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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톡]사생활 보호 vs 알 권리… 무엇이 우선일까
  • 김재성 기자

  • 입력:2016.02.29 19:07
방통위,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 올 상반기 발표

 

 


 

 

 

방송통신위원회는 개인이 포털 사이트 등 정보통신 제공자에게 자신과 관련된 정보의 삭제를 요구하면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을 올해 상반기 안에 만들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 노출된 개인정보 가운데 지우고 싶은 과거 게시물, 사진 등의 ‘원하지 않는’ 개인정보에 대해서 삭제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 만들어질 ‘잊혀질 권리’ 가이드라인에 들어갈 삭제 대상에는 언론사 기사는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또 정치인, 고위 공직자와 같은 공인은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이드라인이 제작되면 ‘잊혀질 권리’의 법제화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잊혀질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왜 커지게 됐을까. 이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본다.

 

 

○ 신상 털기와 같은 사생활 침해 심각… “잊혀질 권리 필요하다”

 

‘잊혀질 권리’는 “인터넷상에서 검색되는 자신의 정보를 지워달라”는 목소리가 생기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개인정보 삭제청구권’ ‘온라인 자기정보통제권’ 등으로 불린다.

이 개념은 2010년, 스페인의 한 변호사로부터 비롯됐다. 변호사가 인터넷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다가 ‘빚 때문에 집을 내놨다’는 내용이 검색되는 것을 확인하고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에 해당 정보의 삭제 요청을 하면서 ‘잊혀질 권리’가 세상에 알려진 것. 이 변호사는 “이제 빚을 다 갚았으니 해당 내용은 나에 대해 적절하지 않은 정보”라면서 정보 삭제를 요청했지만 포털 사이트 구글은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2014년 5월, 유럽사법재판소(ECJ)는 “모든 인터넷 이용자들은 잊혀질 권리를 갖고 있다”며 구글에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판결하면서 잊혀질 권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이후 ‘잊혀질 권리’를 보장받길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지털 환경으로 인해 누구나 언제든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게된 반면, 개인이 원하지 않는 정보도 인터넷에 계속 남아있게 되면서 ‘신상 털기’와 같은 사생활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감추고 싶은 사생활이나 어린시절 생각 없이 썼던 글 한 줄이 온라인상에서 일파만파 퍼지면서 인격모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생겨남에 따라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 범죄자 악용하면 알권리 침해…“잊혀질 권리 필요없다”

 

‘잊혀질 권리’를 보장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이들은 “잊혀질 권리가 법제화 되면 관련법이 악용될 수 있고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부끄러운 과거를 가진 정치인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개인정보를 삭제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

대상이 되는 글의 범위도 문제다. 자신이 쓴 글만 지울 수 있는지, 아니면 타인이 자신에 대해 쓴 글까지 지울 수 있는지에 따라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 특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자신의 행위에 관한 기록을 삭제할 경우 국민의 알권리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의 한 지방법원은 범죄자의 ‘잊혀질 권리’ 요구를 받아들여 논란이 됐다. 원조교제를 한 혐의로 체포된 범죄자가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하는데 내 실명과 주소가 포함된 기사가 검색돼 지장을 받고 있다”며 인권침해를 이유로 정보 삭제를 요청하자 일본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

‘잊혀질 권리’를 반대하는 한 법률전문가는 “잊혀질 권리가 보장될 경우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기억할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특히 범죄자가 이 권리를 무제한 보장받을 경우 사회적 안전장치가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 ‘잊혀질 권리’ 법제화 움직임, 나라마다 달라


잊혀질 권리에 대한 법제화 움직임은 나라마다 다르다. 표현의 자유를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미국에서는 이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 미국은 ‘잊혀질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대신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개인이 생성한 정보가 사라지게 하는 기술을 페이스북 등에 적용하는 등 정보기술을 토대로 해당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다.

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유럽에서는 잊혀질 권리 법제화에 대해 활발히 논의 중이다. 프랑스 정보보호기관인 정보․자유국가위원회(CNIL)는 지난해 잊혀질 권리를 포털 사이트 구글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이 요청을 거부하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0월 강원도가 ‘잊혀질 권리 지원’ 조례안을 가결해 법제화했다. 강원도는 잊혀질 권리 관련 시스템 도입을 도내 사업자에 적극 권장하고 이를 도입하는 사업자에게는 5년간 총 2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법제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정보 삭제 요구권’이 있어 따로 법제화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맞서는 상황이다.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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