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 특별한 자습실, 교사와 학생의 연결고리
  • 이원상 기자

  • 입력:2016.02.18 19:32

고교 진학지도부장을 만나다 ④서울 경기고 노권우 교사

 

 

<<대입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의 비중이 늘면서 학교생활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각 고교 진학지도부장의 역할은 막중하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전형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입시 전략을 수립해야하고 담임교사들을 보조해 특정 학생이 어떤 전형에 최적화되어있는지를 판단해 합격을 이끌어내야 한다. 에듀동아는 ‘고교 진학지도부장을 만나다’ 시리즈를 연재한다. 입시실적이 뛰어난 고교의 진학지도교사들은 어떤 차별화된 진학프로그램으로 해마다 우수한 입시실적을 내고 있는지를 두루 살펴본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일반고인 경기고는 올해 서울대 합격생을 14명 배출했다. 이중 수시합격생은 9명이다.

경기고의 진학시스템 중 주목할 점은 특정 학년을 담당하는 부장 교사가 3년 동안 쭉 바뀌지 않고, 해당 학년 학생들의 교육 프로그램 총괄 운영을 맡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부장 교사는 자신이 맡은 학생들의 특성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해당 학생 집단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는 교내대회 프로그램을 편성한다. 학생 개개인의 강점이 학교생활기록부에 자세하고 꼼꼼하게 기록될 수 있는 것도 이런 시스템의 영향이다.

올해 졸업생들을 3년 동안 가르치고 이끌어온 노권우 3학년 부장교사는 “600여 명의 학생들 이름을 외우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학생이 무슨 특성이 있는지 파악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특성과 접목시켜 프로그램을 편성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최근 노 부장교사를 만나 경기고 입시실적의 비결을 들어봤다.

 

노권우 경기고 3학년 부장

 

 

 

 

○ 자율학습-학생부 동시에 잡아

 

경기고가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자율학습의 힘’이다. 경기고에는 특별한 자습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경기고 자습실은 ‘공통자습실(공통실)’과 ‘자기주도적자습실(자주실)’로 나뉜다. 공통실은 1~3학년이 모두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학습실. 150여 개의 좌석이 마련돼 있고 자기주도적 학습을 신청한 학생에 한해서 지정석으로 운영된다. 1, 2학년은 각각 약 30석씩, 3학년에게는 약 70석 정도의 좌석이 주어진다. 

눈에 띄는 것은 자주실이다. 공통실과는 달리 각 층별로 학년마다 한 반씩 마련돼 있는 자주실의 지정석은 성실하게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고 적극적인 희망 의사를 보인 학생들을 담임교사가 추천해서 정해진다. 노 부장교사는 “자주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일주일에 4~5번 정도 이곳을 활용하고 학교 수업이 끝난 직후부터 자정까지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면서 “그 효과가 커서 지속적이고 꾸준히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주실은 각 학년별 교과 및 담임교사가 돌아가면서 관리하는 것이 강점. 학생들이 혼자서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담당교사한테 물어보고, 그 때 이뤄진 대화들은 학생부 ‘교과학습발달상황’의 세부항목인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고스란히 기록된다. 

노 부장교사는 “교내 내부에 자주실에 들어오기 위해 경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이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2016학년도 좋은 입시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기주도적자습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경기고 학생들

 

 

 

 

○ 다채로운 교내대회로 학생부 ‘빵빵’하게

 

경기고는 일반고 중에서도 과학중점학교다. 현재 3개의 과학중점반에서는 과학과 수학에 심화된 교과수업이 이뤄지며 두터운 비교과 활동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런 교내 프로그램들은 과학중점반 학생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다.

경기고에서 1년에 열리는 각종 학력경시대회만 해도 10개가 훌쩍 넘는다. 이외에도 △동아리 발표대회 △과학탐구토론대회 △수학과학창의력경진대회 △주제별 독서논문쓰기대회 △경기 사이언스 R&E대회 △진로진학역량발표대회 △책읽기 운동대회 등 2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토요일이면 ‘경기 융합 인재 아카데미’와 같은 심화프로그램이 열린다. 수학 및 과학 분야의 심화문제풀이를 하거나 철학 수업과 독서를 통한 인문 프로그램이 편성된다. 주로 1, 2학년 대상으로 운영되며 4~5주차 동안 활동한다. 연간 총 4기로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한 기수를 뽑을 때마다 신청자가 100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노 부장교사는 “다양한 교내프로그램을 통한 비교과 활동들이 1학년 때부터 차곡차곡 쌓여서 탄탄한 학생부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수시모집의 실적과 연결이 된다”고 밝혔다.  

 

 

○ 친근한 형-학교 선배-부모님 모두 ‘진로 선생님’

 

경기고의 또 하나의 강점은 △대학생 △입학전문가 △학부모 등 다양한 주체들이 진행하는 진학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열린다는 점이다.

1년에 4차례 서울의 주요대학을 비롯한 많은 대학의 대학생들이 경기고로 찾아온다. 한 학교당 10여 개 학과의 대학생들이 와서 1, 2학년 학생들을 위한 진로 상담을 도와주는 것. 각 교실마다 특정 학과를 배정하고 재학생들이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흥미가 있는 학과 선배에게 진로 상담을 받는 형식이다. 노 부장교사는 “나이차가 얼마 나지 않는 친근한 대학생 선배에게 상담을 받으면서 재학생들이 자유롭게 질문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선배에게 진학진로 상담을 받고 있는 경기고 학생들

 

 

주요대학에 진학한 동문 선배들을 모아 1년에 2회 학교를 방문하게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선배들은 재학생의 교실에 들어가 고등학교 생활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과 진학과 관련한 알짜 정보들을 자신의 경험을 들어가며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3학년은 진학 상담이 매주 열린다. 이때 각 대학의 입학관계자들이 와서 상담을 해준다. 미리 학생들에게 사전 신청을 받아서 신청 학생들이 진학 상담을 하는 교실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받는 식이다. 때때로 여러 직종에서 근무하는 학부모를 섭외해 학부모가 학교로 와서 직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누고 상담해주는 진로진학캠프도 운영된다. 

“교사,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까지 모두가 함께 진로 진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끌어가는 셈입니다. 1학년 때부터 이렇게 꾸준히 학교를 통해 다양한 진로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학생들이 진로를 잡아가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지요.”(노 부장교사)

 

 

 

▶에듀동아 이원상 기자 leews1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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