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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듀동아] “300만 원 주면 소논문 대신 써드립니다”
  • 이원상 기자

  • 입력:2016.01.22 19:46
고액 소논문 대필 성행… 거짓 들통 나면 오히려 감점

 

 

서울 강남 수시컨설팅 업체에서 일하는 입시 컨설턴트 A 씨는 한 학부모에게 ‘소논문 대필’을 부탁받았다. “문과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고1 자녀가 소논문 교내 대회를 나가야 하는데 공부하느라 준비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A 씨는 ‘고교생이 연구하고 싶을만한 소논문 주제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원어민의 강연 15편에서 사용되는 단어의 빈도를 분석한 후, ‘강연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를 익혀두면 영어회화 실력이 빠르게 향상된다’는 내용이 담긴 16장짜리 논문 한 편을 완성했다. 완성까지 걸린 시간은 일주일. 의뢰한 학부모로부터 100만 원을 받았다. 학생은 이것을 그대로 교내 소논문 대회에 제출했다.

서울 강남, 서초, 양천구의 수시컨설팅 업체를 중심으로 ‘고액 소논문 대필’이 성행하고 있다. 소논문이란 학생 1명, 혹은 여러 명으로 이뤄진 그룹이 특정한 주제를 정해 연구, 탐구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짧은 논문형태의 연구 보고서. ‘R&E(Research&Education)’라고도 불린다.

대입에서 수시모집의 비중이 70%로까지 커지면서 평소에 전공 관련 분야에 대해 어떤 관심을 기울이고 꾸준하게 공부해왔는지 증명하는 활동자료를 만드는 것을 많은 학생, 학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논문도 그런 활동자료 중 하나. 동아리, 진로활동과 연계해 학생부에 기록되고, 자기소개서나 수시면접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는 가장 좋은 스펙이라는 뜻인 ‘깡패 스펙’으로 불린다.

물론 학생이 스스로 호기심을 느껴 직접 탐구 과정을 거쳐 소논문을 완성했다면 그 학생의 지적 호기심과 전공적합성을 보여주는 훌륭한 소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는 “전공과 관련된 소논문 한편 정도는 꼭 써서 학생부에 기록되어야 수시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고액 대필까지 이어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 ‘소논문+블로그 관리’ 패키지 1000만 원? 

 

소논문 고액 대필을 의뢰하는 학부모 대부분은 ‘명문대 수시에 합격한 누구는 소논문을 썼더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소논문을 학생부에 필수로 기록되어야 하는 ‘레퍼토리’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소논문 쓰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해 고액을 들여 대필을 의뢰하는 것.

목동 대입 종합학원의 입시컨설턴트인 B 씨는 “‘우리 학교 전교 1등은 교내 그룹을 만들어서 소논문을 쓰는데, 우리 아이는 그 아이보다 성적이 떨어지므로 더 열심히 해서 소논문 대회 수상 스펙이라도 쌓아야 하지 않겠냐‘며 대필을 의뢰하는 학부모가 있다”고 말했다.

‘상위권 진학을 위해서는 소논문이 필수’라고 광고하는 학원가의 태도도 학생,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부추긴다. “소논문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책임진다”며 소논문 작성 지도를 홍보하는 대치동의 한 학원에 “소논문 작성 지도에 대한 상담을 받고 싶다”고 이야기해봤다. 이 학원의 원장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가려는 학생이라면 소논문 1, 2개는 기본”이라면서 “고3이 되면 수능 준비하느라 바빠서 시간이 없기 때문에 고2 때가 소논문을 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등록을 부추겼다.

이 학원 원장은 우선 ‘희망 학과와 진학하고 싶은 학교’를 물어본 뒤 교내외 대회에서 상을 받은 논문을 예시로 보여주며 여러 가지 주제를 제시했다. 이후 “논문 작성 실력이 교수급인 강사가 직접 주제 선정부터 인터뷰, 과학 실험, 설문조사와 같은 방법론까지 일일이 체크하고 20~30장짜리 논문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홍보했다. 비용은 학생 1명에 대한 논문지도는 300만 원, 학생 그룹의 논문 지도는 그룹 당 400만 원을 제시했다.

한 입시컨설턴트에 따르면, 1000만 원 이상을 들여 논문 작성을 포함한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대신 해주는 ‘패키지’를 받은 학생도 있다. 이 학생의 학부모는 ‘현재 아이의 모의고사 성적으로는 원하는 의대를 지원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한 의대의 조교에게 “아이의 스펙을 대신 만들어달라”며 아낌없는 돈을 쏟아 부었다. 의뢰를 받은 의대 조교는 소논문 대필은 물론이고, 개구리 해부와 같은 의학 관련 실험을 다양하게 해준 뒤 학생의 블로그에 실험 과정과 함께 의학 주요뉴스를 꾸준히 올려줬다. 하지만 학생은 지원한 의대에 모두 떨어져 들인 돈과 노력은 모두 헛수고가 됐다.

 

 

○ ‘결과물’보다 ‘과정’을 평가

 

소논문, 정말로 꼭 써야 수시에서 유리할까?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에 소논문에 대한 내용이 적힌 학생 모두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뿐더러, 지나치게 수준 높은 소논문은 오히려 해당 학생이 쓴 것이 맞는지 의심하게 만든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이 소논문을 만든 활동과 관련된 내용은 주로 학생부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이나 ‘창의적체험활동 상황’에 학생의 지적호기심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몇 줄 기록된다. 교내에서 열리는 소논문 대회에서 상을 타면 수상실적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소논문 원문을 그대로 제출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학생부 증빙자료를 요구하는 몇몇 대학에는 A4용지 3, 4장 정도로 요약해 제출할 수도 있지만 필수사항은 아니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대학에서는 소논문의 전문성이나 완성도보다는 학생이 이것을 쓰는 과정에서 ‘무엇을 느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면서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학생이 어떤 내적인 성장을 이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선 연세대 입학사정관실장은 “소논문의 내용과 페이지 수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학생이 이 활동을 통해 학문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고 다른 학생과 어떻게 협력을 해서 무엇을 얻었는지가 궁금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소논문을 작성하지 않은 학생은 수시 면접에서 이 사실이 쉽게 들통이 나 감점을 받는 일이 많다.

안정희 이화여대 입학사정관실장은 “거짓으로 학생부가 포장된 경우 면접에서 티가 많이 난다”면서 “연구 주제와 자료를 수집하거나 실험을 진행했던 방법, 어떤 것을 배웠는지 등을 면접에서 구체적으로 물어볼 때 ‘그 학생이 한 것이 아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오히려 감점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에듀동아 이원상 기자 leews1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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