장 악영향

한창 ‘꿈’을 키우고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해야 할 청소년들과 청년들이 공무원과 같은 안정된 일자리에 열광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갖지 않고 안정된 일자리만 찾는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경제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기업가 정신이란 기업가가 위험을 감수하며 도전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도모하여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의식.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가진 청년들이 크고 작은 벤처기업을 세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새로운 산업과 시장이 형성되고, 우리나라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하버드대 재학 중에 페이스북을 만들어 지금과 같은 대기업으로 키워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 지원 규모를 늘리거나 창업에 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제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용불안’이라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청년들의 인식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기업에 입사한다고 해도 정년이 보장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경쟁에 시달리기 때문. 이로 인해 청년들은 ‘대기업 임원이 되어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돈을 적게 벌더라도 편한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서울대생이 “저녁 있는 삶을 위해 9급 공무원을 택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화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최송이 기자 songi1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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